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이 레터를 길게 이어 나가다보니 좋은 점은 내가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기록이 명확히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런말을 했었다고..? 하면서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기록되어있죠. 덕분에 2022년 뜨거웠던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면접을 봤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당시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맡아 일을 하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공부를 해야겠다 다짐하고 저질렀던 일이었죠.
그렇게 상담심리대학원에 진학하고 3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성장함은 물론이고 삶의 방향도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특히 마지막 학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시간적으로 가장 가까워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강의들이 정말 주옥 같았거든요. 3년간의 수확을 모두 이야기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가장 크게 배웠던 것은 상담을 통한 치유의 의미입니다.
예를 들자면, 상담은 우울한 내담자를 우울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내담자가 언제든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 있도록 버튼을 달아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든 화가 날 수 있고, 언제든 우울해져도 됩니다. 다만 내가 언제든 그 감정을 끄고 켤 수 있는 버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깁니다.
드디어 졸업입니다. 다섯 학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여전히도 아는 것이 별로 없고 부족함이 많습니다만, 졸업 만큼은 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네요. (짝짝짝)
또 이렇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갑니다. 앞으로도 기록될 제 인생과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많이 즐겨주세요. 아 그리고 편지도 많이 써주세요! 저는 구독자의 마음이 너무 궁금합니다.
양 드림.
ps#1
지난 주. 구독자 분이 저희 가게를 방문해주셨습니다. 폐업한다고 하니 아쉬워서 방문하셨다고 합니다. '언제든 만날 일이 있겠지' 같은 마음으로는 만날 수 없고, '다시는 볼 기회가 없다'는 다급함이 우리를 만나게 하네요.
알고보니 저엉말 예전 부터 레터를 읽어 온 진성 구독자셨습니다. 너무 반가웠고 너무 재밌는 시간이었답니다. 서로 궁금한 게 꽤 많았는데 시간 관계상 짧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구독자의 마음이 너무 궁금합니다. (계속 왜 구독했냐 왜 자꾸 읽어보냐 질문해서 죄송합니다...)
언제든 편히 만나러 와주세요. 아직 네이버 지도에 점프블루를 쳐서 전화를 걸면 제가 받고 있습니다. 미리 연락을 좀...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ps#2
'리오에서의 지난 여름'이라는 제목과 어울리게 묘한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한겨울에 듣는 여름 주제의 음악이 꽤 따듯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악기들로 가득 차있는 것도 너무 마음에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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