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제작 결정> 27 May, 2022 ∙ 1527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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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로 했다. 감독/각본은 친구다.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대학 동기다. 영화 제목은 ‘오디션’.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면서 겪는 강렬한 경험의 단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2회 촬영으로 감독, 배우, 스태프 총 10명의 현장이 될 것이다. 이걸 다 내 돈으로 한다. 나는 왜 그랬을까.
금전적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제작 비용이 당장 삶에 무리 가는 금액도 아니다. 예술을 꿈꾸는 친구보다 상대적으로 속세와 친하게 지내서 형편이 좀 나을 뿐이다. 속세라는 말이 나왔으니 속세적으로 표현하자면 작은 투자에 비해 얻는 경험과 성장 가치가 높다. 즉 가성비가 좋다. 라고 믿는다. 그럼 합리화를 시작해 보자.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것이 응원하는 친구의 것이라면 더할나위 없다. 다른 방해나 의견 없이 온전히 의도한 대로 찍은 새로운 세계를 보고 싶다. 그 과정을 주체적으로 체험하고 싶다.
다른 역할의 시각으로 영화 제작 과정을 보는 것도 기대된다. 작은 규모지만 프로듀서로서 영화 탄생 과정을 경험할 예정이다. 팀워크 작업이 기반인 영상업에서 다양한 시선을 얕게나마 체험하는 건, 훗날 내가 감독으로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다른 역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재능과 실력은 방구석에서 발현되지 않는다. 실전이다. 좋은 감독이 되려면 영화를 많이 찍어봐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좋은 감독 중에 영화를 한 번만 찍어 본 감독은 없을 것이다. 특히 영화는 다른 예술과 달리 혼자할 수 없다.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해야 완성할 수 있는 독특한 장르다. 인건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각 분야에서 욕망이 있는 사람들과 그 친구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모이면 제작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 실제로 이 단편영화를 찍는다고 결정했을 때 배우, 스태프, 촬영 장소를 섭외하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 제작 비용은 최소한의 실비 정도다. 감독을 꿈꾸는 친구의 실전 경험을 도모하면서 나 또한 함께 성장하고 싶다.
장르는 다르지만 친구나 나나 필름 산업(혹은 예술)이라는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다. 냉정한 현실과 속세에 닳는 건 어쩔 수 없다만 헤엄치는 방법마저 잊는 서로의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언젠가 바닷길 틈이 보일 때 친구와 내가 여전히 물고기이길 바란다.
+물론 시나리오가 재밌는 건 기본이다. 그리고 ‘아몰랑, 직진’, 할까 말까 하면 갈까 말까 하면 가자는 올해의 마인드셋도 작용했겠지. 영화 저작권은 내꺼...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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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Haven’t You Heard by Patrice Ru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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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vie by 단편극장
대리운전 브이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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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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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n’t You Heard
by Patrice Ru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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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Funky한 사운드를 추천한다. 최근 이래저래 바쁜 일 때문에 (나중에 썰 풀어드림) 스트리밍으로만 음악을 듣고 있다. 그렇다 보니 좋은 점도 많은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꽤 괜찮은 곳으로 나를 데려다 준다. 이번 노래가 정말 처음 들어보는 가수의 음악인데, 듣자마자 취향을 저격 당해버려서 약간 놀라웠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가수를 찾았다면 앨범을 들어볼 차례. 앨범 [Pizzazz]를 들으면서 퇴근한다. 아니 양은 프리랜서(라고 쓰고 백수라고 읽는) 아니었나요? 뭔놈의 퇴근이 있나요?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만 조금 상황이 달라졌달까요. (긁적).
+<Settle For My Love> by Patrice Rushen
잔잔한 사운드로 메인 곡과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곡. 디스코 펑크 하는 사람들은 꼭 이렇게 발라드도 잘해버린다니까~.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Patrice Rushen. 결혼을 하면서 성이 Louise로 바뀌었지만 가수 활동명은 Rushen으로 이어갔다. 54년 캘리 로스엔젤레스 출신. 3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시작했고 대학교도 피아노를 전공할 정도로 피아노에 소질이 있고 진심이었다.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한다.
패트리스 누나는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는 중에 Prestige라는 레이블의 눈에 띄면서 정식 데뷔를 하게 된다. 피아노를 정말 기깔나게 치는 것과 동시에 노래도 잘해서 눈에 확 띈 듯. 소화하는 장르도 굉장히 다양한데 오늘 소개한 <Haven’t You Heard>처럼 펑키한 곡도 소화하면서 R&B 발라드 등의 부드러운 곡도 소화해냈다.
피아노를 치기에 직접 작곡하는 것에도 소질이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곡을 본인이 작업한다. 그럼에도 1974년에 첫 앨범 [Prelusion]을 시작으로 총 14개의 스튜디오 앨범을 작업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음악활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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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옥섭
주연 박명신, 김재화, 구교환
개봉 2019
길이 9분
관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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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섭, 구교환의 <2x9HD>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에 가장 핫한 블루칩은 누구일까? 류준열, 김태리, 박보검, 윤성현, 조성희 등 여러 배우, 감독들의 이름이 스쳐 지나갈 것이다.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고 나 또한 정말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옥섭, 구교환 커플이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 블루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편영화부터 탄탄하게 필모를 쌓아 <메기>에서 포텐을 터트린 이옥섭 감독과 뛰어난 연기력과 엄청난 연출력까지 가지고 있는 멀티플레이어 구교환 배우! 영화계 핫한 블루칩 커플답게 이 둘은 유튜브 채널 <2x9HD>라는 이름으로 공동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3주 동안 이들의 흥미진진한 단편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에이비의 감상 노트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한 활동의 결과물을 남기는 것을 좋아했다.(지금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경우에도 스타크래프트 같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게임보다 디아블로와 같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오랜 시간을 공들이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했다. 이런 내 성격 특성의 끝판왕이 일기다. 매일 매일 일기를 썼었다. 오늘 쓸 이야기가 없으면 내가 보거나 들었던 이야기를 썼다. 그것 조차 없으면 내가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일기를 쓰다 보니 본가에 있는 내 방 한구석에는 공책들로 공간이 채워져 있다. 마치 인생의 중요 과업이라도 되는 것마냥 기록 했던 일기들. 그런데 요즘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
갑자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일기를 쓰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너무 바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기를 쓸 여유조차 없어진 것이 크다. 일기를 쓰지 않고 미루던 첫 며칠 동안은 마음 한 구석이 찝찝했다. 마치 과제가 밀린 대학생 마냥 ‘일기 써야하는데…’ 라는 압박감이 있었다. 하지만 며칠, 몇 달, 시간이 지나니 더 이상 일기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는 게을러져서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일기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내가 만든 영화들.
