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대립이 있을 때 님은 보통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저는 쓸데 없이 생각이 많은데 민첩하고 재치있는 편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데 굉장히 오래걸리는 편입니다. 특히나 보다 논리 정연하고 명확한 대화를 위해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려 하는 습관 때문에 더더욱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근래에 있던 일을 돌이켜 보자면 당연히 동업자와의 의견대립이 전부입니다. 함께 일을 하다보니 어느 누가 맞냐 틀리냐의 대립을 넘어서 어떤 선택이 우리 일에 도움이 될까 고민해야 하는 스팟이 있죠. 그럴때마다 대화가 더디고 잘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생각 많은 저 때문에 종종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요즘 인지행동상담 강의 시간에 기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떤 생각 때문에 고민이 많아지고 행동으로 옮겨지는 시간이 지연되거나 고민이 잘 해결되지 않는 것은 기분 혹은 감정을 해결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침 제가 요즘 겪는 의견대립들을 떠올리며 고민하던 중에 교수님이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고민하던 눈동자를 읽혔나...) 그래서 A라는 사건을 예를 들어 아주 간략히 설명하고 내가 고민했던 스팟들을 이야기했습니다.
교수님의 다음 질문은 '어떤 기분이었나요?' 였습니다. 어떤 기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던 부분이었습니다. A라는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만 하던 나는 내 기분을 (혹은 상대의 기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뭐 어찌되었건 내 기분이 어땠는지가 질문이니 돌이켜 생각하면서 '답답하다' '고민된다' '멍해진다' 등의 기분을 나열하며 대답했습니다.
교수님의 다음 질문은 '화가 나거나 짜증나진 않던가요?' 였습니다. 마치 제가 내담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저는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입니다.' 라고 대답하며 제 의견도 완벽하게 맞을 수 없고 상대방의 의견도 완벽하게 틀릴 수 없기 때문에 화를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설명했습니다.
'화를 내지 않는 게 도움이 되던가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걸 좋아하는 저는 '화를 내면 달라질까요?' 라는 질문을 도저히 참기 어려웠지만 다른 좋은 기회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시 접어두었습니다. 그 찰나를 읽었는지 교수님은 자연스럽게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괜히 심리학 교수가 아닌건가...) 마치 똥을 덜 닦은 기분으로 한동안 생각에 빠져있다가 예전 치열했던 시절의 상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양은 화를 안내서 문제에요. 멱살잡고 니가 맞냐 내가 맞냐를 해야 하는데 안하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문제들을 만났을 때 매번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만 따지려 들다 보면 외려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정도로 이해가 됩니다. (내가 그래서 연애를....) 어렵습니다. 사실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려는 것은 하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내 기분을 헤아리려 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의견대립 때는 기분을 잘 살펴봐야하나... 덜컥 화를 내야하나... 고민만 남습니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버립니다.
의견대립이 있을 때 님은 보통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뭐 꼭 업무상황이 아니어도 관계나 연애나 모든 면에서요.
이런 저런 상황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양 드림.
ps
사이드 바이 사이드... 캐바캐 사바사...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