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아주 짧게 만나느라 정신이 다소 없었지만 맛있는 것도 먹고 밀린 근황 토크도 좀 했습니다.
종종 이 공간에 어머니를 만나서 한 이야기를 쓰거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쓰긴 했지만, 생각보다 어머니 자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사실은 이 공간에 글을 너무 많이 썼기도 했고, 무슨 말을 했는지 찾아보는 것도 일이 되어버려서 또 똑같은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잘 모르겠다면 읽는 사람 입장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감각으로 그냥 써보겠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사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어머니는 이 글을 보시고 종종 피드백을 주시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이고 단어를 고르게 되긴합니다. 익히 알고 계실 아버지와의 불화에 대해서도 항상 신경을 쓰시기에 더욱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운 것도 있고요.
어머니는 일면 무서운 면이 있지만 또 일면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관계에 있어서 아주 명확한 기준이 있고 상대방이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엄마 잠깐 눈감아..) 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에는 그 명확한 기준이 올곧고 깨끗해서 곁에 있는 사람도 함께 올곧게 되거든요. 명확하고 똑부러진 기준은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나아갈 수 있는 현명함이 됩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주 혹독한(?) 교육을 받으며 학창시절을 견뎌(?)서 그런지 웬만한 풍파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그런 힘입니다. 너무 강해서 버거웠지만 너무 강해서 여전히도 어머니에게 기댈 수 있습니다. 물론 어렸을 때 처럼 어머니 치마폭에 안겨 울고 떼를 쓸 수는 없지만,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것에 준하는 정서적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만남에선 죽음에 관해 이야기 했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몇 발자국은 더 죽음에 가깝긴 하지만, 그런 아버지를 보살피는 어머니 입장에서는 덩달아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이겠지요. 그래 엄마도 무섭고 걱정되는 부분이 많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양아 내가 죽으면~ 장례식도 하지말고 납골당에 안치도 하지마라~ 그냥 강물에 흘려보내줘.' 라면서 아주 깔끔하고 간소한 죽음 뒤의 행동 지침을 말씀하시더라고요.
듣는 사람 입장에선 긴 시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에 벌써 그런 이야기를 하냐는 서운함이 몰려왔지만, 어머니는 저에게 항상 강인한 사람인지라 저에게 정서적으로 하소연 하는 것도 웃기긴하겠다 싶었습니다. 문득 어머니도 사람이고 여잔데 정서적으로 힘든 건 없나 걱정되긴 하네요. 다음에 그 태토녀를 만난다면 즙을 쥐어 짜서라도 정서를 좀 건드려봐야겠습니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니 조금 마음 편해지는 구석도 있긴 하더라고요. 미리미리(?) 부모님과 이런 대화를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