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3> 22 July, 2022 ∙ 1532 Subscribers |
눈 감으면 아직 보인다. 시야 좌우 끝까지 언덕이 흐르고 그 위로 하늘이 누워있다. 풀 뜯기에 여념 없는 소들과 푸르러 지기에 하염 없는 초원. 둘 사이 기싸움이 무르익으면 어김없이 노을이 찾아온다. 노을과 여명은 서로 닮아서 번갈아 보고 있다보면 어느 쪽이 하루의 시작이고 끝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어제와 오늘은 분절된 하루 단위가 아닌 연속된 나날임을 되뇌인다. 새삼스레 내일 하루를 좋은 어제로 만들어보자며 작은 다짐도 한다. 이런 풍경과 감각이 아직 내게 남아있다. 눈 감으면 아직 보인다. 귀국했다. 습하다. 어지럽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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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Trying To Be Cool by Pho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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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vie by 단편극장
Bad Travelling from <LOVE DEATH + ROBOTS>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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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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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ying To Be Cool
by Pho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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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연속 뻘글과 함께 주접을 떨었더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너 같은 날라리가 무슨 대학원이냐~ 부터 해서 머리사냥꾼이 뭐냐~ 까지. 이런 축복속에 삶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사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 가슴 설레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어려운 점이 참 많다. 그럼에도 이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 건지 되도 않는 객기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30대 중반이라는 것이 참 다행이다. 만약 내가 사회초년생이었고, 갑작스럽게 핸들 이빠이 꺾어서 유턴을 한 거였다면 분명 교통사고가 났을 것. 하지만 이래저래 굴러먹다 보니 이게 무슨 어려운 일이고 이게 무슨 마음 상할 일인가 싶다. 한 마디로 외부의 자극과 압박에 꽤나 의연해졌다는 것. (아직 학기도 시작하지 않은 대학원생의 흔한 착각.txt)
뭐 어찌되었건 이제 음악으로 좀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최근 레코드 판매를 할 수 있는 작은 장터에 셀러로 나갔다. 집에 있는 레코드 중에서 몇 장르를 좀 청산하고, 새로운 장르로 레코드를 모아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혹을 떼러 갔는데, 되려 혹을 붙이고 왔다. (조금은 예상했지만, 6장 팔고 7장을 사왔다.)
그 중 정말 10년전에 즐겨 듣던 앨범을 발견. 5000원 밖에 안 하길래 ‘겟또다제’ 해버렸다. Phoenix의 [Bankrupt!] 라는 앨범이다. 나는 비싸게 팔고 싸게 샀으니까 계산적으로 혹을 조금 뗀 거긴 하다. 라고 하라고 했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Trying To Be Cool>. 내가 나이 먹어서 의연해졌다고 했나? 사실 그런 게 아니라 의연한 척하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도 달콤한 사탕과 칭찬이 필요하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Phoenix. 1995년 Thomas Mars (리드 보컬), Deck d'Arcy (베이스 / 키보드 / 백킹 보컬), Christian Mazzalai (기타 / 백킹 보컬), Laurent Brancowitz (기타 / 키보드 / 백킹 보컬).크리스티앙, 덱, 토마스에 의해 결성된 밴드.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그러니까 프랑스를 대표하려면 Daft Punk 형님들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다펑 형님들 보다는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꽤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피닉스 형님들은 다펑 형님들과 함께 음악을 시작했다.
토마스 덱 크리스티앙은 같이 학교를 다니면서 토마스네 집 차고에서 게러지 밴드를 시작한다. 동시에 로랑은 Darlin’ 이라는 밴드에서 활동을 했는데, 이 밴드가 다펑 형님들과 함께 만든 밴드. 하지만 95년도 즈음에 Darlin은 해체되고 로랑이 게러지 밴드에 합류 하면서 Phoenix라는 밴드로 재 탄생 했다.
