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주 일요일에는 풋살팀에서 풋살을 하고,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는 농구팀에서 농구를 합니다. 꽤나 격한 운동을 주 3일 유지하고 있는데요. 농구를 신나게 하던 어느날 사고가 터졌습니다. 정확하게는 왼손 중지의 인대(혹은 힘줄) 파열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중학생 때부터 즐겨 하던 농구를 20대에 들어서 그만 둔 이유는 부상이 잦아서 였는데요. 워낙 농구가 부상위험이 크고 심지어 저는 안경까지 쓰기에 더더욱 농구를 멀리 했었죠. 지금까지 농구를 하다가 부숴진 안경만 10개는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농구를 그만한지 10년도 더 된 지금, 우연한 기회로 농구 동호회에 들어가게 되어서 농구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부상이 여전히 두려우니 평생 끼지도 않던 렌즈 까지 껴가면서 안경을 벗고 고글까지 써 가면서 농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늘 그럴듯 한 계획은 실패하듯 눈이 아닌 애먼 손가락에 부상이 생겨버렸네요.
의사의 진단은 인대가 아주 얇아서 초음파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부위가 파열됐기 때문에 수술도 의미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운이 좋지 않으면 손가락에 장애가 올수도 있다는 무서운 진단입니다. (글을 쓰느라 잠깐 깁스를 풀고 있었는데... 다시 해야겠다...)
안그래도 주방 일에 서툰데 주방에서 일을 할 때도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글을 쓰기위해 타이핑하는 것도 불편해졌습니다. 당연히 농구는 한동안 못하게 되었고, 기타를 치는 것도 못해~ 포커 칠 때도 카드도 못 섞어~ 축구는 발로 하니까... 좀 해볼까... 했다가 의사가 안경 너머로 저를 보는 그 경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네요. (30대 남성 사망원인 1위...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는단 마인드...)
휴 아무튼 날도 풀려서 이제 정말로 스포츠의 시즌이 열렸는데 손가락 빨게 생겼고, 주방에서 칼질하는 것도 학교에 써야할 과제나 시험도 한트럭인데 큰일 났습니다. 날은 화창한데 몸은 답답하고 근질하네요. 몸 전체에서 0.1% 차지할까 말까하는 아주 미세한 상처에 이렇게 무력하게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니...!!!
님 건강 잘 챙기셔요...
부디 손가락 끝 하나도 다치지 마시길...
양 드림.
ps
지난 뉴스레터와 여러분들의 답장을 보면서 '제가 싸움이 싫어서 너무 피해온 것은 아닌지' 이런 저런 고민을 해봤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무리 열정적으로 싸워 봐도 답이 나오지 않고 상처만 남았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화를 내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단정짓고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생각의 꼬리를 물고 오랜만에 감정의 근원지에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썩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지만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ps2
아 그리고 화도 내본 사람이 낸다고... 지난주 뉴스레터 이후 마침 논쟁이 있었는데요. (논쟁 거리도 안되는...) 화를 (같지도 않은 화..) 좀 내어봤는데 화를 내다가도 제가 민망해서 화를 못내겠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실수한 스팟에서 화를 냈으니 말 다했죠. 하지만 놀랍게도 결과적으로는 지금 까지는 논의 되지 않았던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는 이야기가 나와서 다행입니다만... 미안해 미안해~ 역시 화는 안내는 편이...
ps3
정말 마음에 드는 음악을 만났습니다. 역시 음악은 70's!!! 80's!!! 라고 외치며 생소한 가수이름을 살펴보며 앨범을 뒤적거리는데, 아... 2022년 릴리즈된 앨범입니다... 정말 충격적인 경험... AOR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밴드라니... 훌륭한 브라스 사운드와 건반의 톤, 쫀쫀한 기타와 하모니카 솔로까지 거를 타선이 없습니다... 그럼 여러분들도 즐감하세요!
ps4
그나저나 투표 하셨나요? 어렸을 때는 투표를 해야해! 안하면 x신~ 을 외치며 열심히 투표를 권장했는데, 지금은 그 조차도 못하겠습니다. 차악을 골라야하는 고통이 점점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그냥... 이제 소신껏... 생존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