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가게를 열고 손님 맞이 준비에 한창인 때였습니다. 그런데 저녁 6시 오픈인 업장에 정확히 저녁 6시에 한 손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조금 놀랐죠. 우리 가게는 소주를 주력으로 파는 술집이기에 저녁 6시 오픈이지만 오픈런 하는 손님은 거의 없거든요. 주방에서 오픈 준비를 하다가 놀란 마음을 뒤로하고 응대를 했습니다.
자리를 안내하며 몇분이시냐 여쭈니 웬걸 혼술을 하러 오신 손님입니다. 오픈런에 혼술이라... 물론 어떤 반응을 하더라도 실례일 수 있으니 아무렇지 않게 안내를 드렸죠. 뭐 우리 가게에서 혼술한 손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니 의아했지만 어렵지 않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했습니다.
자리에 물과 함께 수저를 세팅을 해드리면서 주문을 하실까 잠시 대기하던 때에 대뜸 언제 제일 바쁘시냐는 질문과 함께 이런 저런 질문을 하시기에 '아, 어디 근처에서 자영업 하시는구나! 야레야레.. 이렇게 티나게 염탐하는 건 곤란하다구...'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오픈런 혼술남의 한마디. '저 혹시.. 양님...?' 응...?
알고보니 이 뉴스레터의 오랜 구독자였습니다. 순간 너무 얼떨떨하여 에? 하고 한 3초 동안 멈췄던 것 같네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덥석 악수를 청하고, 주문하신 안주와 술을 빠르게 서빙한 뒤 자리에 앉아 한참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당연하게도 너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간단한 호구조사와 궁금했던 것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마구마구 털어 놓은 것 같아요. 이 뉴스레터의 역사를 잠시 되짚어야 했기에 옛날 옛적 이야기도 오랜만에 하게 되고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모두 공유하기는 어려우나 인상깊었던 점은 생각보다 음악이 이 콘텐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사람과 이런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대화를 하다보니 예전에 일했던 기억 때문인지 마구마구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싶은 마음이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그런점에서 지금까지 추천드린 음악들을 모으고 모아서 청음회 같은 걸 해도 좋을 것 같고요.
조금은 염두해두었지만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이미지가 굉장히 반전의 여지가 있다는 점... 실제 양의 이미지는 구독자님들이 상상하는 양의 이미지와 매우 다를 수 있다.... 심지어 제가 여자로 느껴질 수도 있다라는... 부분이 재밌기도 했습니다. (저 89뱀띠 남자 노총각 수염쟁이 아재입니다... 호옥시나 오시는 분들이 또 놀라실까봐... 속인적은 없지만 양심(?)고백...)
아무튼 이렇게 저의 구독자와의 첫 대면이 이뤄졌습니다. 얼떨떨 하네요. 서로 너무 신기하고 영광(?)이라고 몇 번이나 인사를 주고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님도 놀러... 오실거죠? 놀러오시면 양과 함께 간단하게 술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읍니다... 많이 즐거운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즐거울 것 같아요.
그럼 기다리고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 드림.
ps
먼길 오셨는데 도저히 익명으로 둘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대웅님... 그냥 공개할게요. 울릉도에서 생활하면서 멋진일을 하고 계신 우리
구독자 정대웅님 구경하고 가세요. 울릉도 가실일 있으면 더 자세히 구경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