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 <바닐라 스카이>를 봤습니다. 2001년 작품이니 벌써 25년이 되었네요. 언제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났는지... 20대 시절에 항상 인생영화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이 영화를 대답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 영화를 주기적으로 봤었는데 이번에 거의 10년만에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이유는 모름;)
2000년대 초반 영화 판이라면 필름과 디지털이 공존하던 시대일 겁니다. 90년대에 이미 디지털 카메라로 영화를 찍을 기술력이 있었지만 대중화되기 전이었고 오히려 필름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죠. <바닐라 스카이>도 역시 필름으로 찍은 영화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나오는 콘텐츠에 비해 따듯함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하게 되면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요즘 대화 주제가 많이 바뀌어 좋아하는 영화를 묻거나 대답할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서로 묻고 대답할 시간이 별로 없는 기분...) 오랜만에 자문자답으로 <바닐라 스카이>라는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감독 카메론 크로우의 작업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카메론 감독은 애초에 음악잡지 <롤링 스톤>에서 기사를 쓰던 에디터 출신이거든요. 카메론 감독이 작업하는 모든 이야기에는 음악이 아주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도 배경으로 쓰일 음악을 틀어 놓고 배우들이 감정을 잡을 수 있게 만든다고 합니다.
꿈을 주제로 한 영화라 그런지 몽환적인 느낌의 음악이 주를 이룹니다. 이 영화에 흐르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포함해 모든 대중 음악,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뽑으라면 오늘 소개한 Radiohead의 곡이 되겠네요. 워낙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이기도 하지만, 첫 장면이 정말 유명한 영화이니만큼 그 장면에 쓰인 배경 음악이 가장 좋을 수 밖에요.
오랜만에 다시 보니 예전에는 잘 신경 쓰지 않았던 데이빗(톰 크루즈)과 맥케이브(커트 러셀)의 정신 상담 장면들이 눈에 밟힙니다. 물론 실제 정신 감정과는 전혀 다른 데이빗이 만들어넨 허상에 불과하지만 데이빗의 정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허상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볼 수 있는 재밌는 장면들이 눈에 밟힙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떠들 수 있다니 신이나네요. 3박 4일은 더 떠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지면(?)의 한계로 이만 줄입니다. 언젠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늘여 놓고 함께 떠들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교차가 심하고, 각종 알러지가 올라오는 계절입니다. 부디 몸조리 잘 하시고요.
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