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최근 종결된 상담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지막 상담 날에는 내담자에게 상담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을 묻게 되는데요. 내담자가 상담이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등등의 상투적인 따듯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상담 첫날의 기분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첫날 저를 보자마자 '아, 이 사람에게는 어떤 말이든 털어 놓을 수 있겠다.' 싶었다는 겁니다.
자신이 상상했던 상담사의 이미지와 너무 다르고 너무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이미지여서 (칭찬 맞나...) 어떤 말을 해도 이해해 줄 거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자기가 상상했던 전형적인 이미지의 상담사였다면, 무언가 보수적일 것 같고 다양한 경험보다는 건실하고 정답 같은 사람일까 자기도 모범생인 것 처럼 본 모습을 숨기고 정상 범주(?)의 이야기만 했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마침 상담일을 하면서 '내 차림새가 너무 정숙하지 못한가?' 하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뭐 엄청 요란하게 입진 않습니다만.. 뭐.. 어쨌든 이런 저의 차림새나 추구하는 분위기를 내담자가 불신하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걸 넘어서 불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사람들이 상담을 신청하면서 어느정도 기대하고 상상하는 분위기나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상담사가 유니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이미지가 명확하진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기대하는 이미지와 저는 좀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저의 개성있는 모습이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여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습니다.
제가 요즘 상담을 한다고 하면 다들 걱정의 눈빛과 함께 힘들지 않냐고 물어봅니다. 아마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평소 제가 내뿜는 분위기가 무언가 자유분방해서 이런 걱정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은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힘들지 않습니다. 너무 힘든 케이스를 아직 만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저의 성향이 상담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정서적 공감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내담자의 감정에 이입이 되어 힘들 정도로 빠지지도 않습니다. 어떤 케이스를 만나도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며, '이 사람이 왜 이럴까?' 깊은 고민을 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게다가 저는 인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애초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명확한 정답이 없다는 것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와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기본적으로 남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한 타입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내담자가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 좋고, 저도 내담자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심리 상담을 대하는 태도가 좋고, 철학이 깊다 해도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처음 보는 내담자가 알아봐줄리 없죠.
결국은 돌고 돌아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어떤 분위기를 풍겨야 할지 (고민고민하지 마 Girl~) 고민입니다. 저는 꽤 쓸데없이 진중하고 딥한(?) 사람인데,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거의 일본 양아치 폭주족이라고 느낄수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 여태 직장다운 직장도 한번 다닌적이 없는데,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답지 않게 꽤 진지한가 봅니다.
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