May 12, 2023 | Newsletter Issue 173 | 1518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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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한 곡 | 글 한 편 | 다큐멘터리 한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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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을지로 도시음악
<Let It Happen> by Tame Imp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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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쩌다가 선생 됐습니다
모두가 알 만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직업, 한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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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큐입니다.
뉴스레터를 새단장 했습니다. 우선 레이아웃 디자인을 바꿨습니다. 이전보다 시각적으로 정돈하여 구성 파악이 쉽도록 해보았습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기존 <을지로 도시음악>에 더불어 새로운 콘텐츠도 준비하였습니다. 객원 필진으로 ‘굶찮니’ 님이 <어쩌다가 선생 됐습니다>라는 글로 3주간 3회 함께해 주십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굶찮니 님의 유쾌한 일상과 남다른 표현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울러 저도 <다큐도큐>(정말 이 제목이 최선일까...하)라는 타이틀로 제가 본 다큐멘터리 한 편을 여러분과 공유하는 콘텐츠를 마련했습니다. 냉철한 분석, 신랄한 비평, 찬란한 발견을 원하시는 분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어서 그 기대를 덮어주세요. 가벼운 감상과 이런 다큐도 있다는 존재 소개에 아주 큰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더 열심히 일상을 꾸리게 될 것 같아요. 미라클 모닝. 5AM.
기다려준 구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콘텐츠에 냉철한 분석, 신랄한 비평, 찬란한 발견 및 시시콜콜 번뜩이는 생각을 주시면 밤새 고민해보겠습니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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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Happen
by Tame Imp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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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스트레스 관리 측면에서 여러 공부를 하는 와중에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선배의 특강을 들었다. ‘감정표현 글쓰기’에 관한 강의였다. 자신이 느끼는 스트레스에 대해 나만 읽을 수 있는 글을 자유롭게 20분동안 쓰게 하는 것. 이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직면하고 그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뭐 일종의 ‘치유적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글쓰기를 공부했던 나에게 참 인상깊은 주제였고, 오랜만에 생각이 환기되는 기분이었다. 아주 오래전 10년도 더 된 학부시절에 ‘치유적 글쓰기'라는 강의가 생각나 버린 것.
글은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읽는다는 전제하에 쓰게된다. 누군가와 깊게 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소중한 통로. 그 통로를 나에게 낸다는 건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글의 독자가 ‘나'밖에 없다는 것이 ‘치유적 글쓰기’의 핵심. 내 자신과 깊게 대화하는 순간을 경험하기 위한 행위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에서 가치있는 일이다.
특히나 내가 이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꽤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다수가 나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수많은 검열 후 글을 마무리 하지만, 매주 한 편 내가 느낀 감정, 음악에 대한 감상, 있었던 일들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개인적 정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연애편지였고, 때로는 참회하는 반성문이었고, 때로는 부모님 전상서기도 했던 이 글들. 아주 개인적인 글을 공개적인 장소에 걸어놓는 덕분에 나는 마치 유리로 된 방에 있는 기분이기도 했다. 그 기분은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아주 주관적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매주 글을 쓸 수 있고, 심지어 누가 읽어주기도 하니 이보다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
양의 주관적 감상
Tame Impala. 임팔라 길들이기라니. 참 인디밴드스러운 이름이다. 게다가 일정부분 사람이름 처럼 보이기도 하는 참 묘한 작명센스다. 2007년 호주에서 활동하는 Kevin Parker가 만든 밴드. 기본적으로 기타를 치는 것으로 음악 활동을 했고, 다양한 악기를 다룰 줄 알기에 집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면서 밴드를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원맨 밴드형태를 유지한다.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도 직접 부르며, 믹싱도 본인이 직접한다. 다만 라이브를 혼자서 할 수 없기에 많은 세션을 거느리고 공연을 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지만, 3집 [Currents]에서 신스팝으로 사운드가 확 바뀌어 등장했는데, 그 당시를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깊다. 꼭 한번 앨범을 통으로 들어보시길 추천.
+<The Less I Know the Better (Official Audio)> by Tame Impala
쓰다보니 예전에 소개했던 적이 있는거 같다.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Yes I'm Changing (Official Audio)> by Tame Impala
정말 앨범의 모든 곡이 좋다. 꽤 철학적인 내용의 가사도 있는가 하면, 너무 일기장 같은 개인적인 내용의 가사도 있다. 그런 면에서 글을 쓰는 것엔 참 다양한 힘이 있다. 모든 창작활동이 그러할 것 같다.
+<Mind Mischief (Official Audio)> by Tame Impala
2집 [Lonerism] 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락에 좀더 가까운 앨범이라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감각적이고 인디스러움에 매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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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 만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직업, 한국어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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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우와, 그럼 외국어를 겁나 잘하시겠네요?”
