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20 May, 2022 ∙ 1510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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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이나 그룹에 따라 나는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때로는 이런 것이 혼란이기도 했다. 고등학생 친구와 있을 때의 나, 대학 친구와 있을 때의 나, 직장 동료와 있을 때의 나, 사회에서 만난 지인들과 있을 때의 내가 달랐기 때문이다. 각 그룹의 한 명이 대표해서 ‘나’에 대해 묘사하면 각각 다른 사람을 말할 것이다. 그림으로 치면 살아있는 피카소 초상화다. 통일된 얼굴을 그릴 수가 없다.
결국 전부 나다. 깃털처럼 가벼운 면, 쓸데없이 진지한 면, 차가운 면, 따뜻한 면, 찌질한 면, 수다스러운 면, 부적응적인 면. 모두 나다. 그 중에 어느 면이 진짜 너냐라고 한다면 나도 모르겠다. 아무와도 함께 하지 않을 때의 나의 모습이 내게는 가장 익숙한 '나'이기에, 당신이 만난 건 모두 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기도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는 누군가에겐 쓰레기이며 누군가에겐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다. 그 괴리와 모순에 때아닌 사춘기가 삶을 침범하기도 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편이다. 인간은 논리가 필요한 동물이지 본성이 논리적인 동물은 아닐테니.
내 안에는 수많은 면면들이 존재할 것이다. 때로는 나조차 몰랐던 면도 있다. 누군가와 만났을 때는 나조차도 어색한 나의 면이 튀어나오고 그 면이 그 사람과 유독 케미가 잘 맞아 난 그런 사람이 된다. 오래된 친구 일수록 그 면이 안정화돼서 그 친구는 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한다. 나도 물론 그 친구를 그런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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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Shadows (Midnight Version) by Roosev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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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vie by 단편극장
로미오 : 눈을 가진 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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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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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s (Midnight Version)
by Roosev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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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초창기 뉴스레터에서 소개했던 Roosevelt 곡을 오랜만에 다시 듣고 있다. 나는 앨범을 통째로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에 소개하는 곡은 2018년 발매한 2집 앨범의 9번트랙 <Shadows>의 Midnight Version. 그러니까 앨범을 통으로 듣는 이유는 이런 숨은 곡들을 찾을 수 있어서 그렇다. 내 취향에 맞는 곡은 내가 디깅해서 찾아야 한다. 빌보드나 멜론차트에 올라온 곡 말고. (비하하는 거 아님!)
Roosevelt는 1집 때부터 몇몇 곡에Midnight Version을 만들었었는데, 이게 버전들이 참 맛있다. 보통 그의 Midnight version은 네이밍에 걸맞게 톤을 조금 뭉개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악기 구성을 달리해서 좀 더 끈적한 분위기를 만든다. 가령 원곡에선 청량한 피아노 소리가 들어간다면 Midnight version은 신스를 사용해 좀 더 섹시한 면이 있다.
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밴드… 하고 싶다. 어쩌면 나 이세카이에선 락스타 일지도 모른다… 랄까?!
+<Shadows (Official Video)> by Roosevelt
청량하면서도 시원한 원곡 버전도 들어보자.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Roosevelt. 본명은 Marius Lauber. 독일 출신에 90년생이다. (90년대 노래만 소개해도 놀라울 을지로 도시음악에서 90년생이라니!) 뭐 다시 한번 말하지만 90년 데뷔가 아니고 90년에 태어났다. 원래는 드럼을 쳤다. 무명 밴드인 Beat! Beat! Beat! 에서 드러머로 활동했지만 별다른 수확 없이 활동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본인의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싱어송라이터인 데다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기 때문에 직접 모든 것을 프로듀싱한다. 그래서 그의 앨범을 듣고 있으면 참 곡이 비슷하다고 생각이 든다. 이게 나쁘게 말하면 맨날 똑 같은 것만 하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자신만의 음악관이 뚜렷한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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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옥섭
주연 구교환, 이옥섭(목소리)
개봉 2019
길이 2분
관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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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섭, 구교환의 <2x9HD>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에 가장 핫한 블루칩은 누구일까? 류준열, 김태리, 박보검, 윤성현, 조성희 등 여러 배우, 감독들의 이름이 스쳐 지나갈 것이다.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고 나 또한 정말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옥섭, 구교환 커플이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 블루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편영화부터 탄탄하게 필모를 쌓아 <메기>에서 포텐을 터트린 이옥섭 감독과 뛰어난 연기력과 엄청난 연출력까지 가지고 있는 멀티플레이어 구교환 배우! 영화계 핫한 블루칩 커플답게 이 둘은 유튜브 채널 <2x9HD>라는 이름으로 공동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3주 동안 이들의 흥미진진한 단편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에이비의 감상 노트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만약 오감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혹은 어떤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모두 우리가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감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어렵지 않게(or 쉽게) 나왔다. 어쩌면 나의 직업과도 연관이 되는 당연한 대답일 수도 있다. 보는 것, 바로 시각이다.
