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변하지 않는 이유 25 Mar, 2022 ∙ 1481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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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인가, 성인 남성 혼자 겨우 들법한 묵직한 스피커들이 벽에 달려있고 술도 파는 곳에 들렀다. 친한 동생 녀석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15평 남짓 되는 공간 천장에 달린 붉은 조명 빛들이 바닥으로 번갈아가며 부서졌다. 자욱한 인공 연기에 실루엣만 보이는 청춘들은 빠르지 않은 비트에 몸을 흔들고 있었다.
공간을 메우는 강한 베이스 울림이 심장에 쿵쿵댔다. 신기하다. 충분히 강한 울림인데 심장은 요동하지 않았다. 그 기분이 꽤 나쁘지 않았다. 심장밖 상황과 대조되는 차분한 감정이 오히려 편안했다. 까먹고 싶지 않아 구석에 걸터 앉아 이렇게 끄적일 정도다. 갑자기 비트가 빨라졌다. 환호성이 들린다. 눈앞에 사람이 가방과 함께 씰룩쌜룩 댄다.
화장실 앞에서 줄 서고 있었다. 한 사람이 오더니 “오줌 많이 급해요? 참을 수 있어요?” 라고 했다. “네, 뭐…”, “전 지금 여기서 쌀 것 같아요.” “그럼 먼저 쓰세요.” 솔직한 사람이었다.
집에 가는 지하철 안.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연기와 심장을 치대는 베이스가 없는 일상의 장면으로 돌아왔다. 실루엣이 아닌 적나라한 얼굴과 행색이 어색하다. 몸 담은 주변이 얼마나 큰 삶의 변화를 주는지 되새기는 밤이었다. 또 기억난다. 이 문구. “당신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주변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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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Can You Feel The Force by The Real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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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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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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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 지인들을 돕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하나는 카페의 일을 돕는 것이고, 하나는 기업 행사의 보조역할을 하는 일. 갑작스럽게 주변 지인이 일손이 달리기도 했고, 마침 나도 본업이 비수기라 할 일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냉큼 소매 걷고 돕고 있다.
둘 다 내가 해왔던 일이고,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예전에 일하던 곳의 상사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남이 잘 되게 열심히 일을 해봐라.’ 그러니까 다시 말해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남을 위해 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훨씬 일이 잘 된다는 것이다. 처음엔 ‘뭔 개소리야. 나를 위해서 일하는 게 훨씬 잘 되는 거 아니냐?!’ 라고 생각 했었다.
하지만 요즘 정말 온전히 남을 위해서 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일을 하다 보니 보이는 게 조금씩 다르고 내 주변의 공기도 달라진다. 디테일한 경험을 공유하긴 어렵지만 어렴풋이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렇다. 내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리고 남을 돕는 일을 열심히 하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한 방향이 생겼다. 그리고 그 일을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졌다. 온전히 남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 조금은 느꼈던 것 같다. 둥글게 살자 그리고 남을 위해 아낌없이 나를 쓰자.
+<You Gotta Keep Holding On> by The Real Thing
이 앨범의 B면은 <You Gotta Keep Holding On> 맬로우한 소울 성향의 곡이다. 요즘 레트로 소울 장르로 인기를 몰고 있는 Silk Sonic이 딱 이런 느낌의 곡을 지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Chris Amoo, Dave Smith, Kenny Davis, Ray Lake 이 네 명의 보컬로 이루어진 Real Thing은 1970년에 결성한 영국의 소울 훵크 그룹이다. 밴드의 구성원까지 합하면 총 아홉 명이지만 4인조의 보컬을 내세워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9인조 밴드이지만 활동은 하우스 밴드를 가용한 4인조 보컬 그룹이다. 나중엔 Chris Amoo의 형인 Eddie Amoo까지 합류해서 활동하기도 한다.
76년에 발표한 <You to Me Are Everything>으로 첫 차트 성공을 거두었다. 이 싱글은 UK 싱글 차트에서 1위, 빌보드R&B Singles차트에서 29위에 올랐다. 후속곡인 <Can't Get By Without You>는 미국에서는 차트에 오르지 못했지만 영국에서는 여전히 성공을 거두며 2위에 올랐다.
