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들쥐>를 봤습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강력히 추천할 만큼 단점하나 없이 완벽한 드라마라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연출적인 측면에서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소재인 동화의 내용을 현실적으로 잘 버무린(?) 센스 측면에서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그 동화의 내용입니다. 주인공이 손톱을 아무데서나 깎아서 버린 탓에 들쥐가 그걸 먹고 똑같은 사람이 되어서 일어나는 헤프닝이죠. 드라마에서도 이 동화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집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죠.
난데 없이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나 나보다도 더 나 같은 사람 행색을 하니 진짜가 누구인지 가짜가 누구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누가 선한 사람이냐 악한 사람이냐 구분하기도 어렵게 플롯이 짜여져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고요.
동화에서는 내가 '나'라고 아무리 증명해도 쉽지 않았던 일이 고양이(타인)로 인해 아주 쉽게 해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것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무도 내가 진짜 나라는 것을 증명해주지 않죠.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남이 해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잔인한 무력감을 느끼는 주인공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도대체 누구인가? 라는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현실에 맞닥뜨려 세상에 나를 증명하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족이 나를 증명해주는 것인지,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나를 증명할 수 있는지, 친구들이 나를 증명해주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 가족도 없고 아무런 직장도 없으며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서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가요? 나는 이렇게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결국,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것은 나의 외부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올바르게 '나'로 살아왔다면 나의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 어떤 손톱을 먹은 쥐든, 나와 똑같이 성형수술을 하고 온갖 정보를 훔친 사람이든 그 무엇이 와도 내가 나로서 세상에 서 있을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껍데기와 허울에 집중하기 보다는 나 자신과 대화를 하고, 무언가를 쫓는 삶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삶이 그 무엇도 위협할 수 없는 고유한 내가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