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정상이라는 단어와 비정상이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습니다. ‘기계가 정상 작동합니다.’ 혹은 ‘프로그램에서 비정상적 행동이 발견되었습니다.’ 정도가 익숙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람에게 정상, 비정상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어떤가요.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의 움직임을 정상적이다 비정상이다 이야기 하는 것도, 친구들 끼리 서로 성격이 정상이다 비정상이다 농담을 하는 것도 마냥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것 같진 않습니다.
제가 처음 정상이라는 단어가 불편했던 기억을 떠올리자면 어느 글인가에서 '정상 가족'이라는 단어를 발견했을 때입니다. 정상 가족이라니. 그럼 비정상 가족도 있다는 건가? 가족의 형태는 너무 다양한데 그 다양함 속에서 '정상 가족'이라는게 정해져 있다는 건가? 무슨 이런 단어가 있어? 정도의 소감이 있었죠.
참고로 정상 가족은 아빠, 엄마 그리고 정상 자녀... 그러니까 혼인한 남녀 사이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난 자녀를 포함한 핵가족의 형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혼 가정, 아이를 입양한 가정, 동거 가정, 동성 결혼 가정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녀가 없는 딩크족도 '비정상 가족'에 속합니다. 이런 규정에 동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마 20-30년 전에는 정상 가족이 그렇게 불편한 단어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혼한 가정에 대한 시선도, 노총각 노처녀에 대한 시선도 꽤 따가웠으니까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관념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느 시대에는 정상이되고 어느 시대에는 비정상이 되는 것들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합의로는 '정상 가족'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기 때문에 그 정의가 불편한 거겠죠.
정상과 비정상을 다수와 소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도 쉽겠네요. 다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예전과 다르게 정말 다양한 소수가 존재하고 존중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굳이 어떤 관념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라는 문장은 이제 반박불가의 명제일까요?
님은 여전히 정상과 비정상이 나뉜 불편함 속에서 얼마나 자유로우신가요.
3월도 이제 다 지나가네요.
날씨가 따듯해 질듯 비정상적으로 춥습니다. 마음만은 따듯한 주말 되시길.
감사합니다.
양 드림.
ps
건강검진 결과 거의 모든 면에서 매우 '정상'이 나왔습니다. 만, 평소 소화불량이나 더부룩함이 좀 있었는데 '십이지장 궤양'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조금 컨디션이 떨어지면 십이지장에 궤양이 생기는 몸뚱아리였더라고요. 보통 위산이 과다분비되어서 십이지장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데 음, 이제 좀 평소에 속이 불편했던 이유가 이해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