2002년 Daft Punk의 Thomas Bangalter가 DJ Falcon과 함께 Together라는 이름으로 싱글<So Much Love to Give>을 발표했다. 이 곡은 Real Thing의 1977년 노래 <Love's such Wonderful Thing>을 샘플링한 것. 다프트 펑크 형님 덕분에 7080 soul funk를 더 즐겁게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
+<So Much Love To Give> by Together
+<Love's Such Wonderful Thing> by The Real Thing
위 곡의 원곡 <Love's such Wonderful Thing> 아주 기분 좋은 훵크 소울. Silk Sonic이 풍기는 향기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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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Will Kindrick
출연 John Bubniak, Corey Potter
개봉 2020
길이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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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의 감상 노트
최근에 촬영 때문에 덕성여대, 건국대, 성균관대를 방문했었다. 캠퍼스가 북적거리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로 멈춰있던 캠퍼스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온 것 같은?! 황량하게 느껴지던 캠퍼스들이 이렇게 활기를 띄는 것을 보며 역시 건물과 공간은 사람이 있어야 생기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마치 나도 대학생인 것 마냥(마스크 덕분에) 학식에 앉아서 그들과 함께 돈까스를 먹었다. 활기 넘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축구 경기 관전하듯이) 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 함께 밥 먹는 사람이 심장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아! 외로워!”
그래! 캠퍼스의 봄은 로맨스지!
멀지 않은 미래, 정부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서 이상적인 짝을 찾아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법으로 재정하였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나의 연애를 돕는 다니! 정말 환상적이라 생각하겠지만, 문제는 정부가 제공하는 기간 안에 매칭되는 짝을 찾지 못하면 국가기관으로 보내져서 평생 홀로 살아야한다. 그래서 블레이크는 시한일 하루를 남겨두고 엄청 초조하다. 목욕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이성과의 매칭을 시도한다. 그러다가 실수로 기계를 물 속에 떨어트리고, 갑작스럽게 공간 이동이 펼쳐진다. 그리고 나탈리를 만나는데..
영화는 얼핏 보면 국가의 연애 통제 시스템을 통해서 요르고스 난티모스(Yorgos Lanthimos)의 <더 랍스터(The Lobster)>가 떠오르기도 하고, 연애 매칭 알고리즘 시스템을 통해서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의 <HER>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 작품들 보다 뒤에 만들어진 작품이니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감독의 이야기를 이들의 방식에 착안해 잘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아주 좋은 오마주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을 듯!)
연애의 무한 루틴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헤어지고, 술을 엄청 퍼 마시고, 그렇게 몇 주를 폐인처럼 지내다가 겨우 겨우 정신을 차려 주변의 환경들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그렇게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올 때가 되면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는! 이 작품의 블레이크가 순식간에 워프 되는 장소들은 그런 블레이크의 방황과 노력을 담은 블레이크의 연애 무한 루틴을 짧고 빠르게 담아낸 것 같다. 그리고 끝내 그녀를 다시 만나는 곳이 집 뒤에 있는 분리수거장임을 보여주면서, 사랑은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임을 암시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데이팅 앱이 많다. 아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접촉할 기회가 줄어 더 크게 발전한 것 같기도 하다. Tinder와 같은 시스템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불만을 펼칠 생각은 없지만, 사랑은 끝내 사람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블레이크가 그렇게 만나고 싶어했던 그녀를 어이 없게 분리수거장에서 만나는 것처럼, 사랑은 서로 손을 맞대야 한다. ‘연애를 하고 싶으면 집 앞 버스정류장에라도 앉아있으라’는 말이 있다. 다들 봄이 다가와서 싱숭생숭한 기분인 거 다 안다!(유부남은 다 안다!) 핸드폰을 끄고 밖으로 나가시라! 저번 주에도 말했지만, 봄이 오고 있다! 벌써 꽃들이 피었다! 밖에 나가라!(마스크는 꼭 착용하시고) 사람들을 만나라! 그리고 사랑을 하시라!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이 작품은 2020 로드아일랜드 영화제와 AT&T 미래 영화제에서 크게 호평을 받았다. SF적 요소를 사용하였지만, 크게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요소가 호평의 주된 이유였다. 이처럼 작품을 연출한 윌 킨드릭(Will Kindrick)은 화려하고 세련되지만,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를 주로 이야기한다. 본래 이 분은 영화감독보다는 LA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더 유명하다. 아이스큐브(Ice Cube), 브라이언 윌슨(Brain Wilson), 케스케이드 (Kaskade) 등의 유명 뮤지션들과 많은 작업을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좀 ‘힙’하시다)
블레이크 역을 맡은 배우 존 법니악(John Bubniak)는 어렸을 적부터 스파이더맨의 광팬이라 마블 스튜디오 스파이더맨 오디션에 목숨을 걸고 준비했다는 일화가 있다 (아쉽게 톰 홀랜드에 밀렸지만) 그래도 PS5에서 제작하는 스파이더맨 게임에서 피터 파커 역으로 캐스팅이 되어 그 아쉬움을 많이 달랬다고 한다. (그런데 게임 이미지 보다 실물이 더 잘생겼다!)
