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그... 부장 뒤 따라가 본다고 했잖아요. 뭐 없었어요?”
용희가 물었다. 이 선배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아, 맞다 내가 그거 이야기해준다고 했지?”라며 운을 띄웠다.
“가서 보니까 뭐 별거 없더만. 부장이 최 의원이랑 친한 건 원래 알던 사이래.”
“그게 다예요?”
“응. 최 의원이 아무리 육사 나오고 군에서 엘리트였어도 결국 군인이잖아. 그래서 정치를 시작하려고 할 때 여러 사람 만나서 조언도 듣고 그랬는데, 그때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우리 부장이래. 나도 놀랐어.”
말하는 이 선배의 시선은 자신의 앞에 놓인 국밥을 향해있었다. 용희는 이 선배의 말에 적당히 호응해주며 식사 시간을 보냈다.
오후 근무 시간, 용희는 책상에 앉아, 몇 분째 변함이 없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씩 일하는 척을 하기 위해 키보드를 의미 없이 두들기기도 했지만, 금방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용희의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이 선배가 변했다. 식사 시간에 만난 선배의 행동은 어색했다. 용희는 말을 나눌 때도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던 이 선배가 용희의 눈을 피했다. 부장 관련된 질문에는 과도하게 친절했다. 용희가 굳이 물어보지 않은 부분에까지 논문의 주석을 다는 것처럼 설명에 설명을 덧붙였다. 용희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한동안은 이 선배와 거리를 둬야겠다.
금요일 오전, 간신히 원고를 마감한 용희는 스마트폰 연락처에서 ‘조영민 중위’를 검색해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아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용희는 “잠깐만.”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다음, 조용하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용희가 선택한 곳은 옥상이었다.
“뭔데, 빨리 말해.”
스마트폰 너머에서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 인사치레의 말은 됐다고 생각한 용희는 목소리를 바꿔 물었다.
“조 중위. 바빠?”
“어 바빠. 그러니까 빨리 말해. 무슨 일인데? 그리고 나 대위 단 지 3년 넘었다.”
영민도 용희의 목소리가 달라진 걸 느꼈다.
“알았어. 아무튼 너 아직도 특전사에 있지?”
“응응, 뭐야, 뭔 일 있어?”
“그 홍관훈 보좌관... 알아? 아니, 마지막 계급은 홍강훈 중사. 3공수 특전여단 소속.”
“알지.” 영민이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가 필요한 거야?”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