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있다면> 29 Apr, 2022 ∙ 1500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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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있으면 좋겠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지만 그 외에도 삶에는 마주해야 할 것들이 많다. 입학, 졸업, 입대, 제대, 직업, 갈등, 연애, 이별, 결혼, 이혼, 고독, 실연, 시련 등등. 하나같이 무겁고 쉽지 않다. 하나씩 오지 않고 세트로 오는 경우도 있다. 아니, 대부분 그런 것 같다.
형이라면, 내가 살아온 과정을 좋으나 싫으나 옆에서 계속 봐왔고 어떤 가족환경에서 자랐는지 잘 알고 있는 피붙이 형이라면, 허심탄회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꼰대 같은 말도 좋다. 꽤 날카로운 꼰대일 것만 같다. 터울은 5년 정도가 좋겠다. 앞서 경험하되 너무 앞서서 공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물론 형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거나 간결해지진 않을 것이다. 없으니까바라보는 것이다.
가진 것에 대한 충만함을 느껴야 하는데 없는 것에 대한 공허함을 느끼는 게 더 쉽다. 어리석음인지 나약함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그래도 형이 없는 것보다 있는 편이 좋겠다.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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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vie by 단편극장
Extrem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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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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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미로콰이를 소개하게 되면서 Acid Jazz 장르를 엄청 많이 듣는데, 그런 노래들 중에 하나다. 머슬메모리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드는 묘한 감정이 든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청각이 참 신기한 게 이 음악을 들었을 때 같이 있던 사람들 했던 행동 나던 냄새 봤던 모든 것들이 어설프게 기억이 난다. 설명하기 참 어려운데 예를 들자면, 나는 룰라의 <3!4!>를 들으면 그때 있었던 모래사장과 간이용 TV가 눈앞에 보인다. 그 때 코펠에 끓여서 먹던 카레 맛까지도 기억이 나버리는 것이다.
또 재밌는 건 나도 참 취향 소나무인 것이 브라스 사운드는 필수라는 것. (심지어 예시로 든 룰라의 <3!4!>도 메인 사운드는 브라스다;) Acid Jazz / Disco / Funk 등 내가 좋아하는 장르들은 꼭 들어있는 사운드다. 이들을 대변하는 사운드 요소는 역시 통통 튀는 베이스 라인과 쨉쨉이 기타 그리고 브라스 사운드다.
+<Enjoy> Live Version
<Enjoy>는 라이브 버전이 진짜 죽여준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Acid Jazz 특성상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D’sound도 라이브 세션에서는 온통 어쿠스틱으로 편곡해서 연주하는데 그게 참 맛있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D’Sound. 1993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작한 밴드다. 보컬 Simone Eriksrud , 베이시스트 Jonny Sjo , 드러머 Kim Ofstad 총 세 명의 멤버가 있다. Acid Jazz 혹은 Neo Soul로 장르를 잡고 96년에 첫 앨범을 냈다. 시모네의 특유의 음색으로 꽤 인기가 많았다.
2015년에 발표한 7집 [Sign]을 마지막으로 보컬 시모네가 탈퇴를 하면서 조금 주춤하나 싶더니 올해 발표한 25주년 기념 앨범 [25] 에 시모네가 일부 트랙에 보컬로 참여했다. 2022년 투어에 시모네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돼 팬들에겐 꽤나 희소식.
Acid Jazz는 Jazz의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는 장르고, Neo Soul는 Soul 뮤직의 새로운 형태를 이야기하는 장르다. 이 두 장르를 표방하는 D’sound는 25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음악을 하는 중.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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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Dan Krauss
주연 Monica Bhargava, Jessica Zitter
개봉 2016
길이 24분
관람 넷플릭스
해당 다큐멘터리 영화는 ‘안락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막상 보셨을 때 불편함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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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의 감상 노트
저번 주 뉴스레터에서 쓱 말씀드렸었는데, 요즘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학교로 방문해서 영상 기획에 대해 강의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큰 부담은 아니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영상 비전공자 출신이라(역사, 문화학을 전공한 선비 출신) 생각보다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신경을 쓰고있다.
학생 몇몇은 내가 한 말을 외우거나 심지어 필기까지 한다. 그 모습을 보면 강의내용에 대한 부담보다 책임감이 앞선다. 내가 뱉은 말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 필름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이 작품은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와 그 가족에게 생명 연장 여부를 묻는 중환자실 의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의사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라 25분이 엄청 짧게 느껴지기도, 그들이 다루는 생명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엄청 길게 느껴지기도 하다.
