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의, 그리고 지속가능한 요리의 미래상 Newsletter Issue 92 8 Oct, 2021 ∙ 1356 Subscribers 이따금 마음 한구석이 텅 하고 호젓해진다. 가을이긴 한가 보다. 사실 가을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0월 즈음이 되면 으레 본능적으로 사람들의 감정 주기가 이맘때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10월 탓이라 부르기엔 구체적이라 멋쩍어서 가을 탓이라 하는 것이다. 그쪽이 문학적이고 어감도 예쁘다. 미화되는 느낌도 있고. 정녕 가을은 꽤나 억울하겠지만.
공허의 실체가 뿌열 때면 허탈감도 든다. 안개를 걷어낼 수 있다면 월세라도 써서 닦고 싶다. 그러지 못하니 공허함은 점점 초연해져만 간다. 그래도 겨울이 되면 나머지 세 계절과 확연히 다른 풍경과 온도에 그런 마음도 잊힐 것이다. 어쩌면 가을이 짧은 이유는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만 하고 정신 차려서 이제 추위에 대비하라고. 오늘에 집중하라고.
이 정도면 됐다. 청승도 그만하고 먹던 설렁탕이나 마저 먹어야겠다. 공허하다고 죽진 않지만 안 먹으면 죽는다. 과학.
마음 한 켠 호젓함은 오늘 한 걸음 더 초연해졌다. +지난 주 을지로도시음악 'ときどき私は......(토키도키와타시와/두근두근 나는)' 오역이 있었습니다. 'ときどき私は......(토키도키와타시와/때때로 나는)'으로 정정합니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으로 번역을 하다보니 실수가 있네요. 짚어주신 구독자 분 고맙습니다. 세상에 세심한 능력자가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번역에 앞으로 더 신경 쓸게요:)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영국의, 그리고 지속가능한 요리의 미래상 [UK/London]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イーヨー by 石橋和子(Ishibashi Kazuko) 3. Movie by 단편극장 면도 4. Novel by 단편서점 다음 주부터 <킬러, 조기자>가 연재됩니다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영국의, 그리고 지속가능한 요리의 미래상 [UK/London] 바로 comber 2021년 7월 19일, 영국 런던에서는 전면적인 록다운 해제와 함께 마스크 착용 의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사라졌다. 하지만 밀폐된 환경을 피하기 위해 테라스석과 가든스페이스를 갖춘 음식점들이 여전히 인기다. 5월 중순 런던의 전통 패션부티크 <브라운스> 내에 문을 열었으며 산뜻한 안뜰 테이블을 갖춘 <네이티브앳브라운스(Native at Browns)>가 화제다. 메뉴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 수확된 제철 영국산 소재와 야생 식재료를 사용해 식품폐기율을 줄인 창작 일품요리다. 일반적으로 폐기되는 대구 볼살을 튀기고 다진 해초를 버무려 넣은 타르타르 소스로 먹는 미니 햄버거 ‘네이티브 피시휠레(8.5파운드=약 14,000원)’는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다. 영국은 섬나라다. 그래서 “조금 멀리 나가 해변에 가면, 많은 종류의 해조류를 스스로 채집할 수 있다. 바다의 소금기와 미네랄을 포함한 해조류를 비롯하여 영국내에 풍부하게 서식하면서도 아직 발견된 적 없는 흥미로운 식재료를 발굴해 요리로 구현해 나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 가게의 창시자의 한 사람이자 헤드셰프인 아이반(Ivan Tisdall-Downes) 씨. 칵테일 메뉴에도 그 콘셉트가 반영돼 있어 식초에 절인 해초를 올리브 대신 곁들인 씨위드 마티니(15파운드=약 24,300원)가 인기다. 또한 엄선된 내추럴 와인이 갖추어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런던시민의 ‘숨은 스팟’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Native at Browns 39 Brook Street, London, W1K 4AH ☎+44-(0)20-7549-5999 12:30~14:30、17:00~20:30, 테라스석 12:30~20:30 일, 월 휴무 콤버노트 오렌지와인은 간단히 말하면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포도품종을 가지고 레드와인의 공정으로 만든 것이다. 세상에 없던 것은 아니지만, 재발견 된 케이스다. 오렌지글로우의 마케팅 방식이 흥미롭다. 오프라인 테이스팅 클래스는 물론, 구독모델부터 온라인 테이스팅 클래스까지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도 일단은 통신판매가 합법화된 전통주 쪽에서는 이미 시도되는 부분도 있다고 아는데, 타 주종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해 보인다. イーヨー by 石橋和子(Ishibashi Kazuko)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주말 동안 친구들과 캠핑에 다녀왔다. 학창시절
함께 놀던 친구들이라 아주 유치하고 원초적이고 엽기적으로 놀았는데, 진짜 어릴 때 만난 친구들이라 그런지 10대에서 정신연령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었다. (원숭이처럼 놀았다는 뜻) 이 변함없이
