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하는 이유
앞선 두 편에서 이 직업에 대한 매운 맛만 소개한 것 같아서 송구가 스럽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기도 해서 마음이 참 안 좋기는 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직업에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기쁨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해도 이게 잘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다.
나는 다른 한국어 교사분들에 비해 좀 맛탱이가 간 선생이다. 이 직업은 사명감이 어느 정도 없다면 오래하기 힘든 직업이다. 한국어를 널리 알리려는 사명감, 올바르게 알리기 위한 실력, 그리고 약간의 국뽕이 가미된 문화 전파 의무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동심파괴 내지는 한국의 매운 맛을 전파하며 적당한 선에서 그들의 환상을 파괴해 오고 있다. 얘들아 미안해.
가령, 몇 안 되는 남자 선생님 중에서 하필이면 나같이 못난이 선생이 들어와서 놀랐냐며 ‘서프라이즈 머더.퍼x’를 시전하면 아이들은 처음엔 ‘아니에요. 잘생겨요!(이 와중에 틀린다)’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다 수업이 지루하면 정말 내 외모에 질렸는지 잘생긴 ‘오빠들’의 릴스를 힐끔힐끔 보며 수업을 듣지 않는다. 배신자들. 해외에서 가르칠 때는 허황된 코리안 드림을 가진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이들에게 이주 노동의 참혹한 현실과 경쟁의 현장을 들려 주며 공부 졸라게 해야 한다고 일깨워주곤 했다. 이쯤 되면 나는 새디즘이 가미된 못된 교사인가 싶다. 이렇게 가르친 애들이 그래도 꽤 되는데, 잘 나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꽤나 기분이 좋고, 이 맛에 가르친다.
자격증 외에 필요한 것들이라면
긍정적이고 생각이 막혀 있지 않으며, 중립기어 잘 박고, 남 얘기 잘 들어주는 인내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직업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말을 쉴 새 없이 해야 하지만 인내심 있게 듣고, 말하게 유도하고, 많으면 끊어버리는 사회자 기질도 필요하다는 것을 일하면서 느낀다. 아, 앞선 편에서도 말했지만 돈 버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도록 하자!
외국어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해외 현지에 나가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계신다. 특정 국가에서 계속 일할 때 그 나라 언어에 능통하면 여러모로 유리하다. 국내는 조금 다르다. 여러 국가 아이들이 한 반에 모여 있어서 특정 나라의 언어만 사용하면 안 된다. 사실 단일언어 화자 교실에서도 100% 한국어로 수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지의 단어를 조금씩 섞어서 쓰기도 한다. 어설프게 할 줄 아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나중에 뜻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기 때문이다. 어려운 단어도 최대한 쉬운 단어를 사용해 가면서 전달을 해야 한다. 이러한 답답함을 극복하고 스킬을 쌓아 가며 성장하는 것이 이 직업의 특징이다. 물론 숙제를 개떡같이 해 와도 찰떡같이 이해하고 고쳐주는 이해력과 포용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