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활동 범위 그리고 신발> 10 June, 2022 ∙ 1524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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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수록 신발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신발 한 켤레를 샀다. 트래킹화다. 접지력이 좋고 방수가 되는 신발이 필요했다. 몽골에서 뜻밖의 험로나 소낙비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촬영하기 위해서다.
흔히 오리발이라 불리는 ‘핀(swim fins)’도 구매 예정 중이다. 훗날 수중촬영을 위해서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찍고 싶다는 욕심도 있지만 제작비 절감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여담이지만 선천적으로 왼쪽 귀가 안 좋아서 *이퀄라이징 시 왼쪽 귀가 잘 안된다. 어제는 실습 도중 왼쪽 귀에 꽤 심한 통증과 함께 멀미가 와서 오늘은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여차하면 신체적 결격으로 못 배울 것 같다.
신발장에 잠자고 있는 한 켤레도 있다. 테니스화다. 테니스는 구력이 중요한 스포츠다. 네트 플레이라 몸싸움이 없어 부상 위험도 적다. 할아버지가 돼서도 손주뻘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란 뜻이다. 그래서 배우고 싶었다. 테니스화 구매 계기는 이렇다. 테니스 마니아 두 명과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들은 예쁜 테니스화를 사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확인차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구하기 어렵다는 모델의 재고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사버렸다. 아직 젊어서 그런가. 테니스 배우기는 자꾸만 우선순위에 밀린다. 애꿎은 테니스화만 구매 이후 쭉 잠자고 있다. 테니스는 치지 않지만 신발장을 열 때마다 언뜻 보이는 테니스화의 자태가 참 곱다. 지금도 뿌듯하다. 마음 한 켠이 한 켤레로 든든. (한 켠 한 켤레 라임 좋다.)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여러 관점에서 못 가본 곳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알지 못했던 영역을 공부하게 되고 알 수 없었던 삶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 보니 프리다이빙, 테니스 등 이런 짓들이 가까운 미래에 제작하게 될 다큐멘터리 작업에 도움이 될 거란 강한 예감이 든다.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만날 사람과 그들의 삶에 티끌만치라도 수월하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직접 해본 사람들끼리 불꽃처럼 시작되는 대화의 힘은 강렬하다.
대형면허도 따둘까 한다. 이건 개인적 이유가 크다. 더 많은 사람과 한 차로 놀러 가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됐다. 물론 촬영 시 도움이 된다면 덤이다. ‘운전화’라는 기능성 신발이 따로 없어서 다행이다. 이번 생에서 신발만큼은 미니멀리즘 하기 글렀다.
*이퀄라이징 물에서는 수심 10m마다 1기압씩 압력이 높아지게 되는데, 우리 몸이 여기에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 콧구멍과 입을 막고서 숨을 거세게 내쉬면 ‘펑’하고 귀가 뚫리게 되는데 이 같은 동작을 ‘이퀄라이징’이라고 부른다. 능숙한 잠수부들 역시 바다 속으로 깊이 내려갈 때마다 이 동작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적응시킨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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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Shame(12” Disco Mix) by Evelyn “Champagne”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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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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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me(12” Disco Mix)
by Evelyn “Champagne”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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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귀를 사로잡는 베이스라인과 키보드 사운드가 일품이다. 경쾌한 브라스 사운드가 또 한 번 몸을 흔들게 만든다. 전형적인 funk 기반의 디스코뮤직.
이번에 소개하는 곡은 원곡을 새로 믹싱해서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인트로부터 곡의 구성을 한 바퀴 훑고 시작한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대중음악의 인트로라고 하면 보통 벌스나 코러스 중 한 파트를 연주하게 되는데 이 디스코 믹싱은 두 파트를 연주하면서 시작한다.
정확하게는 오늘 소개하는 곡을 기준으로 30초 즈음에 ‘벌스1’이 들어가야 ‘보통’의 곡 진행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코러스 부분까지 연주를 이어서 하고, 벌스 부분을 한 바퀴 더 돌리고 나서야 벌스1이 시작된다. 전주가 기니까 이블린 눈나가 춤출 시간이 길어졌다. (눈치 채셨을 수도 있지만, 춤을 길게 춘 게 아니고 최신 영상 편집 기술로 되감기 해서 이어 붙인 모습이다.)
원곡은 이렇게 바로 벌스 한 파트만 연주하고 전주가 끝난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Evelyn “Champagne” King. 뉴욕에서 60년에 태어났다. 본명이 이블린 킹이다. 다만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넣어서 활동했는데 그 이유는 이블린 킹이라는 이름이 너무 어른스러워서 그렇다고 한다. (근데 왜 샴페인을 넣었을까.. 여전히 의문;)
데뷔 과정이 좀 특이한데, 필라델피아 스튜디오에서 청소부로 일하다가 화장실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프로듀서가 그걸 듣고 스카우트했다는 썰이다. 고도의 마케팅 전략인지 레알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백업보컬 출신이고, 어머니는 매니지먼트를 하던 분이다. (합리적 의심이 가는 부분)
당시에 어른스러운 이름을 애써 피할 정도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프로듀싱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소개한 <Shame>이 가장 큰 인기를 끌어 데뷔한 77년도에 바로 빌보드 10위 안에 들었다. 이후에도 81년 <I’m In Love>, 82년 <Love Come Down>같은 곡들이 차트 순위권에 들어있다. 최근 (이라기엔 2007년은 벌써 거의 20년전이다) 2007년에 스튜디오 앨범 [Open Book]을 발매하기도 했다.
