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할아버지의 유품을 사용할 시기가 찾아왔다는 생각에 엑셀을 밟은 오른발은 통해 올라오는 엔진의 떨림이 그대로 심장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돈화문로 13. 서울극장에 도착해서 용희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버튼에서 가장 높은 8층을 누른 용희는 비밀 계단을 통해서 서울극장에 숨겨진 9층으로 올랐다. 계단 위에 있는 문. 용희가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문 너머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발자국,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물건을 옮길 때 나는 둔탁한 충격음, 가끔 들리는 한숨 소리. 긴장한 용희는 문을 열기 전, 어깨에 맨 가방을 열었다. 권총은 그대로 있었다. ‘틱’. 용희는 엄지손가락으로 총기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돌렸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긴 카운터 건너편에 흰 와이셔츠 위에 검은색 방탄조끼를 입은 김원진이 서 있었다. 그는 젊은 신입 아나운서처럼 깔끔한 얼굴 위에 미소를 지으며 용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용희는 카운터 위에 올려져 있는 검은 총기들과 그의 태도가 묘하게 어울려서 놀랐다. 김원진은 카운터를 건너와 의자를 놓고 용희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뭐 마실 거 드릴까요? 차를 가져오셨으니 술은 안 되고... 커피?”
김원진이 물었다. 용희는 커피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원진은 카운터 한 구석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에스프레소 두 잔을 뽑았고, 그중 하나는 아메리카노로 만들어서 용희 앞에 놓았다. 김원진은 에스프레소 잔을 가지고 용희의 카운터 건너편에 놓았다. 김원진의 움직임은 능숙해서 모든 행동이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용희는 그의 정체를 몰랐다면, 이 공간을 호텔 카페로 착각할 뻔했다.
“커피 맛은 괜찮으세요?”
김원진이 물었다.
“네, 맛있는데요?”
용희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었다. 그동안에는 카페인을 보충하기 위해 커피를 마셨는데, 지금 김원진이 내린 커피는 정말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커피의 향과 씁쓸한 듯, 고소한 맛. 그리고 커피의 따뜻함이 몸 안으로 들어가자,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이제 사용하시려고요?”
김원진이 눈빛으로 용희의 가방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건....” 용희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총을 만져본 지 너무 오래돼서 다시 배우려고요.”
김원진은 용희에게 그런 총기를 사용할 건지 물었다. 총의 목적은 생명을 빼앗는 데 있었다.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총의 목적이 다시 상기되자 용희는 주저하게 된 것이다. 그런 용희를 본 김원진은 다시 말을 꺼냈다.
“괜찮아요. 호신용으로 배워두면 좋죠, 참, 용희 씨, 군인이었죠?”
“네.”
“어떤 목적과 생각으로 입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군에서 교육받으셨을 거예요. 어딘가를 침략하고 죽이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라 아니라, 우리의 영토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훈련하는 거라고요, 그러기 위해 군은 존재하고.”
“그랬죠.”
“똑같아요. 용희 씨가 이 총을 사용하는 것은 용희 씨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거죠.”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