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생각을 다르게 해봐, 지금 최 의원이 국회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영민이 말했다.
하지만, 용희는 영민의 말대로 국회에서의 최민준 의원의 의정활동을 찾아보지 않았다. 아니,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수도 없이 들어가는 포털사이트에서도 최 의원의 이름 세 글자도 검색하지 않았다.
용희는 이수진. 인천 어린이집 대마초 사건이라는 작다면 작은 사건의 피해자인 20대 초반의 한 여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헤집다 보니 언론사의 부장과 국회의원, 군(軍)까지 나왔다. 용희는 이 선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두려웠다. 그만하고 싶어졌다.
문득, ‘더 이상 발을 빼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찬물을 끼얹듯, 용희의 온몸을 적셨다. 서늘해졌다. 생각이라는 이름의 육감은 근거가 있었다. 용희는 그동안 너무 많은 흔적을 남겨왔다. 이수진의 전 변호인과 담당 경찰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고 어린이집의 원장과 그 아들. 최 의원과 친한 사인인 김준호 선배와 사수, 부사수로 지내고 있다. 또 부장의 뒤를 함께 캐다가 변절했는지는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용호 선배.... 용희는 또 누가 있는지, 자신의 최근 행적을 되짚어갔다.
김원진. 용희가 최근에 만났던 사람 중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하게 말을 남기지 않은 할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총도 신기했지만, 민간인의 총기 소지가 불법인 한국에서 총을 보고 그 남자는 당황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전자제품 회사 직원이 A/S 수리 맡기러 온 손님이 가져온 제품을 보듯, 총에 대해 모든 걸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용희에 대해서도.
용희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지금 어디선가 자신을 향한 그물망이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다가왔다. 우선 찬물을 한잔 마시며 몸을 식혔다.
공책을 꺼냈다. 침대 밑에 넣어두었던 상자를 꺼냈다. 발터 PPK 한 정과 탈착형 권총 소음기. 빈 탄창 두 개와 총알 세 개와 몽블랑 만년필. 그리고 명함이 들어있었다. 용희는 탄창에 총알 세 개를 넣은 뒤, 권총에 결합했다. 그리고 안전장치가 잠겨있는지 확인했다. 몇 달 전, 김원진이라는 남자에게 배운 기억이 총을 만지자마자 되살아났다. 총알을 넣은 권총을 책상 한편에 놓으니 불안한 마음이 어느 정도는 안정을 되찾은 듯 했다. 몽블랑 만년필을 꺼냈다. 세월의 흔적이 만년필 몸체 곳곳에 남아있었고 공책 위에서 부드럽게 선을 그렸다. 할아버지가 오랜 세월 직접 사용했던 것 같았다. 심호흡으로 냉정함을 되찾은 용희는 공책의 빈 줄 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