친한 지인이 어느 날 나에게 한 달에 한 편 영화를 찍는 힘이 어디서 나오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이런 저런 대답들을 한 것 같은데, 정확한 답변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도 제대로 이유를 몰랐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일기쓰기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인 것 같다.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일기를 쓰고 있었다.
갑자기 일기에 대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번 작품이 뭔가 구교환 배우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남의 일기장 몰래 보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자!)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유튜브에 공개된 타이틀과 썸네일만 보았을 때는 ‘이게 영화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작품이다. (구교환 배우의 내추럴한 모습과 옆에 앉아 있는 강아지 때문에 착각한 분들이 꽤나 많다) 이마트에서 다양한 분야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기 위한 문화예술지원 프로젝트 <Slice of Life>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프로젝트의 이름이 <Slice of Life>인 이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의 맛 만큼이나 다양한 인생과 삶의 단면을 그려보자는 취지 때문이라고 한다.
한 달 전에 공개한 <러브빌런>란 작품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옥섭 감독이 연출을 하였는데, 이번 작품은 구교환 배우가 연출을 한 모습을 보면 두 분이서 돌아가면서 연출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단순히 한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젊은 아티스트들을 지원한다는 프로젝트의 취지 때문인지, 이 두 작품으로 이 프로젝트가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또 어떤 작품을 함께 진행할지 굉장히 기대가 되는 프로젝트다!
<2x9HD>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영화의 세계에 점점 더 깊이 몸을 담게 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영화는 혼자 할 수가 없는 영역이구나’ 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현실로 끌어오게 하기 위해서 배우부터 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힘이 필요하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서 만들어진 작품을 단순히 제작한 감독의 작품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영화 제작의 매력은 단순히 나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함께 한 친구들의 이야기가 되고, 작품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로 커져가는 모습이다. 이것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배우가 함께하는 <2x9HD>를 보면 그 생각을 한층 더 깊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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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16회
“홍강훈, 알지. 인사기록부라거나 뭐... 아무튼 그런 것까지는 필요 없어. 내가 부팀장일 때, 우리 팀원이었어. 그때 홍강훈은 초임 하사였고.”
영민은 중위 시절, 홍강훈을 팀에서 만났다고 했다. 당시, 영민은 부팀장이라고 해도 장교라는 신분 때문에 얻은 직책이었다. 실제 훈련이나 생활에서는 막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팀원, 그것도 스무 살을 갓 넘긴 초임 하사가 들어왔다. 홍강훈이었다. 영민이 홍강훈과 면담해보니, 학창 시절에 서울의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좋은 성적을 갖고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사관으로 입대한 거였다. 영민이 그 이유를 묻자, 강훈은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사는데,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고 했다. 그리고 동생의 학비도 필요한데, 군에 오게 되면 적은 돈이지만 월급이 나오고, 아버지가 군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지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영민은 홍강훈을 후임이자 동생처럼 생각하며 잘 챙겨주었고, 홍강훈도 자신에게 다가와 준 영민을 믿고 의지했다.
“... 그러다가 내가 사령부로 발령이 났었잖아. 그 사이에 강훈이는 특수임무대로 차출돼서 갑자기 8여단으로 갔었지. 그리고 서로 바빠서 얼굴 못 보고 지내다가, 무슨 행사가 있어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애가 많이 달라져 있었어.”
“야, 군 생활은 한 달만 해도 사람이 달라져요. 얼굴도 팍팍 삭고.”
“그런 게 아니었어... 자세한 내용은 군 내 복잡한 문제라 설명하기는 어렵고. 아무튼 그때부터 최민준 중령의 선을 탔던 것 같아.”
용희는 영민이 자신이 이제 민간인이라 선을 긋는 것 같아 아쉬운 감정이 들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이해해야 했다. 한때 장교였던 용희도 지금은 기자지만 군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어딘가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어쩌면 군이라는 집단이 강조하는 소속감과 특유의 폐쇄성이 영향인 것 같았다. 민간인이 된 지 몇 년이 지난 용희도 이런데, 현역인 영민은 어떨까.
이날 영민에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무슨 이유에선지 당시 최민준 중령은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중 한 명이 최민준 중령의 와이프와 같은 특임대에 있던 홍강훈이라고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아직 알 수 없냐?”
헤어지기 전에 용희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너도 있어서 알겠지만, 군이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잖아. 사람들이 군인보고 꼴통이니 뭐니 해도, 60만 명의 규모의 조직을 7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는 건 그 이유가 있는 거야. 넌 아직도 최민준 중령이 자기 발로 군은 나갔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말이야?”
영민은 잠시 머뭇거렸다.
“한번 생각을 다르게 해봐, 지금 최 의원이 국회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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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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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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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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