500장 이상의 싱글을 발표하면서, 인디락 씬에서 점점 이름을 날렸다. 이 후 Source라는 레이블에서 피닉스 형님들을 모셨고, 이후 세 장의 앨범을 발매한다. 그리고 대망의 4집 [Wolfgang Amadeus Phoenix] 잠시 레이블을 떠나 개인 작업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다. 점수가 짜기로 유명한 미국의 인디록 매거진 Pitchfork에서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 이후 신스팝으로 흑화해 명성을 떨치며 여전히 활동 중이다.
+<Too Young> by Phoenix
1집 [United] 수록곡 <Too Young>.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수록곡이기도 이다. 초창기에는 이렇게 평범한 밴드 사운드를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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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Travelling
<LOVE DEATH + ROBOTS> series
감독 David Fincher
주연 Troy Baker(voice), Kevin Jackson(voice), Fred Tatasciore(voice)
개봉 2022
길이 23분
관람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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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LOVE DEATH + ROBOTS> 시리즈
‘사랑과 죽음을 동시에 말하면 이야기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Homeros의 <오디세이아Odysseia>부터 톨스토이Leo Tolstoy,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등 위대한 고전들은 이 구성을 벗어나지를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구성에 로봇이라는 SF를 더하면 어떻게 될까? 이 현대적이고 발직한 상상을 한 두 명의 감독이 있다. 헐리우드에서 VFX 특수효과장인으로 유명한 감독 팀 밀러Tim Miller와 영화 <세븐se7en>, <파이트 클럽Fight Club> 등으로 유명한 감독 데이비드 핀쳐David Fincher. 이들은 CGI FX 분야 탑인 블러 스튜디오Blur Studio와 협업하여 전 세계에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감독들을 찾아 성인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시리즈를 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LOVE DEATH + ROBOTS> 시리즈이다. 2019년 처음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했을 때, 생각보다 엄청난 인기와 파장으로 어느덧 2022년 시즌3까지 공개가 되었다. 그래서 각 시즌 별로 두 작품 씩 뽑아서 6주 동안 여러분에게 소개해 볼까 한다.
에이비의 감상 노트
대학 입시 시절의 이야기이다. (14년 전의 이야기이니 조금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참고!) 한창 논술 준비로 마음에도 없는 글들을 많이 써서 모두들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는 여름날이었다. 문학 선생님이 분위기 전환 차 하버드에서 나온 논술 문제라며 우리들에게 한 가지 문제를 냈다.
“4인승 승용차에 나를 포함해 임산부, 노인, 아이가 타고 있다. 마을까지 10km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차가 멈춰버렸다. 주변에는 아무 인적도 없는 상황. 그때 한 차량이 다가와서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4인승 차량이라 3명만 탈 수 있다고 한다. 이때 당신은 누구를 태우겠습니까?”
하버드에서 합격이라고 말한 답이 두 개가 있다고 선생님이 말하자 우리들은 불타올랐다. 이거를 맞추면 내가 하버드에 입학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알다시피 입시 때는 ‘가위 바위 보’만 해도 재밌다) 우리는 순식간에 입시의 중압감을 벗어 던지고 문제에 몰입했다. 몇몇 친구들은 본인이 맞다며 언쟁까지 벌어졌다. 그렇게 20-30분 정도 남자들의 열띤 토론을 거친 뒤(아! 나는 남고였다) 한 명씩 본인의 답을 말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친구들의 선택은 ‘나, 임산부, 아이’ 였다. 하지만 나의 답은 달랐다.
나는 ‘노인, 임산부, 아이’를 선택했다. 나를 뺐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는 미래고 아이와 곧 태어날 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하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지혜로운 사람이 필요하다.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도 낄 수 없는 애매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이기에 ‘걸어서 마을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선생님은 내 답이 합격한 답안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 나머지 합격한 답안 중 하나는 무엇이냐고 내 옆의 친구가 물었다. 그때 선생님의 말한 다른 답변이 이 작품을 보면서 생각이 났다.
‘나만 차를 타고 간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감독에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각본가에 앤드류 케빈 워커Andrew Kevin Walker! 그 유명한 영화 <세븐Se7en>의 팀이 다시 뭉친 작품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세븐Se7en> 특유의 어두운 스토리와 분위기가 이 작품에도 깔려 있다.