원숭이 같은 친구들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각자 서로를 이해하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너무 오래도록 봐와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서로를 지구 끝까지 이해해줄 수 있는 관계라는 게 참 고맙다. 예전 같았으면 치고 박고 싸우고 난리가 났겠지만 요즘은 서로 좀 여유롭게 이해해준다는 기분이다. 누군가를 이해해 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 본연의 모습 그 자체를 존중해 준다는 것,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다 보니 누군가를 깊게 이해해주는 단계에 들어서면 상대방에 대해 아주 깊은 생각이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무심하고 신경
쓰지 않는 태도와 매우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다. 혹시 내가
아주 무심하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내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웬만큼 오랜 일본가수의 정보를 찾는 데는 이골이 났지만, 이상하게도 이시바시 카즈코의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건 2집 밖에
내지 않은 가수라는 점. 이번에 소개하는 곡은 데뷔 앨범의 1번 트랙이다. 소개하는 곡을 포함한 모든 곡을 카즈코가 직접 작곡했다. 편곡에는 일전에 소개했던 스즈키 시게루가 맡았다. 작업한 앨범은 적지만 그럼에도 꽤 오래도록 활동을 하는 듯하다. 우리의 영원한 친구 유튜브를 찾아보니 작년에도 피아노 치면서 노래를 부르시더라. 작업물이 적은 것 치고는 여전히 음악활동을 하고 계시다. 양 season & work 에이비의 감상 노트
회사 복도에서 만난 김과장은 전날 소개팅 했던 여성의 인중이 거뭇거뭇했다며, 민희의 인중을 들여다보며 비웃는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민희는 전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고 외출을 준비하면서 본인의 인중을 본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인중이지만 오늘 김과장의 말이 계속 신경 쓰였는지 이내 면도를 시작하는 민희. 익숙지 않은 면도로 인해서 끝내
인중에 상처가 나고 만다. 상처가 난 민희를 보고 전 남자친구는
쉰소리를 해대며 민희를 만지려 한다. 그렇게 전 남자친구가 민희의 인중 상처에 손을 대자 끝내 민희는 폭발한다.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만지지 마세요. 저 오늘 선배랑 자러 나온거
아니에요!”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그 중 하나가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생각이 있어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 그 침묵의 분위기는 다양한 덩굴들이 엮어져서 당사자를 압박한다. 어떤 사람은 점차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 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최근 나에게 ‘자신들의 업무 온도’에 맞춰줄 것을 강요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요청이다. 서로 인간 대 인간으로 맞춰 가자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나에게 본인들이 해야할 일들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 이런 ‘분위기’로 사업이 진행되었던 것처럼. 내가 뭔가 문제점이 있다고 말하면
내가 ‘분위기’를 잘 못 맞추는 사람인 것처럼. 그렇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매우 소소하게 다가오는 무례함. 이런 무례함이 곧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이런 무례함이 곧 폭력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2018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아시아단편상’을 받은 이 영화는, 한국어 제목은 <면도>이지만 영어로는 <Good Girl>이라고 명시 되어있는 것처럼, 단편적으로 보면 여성들이 남성들의 성적 취향에 맞춰야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지적한 영화이다. 하지만 감독이 코멘트를 한 것처럼, 민희의 인중에 난 상처는 단순히
여성의 상처를 초월한 이 세상 속 상처를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고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에이비 다음 주부터 <킬러, 조기자>가 연재됩니다. ![]()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해당 날짜에 업로드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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