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계선 지능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능 장애라고 판정이 되지 않는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상 범주의 지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사람들이죠. 이들은 사회적인 안전망 그러니까 장애인을 보호하는 사회적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 동시에 정상 범주의 사람들에게도 외면을 받거나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경계선 성격 장애라는 말도 있는데요. 그러니까 정신병 진단을 받기에는 어렵지만 신경증 증세보다는 훨씬 심한 수준의 성격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상담치료에도 접근이 달라집니다. 스펙트럼에 따라 (신경증에 가까운 지 정신병에 가까운 지) 치료 수준이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경계선 성격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새로운 치료를 따로 계획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능이든 심리상태든 경계선에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치료의 문제에서도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이기에 정확한 기준이나 패턴도 없기 때문이죠.
저는 성격상 중간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 잘하지도 아주 못하지도 않는 그런 상태가 편안하고, 어느 한쪽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서 확실한 색깔을 유지하기 보다는 중간 어딘가에서 누구에게도 적이 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편이 되지 않는 회색인간입니다. 진짜 포장하고 좋게 이야기하면 스페셜리스트 보다는 제너럴리스트 라는 거죠.
그런데 가끔은 중간을 유지하려 하는 그 애매한 태도가 종종 인생의 발목을 붙잡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어떤 방향이나 색깔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의 특출난 성과를 내기가 어렵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다양하게 해결하는 능력은 있지만 큰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힘이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어떤 경계선에서 항상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꼴입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가끔 한 주가 뒤흔들릴 정도로 힘들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