시즌 3는 19세로 다시 회귀(?)한 시리즈인데, 특히 이 작품은 괴물한테 인간이 잡아 먹히는 것이 그대로 표현되고, 시체 훼손 등 고어틱한 장면이 엄청 적날하게 나온다. (전 시즌의 참패를 지우겠다는 각오 같기도 하다) 데이비드 핀처는 이 작품을 <에이리언Alien>처럼 느껴지게 연출했다고 밝혔는데, 이 감독님의 데뷔작이 <에이리언 3Alien 3>인 것을 생각하면 꽤나 재밌는 점이면서 왜 이런 연출을 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즌 3 공개 후 가장 화재가 된 작품인 <히바로JIBARO>보다는 영상미가 떨어지지만, 스토리적으로는 완벽하다는 평을 받으며 전 시리즈를 합쳐서 최고 평점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인 갑판장의 안티히어로적인 입체적인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에이비 |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22회-
용희는 유원종의 얼굴을 보며 총을 닦았다. 만지지도 않은 스마트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이제 12시. 금요일이다. 유원종이 맞이할 세상의 마지막 날이 됐다. 용희는 다음 날을 위해 잡히지 않는 잠을 붙잡고 침대에 누웠다.
아침 7시. 용희는 간단한 미음으로 아침 식사를 때우고 가방에 총과 총알, 만년필을 넣고 출근했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한 것이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7시 40분. 회사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 총과 총알을 잘 숨겨두고 용희는 탕비실에 있는 커피 머신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뽑고 스틱 설탕 두 개를 넣어 마셨다. 그러자 머릿속에 남아있던 여분의 잠이 단번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용희는 머신 앞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다 마신 다음, 아메리카노 한잔 더 뽑아서 자리로 돌아왔다.
컴퓨터를 켠 용희는 9시가 되지도 않았는데 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취재 다니면서 미뤘던 연락과 경영지원팀에 전달할 법인카드 영수증 정리 등, 행정업무들이었다. 정당 사람들로부터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자다가도 일이 생기고, 있다가도 없어지는 게 대한민국 정치다. 그래서 용희는 우선 확실한 일들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점심 뭐 먹을래?”
점심시간, 옆자리 김 선배가 용희에게 물었다.
“저 속이 안 좋아서요. 드시고 오세요.”
“에이, 뭐야. 왜 그래? 오늘 일도 없는데 국밥에 소주 딱, 한잔 하고 푹 쉬었다 퇴근하자.”
김 선배가 손가락으로 소주잔을 넘기는 시늉을 하며 용희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그래도 용희가 괜찮다고 하자, 김 선배는 용희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뭐야, 너가 웬일로 먹는 거랑 술을 마다해? 이상한데... 설마 너 혹시... 소개팅?”
김 선배가 자기 스스로 센스있다고 생각하면서 우쭐대는 표정으로 말했다. 용희는 지하주차장에서 당장이라도 총을 가져와 그 표정을 지은 얼굴에 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 네... 뭐. 하하하.”
용희는 어색하게 사회생활용 미소를 지으며, 김 선배가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김 선배는 그 미소에 흡족해하며 용희에게 “화이팅!” 이라고 말했다, 이제 김 선배의 귀에 들어간 용희의 소개팅(거짓말)이야기는 돌고 돌아, 곧 ‘조 기자가 결혼한다며?’, ‘벌써 결혼해? 애가 생겼나?’, ‘조 기자 집이 잘산다던데, 빌딩이 있다고 했나?’, ‘남자가 사업한다며?’ 등등 온갖 헛소리로 변질될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큰일을 앞두고는 웬만하면 속을 비우는 것이 용희의 습관이었다. 학창 시절, 시험 기간에도 속을 비우고 필요할 때만 초콜릿 몇 조각으로 당분을 충전했고, 군 시절에는 훈련할 때 오히려 속을 비운 것이 몸을 더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화장실 문제로 일을 그르칠 거라는 불안 요소를 차단한다는 게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주었다.
오후 6시, 지금까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용희는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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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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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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