조선시대 선비, 양반들의 초상화나 자화상을 보면 그 무엇보다 눈을 매우 정밀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선비들은 사람이 어떤 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얼굴에서 가장 그 사람의 정신을 볼 수 있는 부위를 바로 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프로파일러들도 가장 먼저 교육 받는 것 중 하나가 눈에서 드러나는 감정 읽기 라고 한다. 그만큼 눈은 내가 무언가를 보는 것을 넘어 나와 바깥을 이어주는 통로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 통로가 닫혀져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껍데기의 화려함과 자극적인 휘발성 요소들에 익숙해진 눈은, 내면의 울림과 진심을 보지 못하고 껍데기에 불과한 표면의 것에 온 에너지를 쏟는다. 시각은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지 못한다.’는 속물적인 판단의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그 사람의 진실을 표현하는 도구에서 욕망을 표현하는 도구로 전락한 느낌.
그래서 나는 눈이라 대답했다. 가끔 안경으로 보이는 시야가 유난히 깨끗해 보이고 축복처럼 느껴지는 순간처럼,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선 시각이라는 감각을 생각하면 내가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따금씩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참고로 이 글은 안경을 닦으면서 생각나 쓴 글이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이 작품은 이옥섭 감독 단독 연출에 구교환 배우가 프로듀싱한 작품으로 ‘우리 모두 무얼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는 문구를 중심으로 만들었다. 처음에 제2회 평창국제영화제에서 공개가 되었을 때는 ‘괴기스럽다’라는 평가가 많았지만(실제로 좀비물처럼 좀 징그러운 컨셉이 있기는 하다.), 점차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어 지금은 100만 뷰를 돌파한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구교환이 ‘소정이’를 애타게 찾으면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배우 작품에 자주 출연하는 ‘소정’이라는 캐릭터의 데뷔작이다. 마치 아가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뜬금없이 ‘소정’이라는 캐릭터를 자주 출연시키는데, 이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는 두 사람이다.(최근 <괴이> 팬미팅 때도 이 질문이 나왔는데,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 하면서 대답을 피하셨다.)
장소가 홍콩 같지만, 실제 촬영지는 대만이었고 홍콩 느낌을 내기 위해서 장소 헌팅에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촬영 당일은 생각보다 너무 더워서 원래 늘어진 반팔티를 입으려고 했는데, 살기 위해 웃옷을 다 벗는 설정으로 수정하였다고 한다.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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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15회
“그 홍강훈 보좌관... 알아? 아니, 마지막 계급은 홍강훈 중사. 3공수 특전여단 소속.”
“알지.” 영민이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뭐가 필요한 거야?”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만큼은 달라’라고 생각하며 누군가를 믿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금 용희에게 ‘그 사람’은 영민이다.
그 사람만은 영민은 용희와 임관 동기이자, 같은 학교 ROTC 동기였다. 후보생 시절에는 서로 특별하게 친하지는 않았다. 병과마저 달랐다. 영민은 보병장교, 용희는 정훈장교. 각자 육군보병학교와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초군반을 마친 두 사람은 자대에서 다시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특수전사령부로 자대배치 맞은 것이다.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아는 얼굴, 그것도 동기를 마주친 두 사람은 그때부터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용희가 알고 있는 군인들은 많지만, 지금 이 순간에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영민이었다. 영민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용희는 영민에게 홍강훈 보좌관의 군 인사기록에 관해 물었다. 영민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용희는 취재 때문이라고만 대답했다. 영민은 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부대 안이기 때문에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
“너 왜 이렇게 늙었어.”
카페에서 뒤늦게 도착한 영민이 용희를 보자마자 속을 긁었다.
“야, 그럼 사람이 늙지 안 늙냐? 내년이면 서른이야. 그리고 너도 서른이거든?”
말의 내용은 날이 서있었지만, 서로의 표정에는 반가움의 웃음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짧게 안부를 나누고 음료를 주문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음료가 나오고, 영민이 먼저 물었다. 사회생활을 나름대로 겪은 두 사람은 ‘본론’이 나오자 어느새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진짜는 최민준 의원이야.”
“최 중령?”
군인인 영민에게 최민준은 의원이라기보다 중령이 더 익숙했다. 용희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인천 대마초 어린이집 사건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어린 여교사. 그리고 여교사를 범죄자로 몰아간 누군가가 있다. 그런데 그걸 용희네 선배 기자 중 한 명 - 주간고려 부장 - 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기사를 내보내며 그들을 돕고 있었다. 그래서 그 선배 기자의 뒤를 쫓다 보니, 그 기자가 최민준 의원을 지속해서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면 늘 90%쯤 작성된 기사를 후배 기자에게 손을 봐서 내보내라고 했다. 그래서 최 의원이 의심되는데, 그때 만났던 홍강훈 보좌관이 느낌이 좋지 않다. 그 느낌은 정확히 뭐라 말할 수 없지만, 기자의 직감... 아니 여자의 육감이라고밖에 설명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가 용희가 설명한 내용이었다. 혹시 몰라서 김 선배나 이 선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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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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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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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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