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술을 진탕 마셨습니다. (그래봤자 술 잘 못마심) 사실 저번주에 적었어야 할 이야기 거리인데요. 저번 레터는 간소한 새해 인사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번주에 썰을 풉니다.
2024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친한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삼겹살에 소주.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에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메뉴였죠. 친구가 술이 덜 됐는지 한잔 더 하자기에 잠시 고민했습니다. 워낙에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2025년 카운트다운을 혼자하면 혼자했지 남자와 단둘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자기가 살 테니 가자고 했지만, 저는 시큰둥. 아 그러면 재즈에 위스키는 어떠냐는 말에 새해고 남자고 나발이고 콜.
그렇게 올댓재즈를 갈까 부기우기를 갈까 아님 클럽에반스를 갈까 공연정보를 찾아보다가, '올댓재즈는 이사가고 좀 별로...' '부기우기는 좀 시끌벅적 대화가 어려울 것 같....' '에반스는 너무 멀어서 에반데...' 등등의 문제들이 생겼고 결국 잘 아는 바에 가서 신청곡이나 뒤지게(?) 걸어보자 하고 바에 갔습니다. 아담하면서도 멋지고, 캐주얼하면서도 클래식하고, 기본 안주로 황태를 주는 품격과 파격이 아주 훌륭한 바, '12 chairs' 입니다.
바에 앉아 위스키와 칵테일을 박살내면서 동시에 지금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경쟁하듯 쏟아냈습니다. 둘 다 음악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또 그 취향마저 비슷해서 천만 다행인 순간이었습니다. 나중엔 바텐더가 우리의 대화를 들으면서 따로 곡을 신청하지 않아도 그 음악을 틀어주는 지경에 달했습니다.
바텐더와 농담따먹기도 하고, 아무말도 않고 음악을 듣다가, 또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가득 채우기도 하고, 2025 카운트다운에 거국적으로 한잔 하고, 너무 진지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지나간 신청곡을 또 틀어달라고 부탁하고, 그런 말도 안되는 부탁마저도 용서가 되는 2024년 마지막날이었습니다.
매주 무슨 노래를 올려 놓을까 고민하는 이 공간의 주인 다운 한 해 마무리였네요. 님 올 한해도 좋은 음악과 함께 소소한 글로 매주 찾아뵙겠습니다. (준비된 남자)
잘 부탁드립니다.
양 드림.
ps
재즈는 trio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quartet이 더 좋습니다. 기존 피아노, 드럼, 더블베이스 구성에 브라스가 들어가니까요.
ps2
아 참고로 알 사람은 다 안다는 12 chairs 라는 바는 지도에 검색해도 위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혹시나 가시려면 이태원동 66-2 지하1층 입니다. 좌석이 12개 밖에 없어서 가게 이름이 12 chairs 입니다. 자리가 종종 없을 수 있습니다는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