+<Love Come Down> by Evelyn “Champagne”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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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Jeremy Comte
주연 Félix Grenier, Alexandre Perreault, Louise
개봉 2018
길이 16분
관람 유튜브 (불어 영화라 오리지날 주소가 아닌 유튜버 ’홋’님이 번역 하신 CC자막이 있는 주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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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의 감상 노트
2주 전 팔을 크게 다쳤다. 왼쪽 팔꿈치부터 어깨 사이의 뼈가 두 동강이 났다.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에서 거짓말쟁이 교수 질데로이 록허트의 엉터리 마법에 해리의 팔처럼 내 팔이 덜렁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골절. 바로 앰블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호송되었고 38cm의 철판을 박아 넣는 큰 수술을 했다.
‘나는 왜 갑자기 이런 큰 부상을 당하게 되었을까?’
예전의 나였다면 ‘너무 주의 깊지 못했다.’, ‘운이 없었다.’, ‘사고는 언제 닥칠지 알 수 없다.’ 등과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찾은 답은 조금 달랐다. 내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고통을 참는 것에 익숙하다. 가진 것 없이 악바리로 살아서 그런지, 왠만한 고통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아니 어쩌면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고통은 당연한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고통을 참게 된 그 시작점은 내가 하고픈 일에 대한 순수하지만 그래서 더 강했던 열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제는 그 열망과 에너지가 나에게 독으로 작용되고 있다. 마치 이 작품의 두 소년의 천진함이 어른들의 잔혹함으로 변하는 것과 같이.
번아웃을 넘어서 팔이 부러질 정도로 신체적 이상까지 발생했다. 여기서 내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다음은 팔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서 올라가기 위한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잠시 쉬어 앞에 놓인 길을 편안히 바라보며 재정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는 그렇게 해야할 때라는 것을 병실에서 깨달았다. 너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 깨달은 것 같아 좀 씁쓸하긴 하지만.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이 작품은 2018년 <선댄스영화제>, <벤쿠버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멜버른국제영화제>, <판타지아영화제>에서 단편 부분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그 해 아카데미 단편 부분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될 정도로 큰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다.
감독인 제레미 콩트(Jeremy Comte)는 캐나다 퀘벡(Quebec City)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서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캐나다 출신이라서 그런지 불어, 영어 두 언어에 다 능통하고 심지어 스페니쉬도 굉장히 유창하지만, 전작인 <Paths>, <Ce qu'il reste>들을 보면 작품은 늘 불어로 제작한다.
이 작품을 뒤로 장편 작품을 준비중이라고 선언을 했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 지금까지 제작하고 있는 장편에 대한 소식은 없다. 얼른 멋진 작품으로 복귀하시길!!
+제레미 콩트(Jeremy Comte) 2018 <선댄스 영화제> 인터뷰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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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18회
심호흡으로 냉정함을 되찾은 용희는 공책의 빈 줄 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 최민준 의원의 의정 활동 조사
- 최민준 의원의 아내와 홍강훈 보좌관 조사
- 이수진 씨의 변호사 조사
- 총기 항시 휴대
- 김원진 찾아가기
- 김 선배와 이 선배와 부장 사이 관계 확인
- 김 선배와 최 의원 관계 조사
- 어린이집 원장과 아들 조사
- 어린이집 원장 가족과 최 의원(정치권) 과의 관계 조사
일의 순서라기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펜촉이 움직이는 대로 할 일들을 적었다. 만년필의 이질적인 필기감과 할아버지의 필체에 맞게 길든 적당한 부드러움이 글씨체를 멋들어진 어른 글씨로 만들었다. 나는 테이블에서 일어나서 찬물 한 잔 마시며 잠깐의 시간을 가졌다.
다시 테이블에 앉아 조금 전까지 썼던 메모를 읽었다. 그리고 그 옆에 일의 순서를 숫자로 적었다. 1번은 총기 항시 휴대, 2번은 김원진 찾아가기였다. 그리고 3번은 어린이집 원장과 아들 조사였고, 그 이상의 번호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의 일들이 가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나는 출근길에 평소보다 조금 더 큰 가방을 들었고, 그 안에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지하 주차장에서 피아트 500을 타고 출근했다. 혹시나 회사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에 최대한 띄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했다. 이건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걸 누군가가 알아차리면 안 된다는 두려움 반, 내가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의 생명, 하나의 세계를 앗아갈 수 있다는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권능감 반이 그 이유였다.
다행히 퇴근 때까지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나와 한 몸처럼 붙어있던 가방을 조수석에 올려놓은 다음, 서울극장으로 향했다. 이제 진짜 할아버지의 유품을 사용할 시기가 찾아왔다는 생각에 엑셀을 밟은 오른발은 통해 올라오는 엔진의 떨림이 그대로 심장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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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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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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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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