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오랜만에 구독자에게서 온 편지를 토대로 생각을 정리합니다.
타인이 해주는 말을 통해서 무언가를 할 용기와 확신을 얻는 심리는 뭘까요. 분명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그냥 바로 해주면 될 텐데, 왜 그 말을 타인을 통해 듣고 싶어 하는 걸까요. 다소 이상한 심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확신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실패라는 두려움이 머리에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라는 내용의 궁금증이었습니다.
우선 심리학을 주제로 위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개인의 심리보다는 사회심리학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린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교류하며 살기 때문입니다. 위의 궁금증도 개인의 영역이 아니고 타인에게서 용기와 확신을 얻고 있는 상호작용의 영역이니까요.
많은 사회심리학 이론 중 동조 현상으로 그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조 현상은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이 집단에게 큰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동조 현상은 집단주의가 발달한 한국사회에서 더 크게 작용합니다. 익히 아시겠지만 한국사회는 개인이 집단의 눈치를 심하게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요즘 한국사회에서 다양성과 다름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많이 형성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한 마음 한 뜻' 같은 키워드가 뚜렷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타인이 나의 행동과 생각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심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다르게' 사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지 않나요? 그 피곤함에서 벗어나는 빠른 방법은 내가 최대한 남들과 비슷하게 살거나, 나와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주변을 가득 채워 내가 '다른 것이 아닌'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고 피곤해서 남의 눈치 하나도 안보고 개썅마이웨이로 사는 것도 방법 중 하나겠고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나 자신으로도 충분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기확신'과 '실패의 두려움' 영역에서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개인의 심리 상태를 들여다 보아야겠지만, 개인의 심리문제가 아닌 사회와 문화의 문제로 바라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수 백명의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수 천명의 사람이 눈치를 줘도 해내고 마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대단한 사람을 위해 단 한명의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매주 이렇게 글을 싸지를 수 있는 힘도 비슷합니다. 항상 잘 읽고 있다고 말해 주셔서, 가끔은 크게 공감해주셔서, 음악을 너무 잘 듣고 있다고 말 해주셔서 이렇게 매주 이어 나갑니다.
님. 저는 그거면 그냥 백년 만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양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