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진을 만나 총쏘는 법을 배우고 2주일이 지난 금요일. 용희가 선택한 날이다.
원고 마감도 전날 끝냈고, 용희가 담당하고 있는 여당의 친한 국회의원 보좌관들로부터 그날만큼은 정당 내에 특별한 행사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다.
목요일 밤. 블라인드를 친 오피스텔에서 용희는 부엌과 거실을 구분 짓는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웃고 있는 젊은 남자의 얼굴. 이미지 파일 창 위에 적힌 파일 이름은 [(인천 어린이집 대마초 사건)어린이집 원장 아들 얼굴_유출금지_모자이크_필!)] 이었다. 대마초 사건 재판 당시, 용희가 재판장에 같이 갔던 기자에게 요청해서 찍은 것인데, 젊은 남자는 방청석에서 재판 현장을 흥미로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쇼를 보는 독재자처럼 흐뭇해하는 것 같았다. 용희는 남자를 본 순간, 그가 원장의 아들임과 동시에 사건의 진범도 ‘그’라는 것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물론, 직감을 취재를 통해 확신으로 바꾸었다.
지난 주말, 용희는 김원진을 찾아가서 남자 사진을 보여줬다.
“제가 죽일 사람은 이 사람이에요.”
그 말을 들은 김원진은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역시, 그분의 손녀군요.” 라고 말했다. 용희는 “네?”라고 짧게 물었지만, 김원진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기에 더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그분의 손녀’라는 말에 담긴 서브 텍스트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뭘 도와주면 되죠? 이름이나 사는 곳... 뭐 이런거요?”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죠. 제가 취재했던 사람인데.”
“그럼...”
“어디까지 도와줄 수 있어요? 그냥 죽인 후, 뒤처리 정도인가요?”
김원진은 잠깐 자신의 호흡을 찾기 위해 한숨 멈추고 나서 대답했다.
“동선까지는 파악해줄 수 있어요. 최대 일주일.”
용희는 김원진의 도움을 받아 남자의 행적을 추적했다. 24살의 미국 유학생인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월요일에 귀국했다. 귀국 후 그의 행적은 놀랄 만큼 뻔했다. 이태원부터 강남, 홍대, 부평의 클럽..., 매일 아침, 텔레그램을 통해 받은 전날 밤의 그의 행적에 놀람을 넘어서 부럽기까지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놀 수 있는 재력, 젊음에서 나오는 체력. 잠깐, 재력?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해도 자식을 유학 보내고 또 거기서도, 한국에서도 이렇게 매일같이 놀게만 둘 정도의 수입이 있을까? 용희는 여기서 자신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었다.
유원종, 이제 세상에서 곧 사라질 남자의 이름이지만, 용희는 세 글자를 계속해서 되뇌었다. 수진 씨가 재판장에서 저지르지도 않은 행동에 대한 죄를 뒤집어쓰고 있는 동안, 웃고 있던 얼굴. 용희는 유원종의 얼굴을 보며 총을 닦았다. 만지지도 않은 스마트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이제 12시. 금요일이다. 유원종이 맞이할 세상의 마지막 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