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결혼 안 할 거야?
석사 1학기가 되어 선배들과 처음으로 스터디 들어갔을 때, 같은 전공 박사 과정 선배가 인사말 대신 처음으로 한 얘기였다. 나는 장난 삼아 욕설을 퍼 부었을 때 ‘죄송하지만, 잘 못 알아들었어요.’라고 대답하는 Siri나 빅스비 류의 Ai처럼 비틀거렸다.
사실 다른 학문에 비해 ‘한국어교육’ 분야는 역사가 오래 되진 않았다. 완전 신생 학문도 아니고 뜨고 있는 인기 있는 학문도 아니다. 한 곳에서 계속 강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강사료 시급 개념으로 알바처럼 이 학교 저 학교를 나눠서 뛴다. 학교에서는 정규직을 잘 안 뽑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만약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은 상태라면 남는 시간에 육아에 투자하기도 한다. 모으는 돈보다는 교통비, 식비 등으로 다 깨져 버리니까 수라의 길인 박사 과정을 밟아 대학 강의를 노리는 분들이 많다. 남자 선배들은 특히 더 그랬다. 급여 이슈 말고도 기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한국어 교사 중에 남자 선생님은 참으로 드물다.
우여곡절의 석사 2년이었지만 정신차리고 보니 나는 강의를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읽어 본 사람들은 갑자기 대학원 얘기를 왜 하는지 궁금해할 것 같아서 왜 앞서 이 빌드업을 했는지 설명하겠다. 꼭 대학원에 가야 하는가.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혹시나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어교원’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직업을 말한다. 여기에는 1~3급의 등급이 존재하는데 취득하는 방법이 상당히 세분화가 되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교 어학당에서는 석사과정을 통한 2급을 선호한다. 그 이외의 급수도 간혹 뽑기는 하지만 대부분 처우가 좋지 않고 일탈한 애들, 비자 만료된 애들 잡으러 다니는 사감 선생님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 소개하자면, 기존에 한국어를 가르치던 사람들이 자격없이 무분별하게 가르치던 것을 부랴부랴 제도화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 이주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경우 그들의 부모가 가르치곤 했다. 이게 잘 안 되는 경우는 학교나 교회에서 가르쳤다고 한다. 다른 나라 사정도 비슷비슷하다 보니 자격을 부여하고자 3급 자격을 신설했다고 한다. 나는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3급 시험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시험 합격률 40%의 극악의 필기를 붙고 실기 시험장에 가 보니 웬걸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그득했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의 수험번호를 보여주며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었다. “저도 시험 보러 왔어요. 아니라니깐요.” 이렇게 나이 드신 분들은 그동안에 자격증없이 주변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분이거나 소일거리로 배우시는 분들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정리하자면 2급은 원래 있던 급이었고 3급은 새로 생긴 하위 급이기에 기존 제도로 자격을 얻은 선생님들을 선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3급 자격은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어려운 시험에 비해 일 구할 때는 별 작용을 못하는 자격이기 때문에 석사 2급을 추천한다… 아니 추천하지 않는다. 대학원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돌아 가. 학부 과정 2급도 있지만 안 해봐서 모르겠다. 그냥 일반 회사를 가거나 일반 회사를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결혼을 생각한다면 본인이 여자든 남자든 배우자가 RICHRICH한 분을 만나기를 바란다.
굶찮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