의사들에게 환자들은 개인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의사들의 의견, 태도, 생각들은 환자의 삶과 죽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의사들은 늘 고민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환자와 가족들이기에 의사들의 고민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강의를 준비하는 나의 고민과 의사들의 고민은 어쩌면 비슷한 것이지 않을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삶은 의식하지 못해도 죽음은 의식한다. 똑같이 강의를 의식하지만 그 강의를 청강한 사람들이 받는 영향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지 못한다. 삶이 보여지기 어려운 것처럼, 강의를 배우는 사람들의 미래, 영향은 바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강의 하러 가는 길은 책임감에 걸음이 무겁고,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고민으로 걸음이 무겁다. 이래서 누군가의 선생님, 스승이 되는 것은 어려운가 보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이 작품을 만든 댄 크라우스(Dan Krauss)는 원래 종군 기자였다. 그래서 이 감독 님의 초창기 작품은 군대, 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 작품은 2016년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에서 단편 부분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2017년 아카데미 단편상 최후의 3인까지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을 누렸다. 본인의 초창기 단편 작품을 장편화 한 <The Kill Team>이라는 작품 뒤로 휴식을 선언하셨는데, 그 휴식은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이제 돌아와주세요!)
처음으로 필름 다큐멘터리 작품을 소개한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다큐멘터리라고 ‘인간극장’이나 ‘3일’,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같은 현장 르포 형식의 작품들이 영향력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또한 영화, 필름의 한 카테고리이고 정말 스타일리쉬하고 멋진 작품들이 많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필름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여러분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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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12회
“단둘이요? 아니면 다른 사람도?”
용희가 이 선배에게 물었다.
다음 날 점심, 김 선배는 점심으로 해장국을 먹자고 했다. 김 선배의 몸에는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뒤섞여있었다. 용희가 김 선배에게 어제 집에 안 들어갔냐고 했다.
“냄새나지? 어휴 죽겠다. 안 들어간 게 아니라 못 들어갔어.”
선배는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약속이 또 있었어요?”
“어,.. 있었어.”
선배가 말을 살짝 더듬었다. 용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용희는 정치부 부장에게 이번 주 기사 기획안을 제출했다. 부장은 용희의 기획안이 탐탁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이미 화요일이고, 시간은 마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모든 꼭지에 힘을 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부장은 그냥 진행하라고 했다.
그날 저녁, 용희는 기사 초안을 쓰느라 야근했는데, 옆자리인 김 선배도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녁 9시쯤에 김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는 안 가?”
선배가 물었다.
“아직 조금 더 할 게 남아서요, 선배는 가시게요?”
“응, 어후 죽겠다. 가자마자 자야지.”
“참, 선배. 어제 점심 약속에서 술 마시다가 제가 명함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그 최민준 의원 보좌관 이름이랑 연락처 받을 수 있을까요?”
김 선배는 명함 지갑을 살펴보더니 명함 하나를 꺼내서 용희의 책상에 놓았다. 홍광훈 보좌관.
“왜? 너 정말 마음에 든 거야? 그럼 내가 최 의원에게 이야기해서 자리 마련하고.”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용희는 웃으며 아니라고 하자, “장난이야, 장난. 명함 보고 저장한 다음에 내 서랍에 넣어놔. 갈게.”
용희는 홍광훈 보좌관 명함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는데, 부재중 전화와 문자 하나가 남아있었다. 이 선배였다. 용희는 홍광훈 보좌관의 사진을 먼저 찍고, 이 선배에게 전화했다. 신호음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준호 옆에 있어? 김준호.”
이 선배는 김 선배 먼저 찾았다. 용희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이 선배가 짧게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어디 갔었는지는 말 안 했지?”
“네, 그냥 약속만 있다고...”
“그 약속이 최민준 의원이었어. 부장이 최 의원 만난 날.”
이 선배는 낮에 부장이 불렀다고 했다. 갔더니 역시 부장이 원고를 건넸고, 그 원고에 적힌 건 인천어린이집대마초사건 후속기사였다고 했다. 솔직히 가만히 있으면 그냥 묻힐 수도 있는 사건인데...
“일단, 다음 주도 볼까요?”
용희가 이 선배에게 말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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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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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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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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