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지구상에서 아무도 모르는 저만의 크리스마스 보이콧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가능한 크리스마스 시즌에 약속을 잡지 않고 크리스마스 이브 밤부터 크리스마스가 끝나는 12/26까지 집 밖에 절대 나가지 않는 행동으로요. 저에게 크리스마스는 너무 거추장스럽고 어딜 가나 사람이 많고 복잡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습니다. 살다보면 무려 여자친구/남자친구가 있는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도 있고, 간혹 친구들에게 멱살 잡혀 빈 가게에서 보드게임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올해 양의 크리스마스 한 줄 요약)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밤, 저의 크리스마스 보이콧 플랜의 시작은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시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생각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진 영화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매일이 거짓말이고 가짜 인생을 살고 있는 프랭크(디카프리오)는 크리스마스 때 마다 칼(톰 행크스)과 통화를 합니다. 프랭크는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에게도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뒤엉킨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날 그 누구에게도 전화 할 사람이 없는 인생이죠. 몇년 째 미꾸라지 처럼 도망치던 희대의 사기꾼이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마스 때 마다 자신을 추격하고 있는 FBI에게 자신의 속 마음을 모두 털어 놓습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수표를 위조하고 끙끙 앓던 프랭크는 크리스마스에 자신을 잡으러 온 FBI 칼을 보자마자 반갑게 웃음을 보입니다. 이제는 정말 잡힌다는 불안감 보다는 자신의 이 엉망인 삶을 구원해줄 사람으로 보일 지경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칼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에게 인사하듯이 웃으며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외쳐버립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는 그 어떤 날보다도 복잡하거나 쓸데없이 거추장스러운 날이어선 안됩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날이어야 합니다.
님은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내셨나요. 선물은 이제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마음 따듯하고 근심 걱정 다 털어버리는 날이었길 바랍니다.
양 드림.
ps
가게를 산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아서 확정은 아닙니다만, 여차 저차 이러쿵 저러쿵 해서 더 이상 점프블루는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언제 어디선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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