+월 킨드릭 유튜브 채널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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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8회
“꼭 뭐가 있을 것 같지 않냐? 기자의 직감으로 느껴지는데.”
이 선배가 말했다. 선배는 새로운 장난감을 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신난 얼굴이었다.
그날 점심, 용희는 정치부 김준호 선배와 함께 회사를 나가 여의도로 나갔다. 점심식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 전후로 거의 살다시피 했던 여의도였는데, 잠시 안 갔더니, 일하러 가는 것임에도 회사에서 나와 차에 타니, 여행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운전도 착한 김 선배가 했다. 차가 한강을 지나는 순간, 나는 조수석에서 창문 내렸다. 사무실을 벗어난 평일 11시의 서울 공기는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선배, 우리 뭐 먹는다고 했죠?”
배가 고파진 나는 선배에게 물었다.
“안 그래도 너한테 물어본다는 거 깜빡했다. 최 의원 보좌관이 엊그젠가? 연락이 와서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거든. 음식점 예약한다고.”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일식이랑 중식을 물어봤는데, 중식 먹자고 했지. 왜, 별로야? 너 둘 다 잘 먹잖아?”
김 선배가 물어봤다. 나는 마침 어젯밤에 술도 마셨는데 잘 됐다고 생각했다.
“좋아요. 마침 어제 자기 전에 한잔만 하려던 게... 많이 마셔서, 짬뽕 생각이 간절했거든요. 그리고 기자랑 정치인. 거기에 고급 일식당. 조합이 딱 영화 속 빌런 느낌이 나잖아요.”
여의도를 앞두고 김 선배랑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물론, 대부분의 이야기는 김 선배가 했다. 김 선배는 오늘 만나는 최민준 의원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김 선배는 대부분의 정치인들과 친했다. 곰돌이 같은 선배의 체형과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복스럽게 살이 오른 얼굴은 정치인들과 술자리가 만든 것이다. 아니, 원래 좋은 사람인 선배가 취재를 위해 만나다 보니 살이 오른 것이다. 김 선배는 최민준 의원과 만날 때 조심할 것을 이야기 했다. 그건 단 하나, 그의 아내 이야기였다.
판사 출신의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 강남 8학군 출신에 학력고사(나이가 좀 있다. 아니 의원치고는 좀 어린 편인가?) 전국 1등 너무 뻔한 스토리를 가진 최민준이 선택한 대학교는 서울대 법대도, 의대도(문과라 어차피 못가지만..) 아니었다. 육군사관학교였다. 군사정권도 아닌 시절에 부잣집 도련님이 박봉에 명예도 없고 고생만 하는 군인의 길을 선택했다. 대학진학만으로도 19살 때부터 전국의 화제 인물이 된 그는 특전사 근무와 여러 차례의 해외 파병 경험을 가진 엘리트 장교의 길을 걸었다, 동기 중에서 선두그룹을 달리던 그가 결혼한 사람은 특전사 근무 시절에 만난 보육원 출신의 여군 중사였다. 젊고 잘생긴, 그리고 스토리를 가진 잘생긴 육군 장교는 분단국가인 한국 정치권에서 보수와 진보 모두가 탐내고 있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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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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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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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heavyfeather.doc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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