못한다. 드럽게도. 나의 직업을 부끄럽게 여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직업을 설명하고 있다 보면 뭔가 구구절절이 TMI가 따라붙는 것은 비단 나의 성격 탓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어’+‘교사’. 정말 친숙하고 알 만한 두 단어가 ‘퓨전 합!’만 하면 정체불명의 ‘사이어인’이 되어버린다. “손오공도 알고 배지터도 알겠는데 얘네가 왜 합체하는데?”
요즘 K-POP 열풍이니 뭐니 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서울의 번화가란 번화가에서 외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아니 외국인들만 보이는 일이 허다하다. 안산, 인천, 화성, 포항 등 코리안 드림으로 외화벌이를 하러 온 외국인들도 많고. 요컨대 나는 이들이 넘어야 할 언어장벽에 사다리를 놓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인기가 있는 직업도 아닌지라 만나는 사람마다 도대체 뭔 일을 하는지 설명해야만 한다. 친절하게 설명할 때도 있지만 하루 온종일 아주 곱디고운 바른 한국어만 몇 시간 뱉다가 돌아오면 설명하기도 지칠 때가 있다. 그러다 쥐꼬리만 한 강사료가 들어오면 슬랭 한국어 ‘싯발!’을 외치며 맥주를 깐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데?
외국인 원어민 강사들이 한국어 일절 없이 영어를 가르쳤던 모습을 떠올리면 내 직업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100% 한국어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수업한다. 외국어는 할 줄 알아도 쓸 수 없다. 만약 비영어권 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마상’입고 컴플레인 건다. 가끔 내가 할 줄 아는 외국어를 쓰는 학생이 와도 나는 그 외국어를 이 악물고 참으며 그 곱디고운 한국어 단어 중 가장 쉬운 단어로 설명을 이어 나간다. 하고 싶은 말과 입이 따로 노는 불일치의 정석을 보여주는 멋진 직업이다. 싯...
내 입장에서는 업무로써, 학생 입장에서는 상당히 실없는 반복 질문을 하루 4시간에서 많게는 그 이상 하는 직업이다. “지난 주말에는 뭐했어요?”나 “서울의 날씨는 어때요?”같은 질문으로 학생들을 괴롭힌다. 훌륭한 학생들이 많지만, 학생들을 보고 있자면 내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공부를 쳐 안 한다. 물론 유학이라는 ‘신세계’에 가장 좋을 나이에 왔는데, 공부를 하는 것이 신통하다. 나는 그들에게 ‘어항 속 문어’가 되어 하루 4시간 동안 괴롭히면서 한국어에 ‘적응’하도록 만든다. 학습은 솔직히 하는 사람만 알아서 한다.
이렇게 수업도 하고, 상담도 하고, 기타 잡무도 하면서 월급은 쥐꼬리만 하게 챙겨가는 명예 80~90으로 스탯 잘못 찍은 직업이다. 밸런스 패치 따윈 없다. 정규직을 가뭄에 콩 나듯 뽑아서 강제로 마을을 옮겨가며 퀘스트를 깨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것은 기회가 되면 설명하겠다.
굶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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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퍼 니먼
감독 Morgan Neville
출연 Christoph Neimann
개봉 2017
길이 44분 40초
관람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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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다큐멘터리 <앱스트랙트>는 편마다 분야가 다른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첫 시즌(현재 두 시즌 공개됐다)에만 총 8명의 디자이너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중 고민할 것도 없이 내 최애는 첫 번째 작품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퍼 니먼 편이다.
이토록 명시와 함축으로 이 다큐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잘 표현한 첫 샷이 또 있을까. (위 이미지) 그리고 출연자 크리스토퍼 니먼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이뤄진 화려한 타이틀 시퀀스와 통통 튀는 음악. 다큐멘터리가 스타일리시할 수 있다는 걸 내게 처음 알려준 작품이다.
또한 다른 편과 달리 출연자 소개와 정보를 넘어선 전개되는 이야기가 있다. 크리스토퍼 니먼은 그동안 수많은 <뉴욕 타임스>의 표지를 그려왔다. 이번에도 작업을 맡게 됐는데 주제가 ‘증강현실’이었다. 니만은 고민 끝에 나온 작업물을 <뉴욕 타임스> 관계자에게 보여주며 회의를 한다. 어떻게 될까? 이렇게 적어만 봐도 궁금해진다. 이야기의 힘이다. 다른 편에는 부족했던 영상을 끝까지 보게 하는 동력이다. (물론 다큐멘터리는 언제 찍는가 그 타이밍도 중요한데 촬영 시점에 그럴 만한 이야기 소재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오전 9시를 가리키는 시계가 등장하며 본 영상이 시작되는데 영상이 끝날 때는 오후 6시의 시계가 나온다. 니만의 하루가 끝나면서 영상도 끝나는 그 위트도 좋다.
여담이지만 니먼 형의 책 <Sunday Sketching>도 샀다. 일상에 존재하는 사물에 니만 형의 스케치가 더해지면 전혀 다른 생명력을 지닌 사물이 된다. 표지부터 사로잡는다.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봐도 흐뭇하다. 가장 비싸기도 하지만.
도큐 season & 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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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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