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화> 29 July, 2022 ∙ 1531 Subscribers |
몽골 촬영을 끝내고 일주일 정도 놀았다. 노는 동안 일상에 심심한 변화가 생겼다. 우선 아침식사다. 엄마가 어디서 났는지 자꾸만 바나나를 준다. 바나나는 상온에 두면 금방 벌레가 생긴다. 집에 오자마자 다 까서 두 알씩 비닐봉지에 소분해 냉동실에 넣어 얼려버렸다. 일어나면 초코맛 단백질 가루 한 스푼, 얼린 바나나 한 조각, 아몬드브리즈 한 팩을 믹서기에 넣어 갈아마신다. 얼린 블루베리도 내키면 넣는다. 포만감이 상당해 점심 때까지 버틸 수 있다. 이틀 전부터는 입맛에 맞는 황금 재료와 비율을 찾는 중이다. 때로는 되직하고 때로는 너무 묽고 때로는 너무 달다. 어제는 토마토 하나, 얼린 바나나 한 알, 얼음 몇 조각과 물 100ml 정도를 갈아 먹었다. 심장이 얼 뻔했다. 이제 매우 갈증 날 땐 이녀석으로 종결이다. 이런 짓은 과일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에게 아니, 내 몸에게 희소식이다.
머리를 짧게 짤랐다. 재입대 하냐고 묻는다. 앞머리가 위로 뻗칠 만큼 짧은데도 아직 가르마를 타며 갈라진다. 그 정도로 오랜만인 매우 짧은 머리다. 머리 감고 수건으로 두 번 문지르면 더이상 물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편할 수 없다. 그대로 나가면 영락없는 직업 군인이기에 그나마 다른 직업군으로 보이고 싶다면 제품을 발라줘야 한다. 그마저도 30초면 끝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위의 두 가지 변화로 인해 기상 후가 여유로워졌다.
토너와 로션 둘 다 다써서 사야하는데 며칠 째 못사고 있다. 자꾸 까먹는다. 안 바르거나 너무 땡기면 바디로션을 얼굴에 바르며 버티고 있다. 이것만큼은 일상으로 정착시키면 안된다. 그렇게 아저씨가 된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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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ドアにレッド・ヒール (도아니렛도히르) by Bread & Bu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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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vie by 단편극장
JIBARO from <LOVE DEATH + ROBOTS>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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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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ドアにレッド・ヒール (도아니렛도・히르)
by Bread & Bu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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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CITYPOP 레코드 컬렉션이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일전에 혹부리영감 뺨치는 LP 마켓 셀러 후기는 익히 들어서 아시겠다만,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판매 중이라는 사실을 여러분께 알린다. (성수 최고의 커피 맛집 BBC로 오시면 향긋한 커피와 함께 청음 및 구매 가능하다.)
판매 첫 날부터 난리였다. (고 나는 생각한다.) CITYPOP 덕후 한 분이 판매 게시 첫 날 우연히 인스타 게시글을 보고 오셔서는 ‘아니 이런 귀한 걸…’ 하면서 몇 장 샀다는 후문이다. 첫날의 기세로 생각보다 꾸준히 잘 팔리고 있는 중인데, 기분이 썩 달갑진 않다. (어쩌라는 거야… 사 말아?!) 정말정말 귀한 음반도 많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얼마나 귀한지 알고 사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한 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하다.
그 중 오늘 팔린 Bread & Butter 형제의 컴필앨범 [SURF CITY] 가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형님들의 간간들어진 목소리와 여름 그 자체인 악기들이 귓가에 맴돈다. 그 중 오늘 소개하는 <ドアにレッド・ヒール> 는 여름을 주제로한 내용의 노래는 아니지만, [SURF CITY]라는 이름의 여름 맞이 컴필 앨범에 수록 될 만큼 시원시원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일전에도 소개했던 Bread & Butter. Iwasawa Satsuya (岩沢幸矢 Vocals) Iwasawa Fuyumi (岩沢二弓 Guitar & Vocals) 두 형제가 기타를 치고노래를 부른다. 이번에 소개하는 앨범은 84년에 발표한 컴필앨범 [Surf City] 이다. 82년에 발표한 9집 [Night Angel]과 83년에 발표한 10집 [Fine Line] 에 수록된 곡들을 엮어서 만들었다.
+[Fine Line] by Bread & Butter
Bread & Butter의 10집.
+[SHONAN BOYS] by Bread & Butter
2021년에 발표한 컴필 앨범 [SHONAN BOYS]. Bread & Butter 할아부지들은 여전히도 소년임을 자처하고, 여전히도 음악을 하고 계신다. 항상 앨범 커버가 감각적이고 이쁜데, 이번 앨범도 재킷이 너무 이쁘다. 수영장에 있는 할아부지 투샷도 귀엽고, 청량한 색감이 여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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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BARO
<LOVE DEATH + ROBOTS> series
감독 Alberto Mielgo
주연 Girvan 'Swirv' Bramble (voice)
개봉 2022
길이 17분
관람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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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LOVE DEATH + ROBOTS> 시리즈
‘사랑과 죽음을 동시에 말하면 이야기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Homeros의 <오디세이아Odysseia>부터 톨스토이Leo Tolstoy,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등 위대한 고전들은 이 구성을 벗어나지를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구성에 로봇이라는 SF를 더하면 어떻게 될까? 이 현대적이고 발직한 상상을 한 두 명의 감독이 있다. 헐리우드에서 VFX 특수효과장인으로 유명한 감독 팀 밀러Tim Miller와 영화 <세븐se7en>, <파이트 클럽Fight Club> 등으로 유명한 감독 데이비드 핀쳐David Fincher. 이들은 CGI FX 분야 탑인 블러 스튜디오Blur Studio와 협업하여 전 세계에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감독들을 찾아 성인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시리즈를 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LOVE DEATH + ROBOTS> 시리즈이다. 2019년 처음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했을 때, 생각보다 엄청난 인기와 파장으로 어느덧 2022년 시즌3까지 공개가 되었다. 그래서 각 시즌 별로 두 작품 씩 뽑아서 6주 동안 여러분에게 소개해 볼까 한다.
에이비의 감상 노트
<열하일기>로 유명한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소설가인 연암 박지원의 에세이(?) <답창애>라는 글에 이런 일화가 있다.
화담 서경덕이 출타를 했다가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길가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너는 어찌하여 울고 있느냐?”
“저는 다섯 살 때 눈이 멀어 장님으로 산 지 20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나절에 밖으로 나왔다가 홀연 천지만물이 맑고 밝게 보이기에 기쁜 나머지 어서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그런데 길은 여러 갈래요, 대문들은 서로 비슷하여 저희 집을 구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울고 있습니다.”
그러자 서경덕이 말했다.
“눈을 감아라. 그러면 곧 너의 집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깨닫거나 눈을 뜨게 되는 상황이 오면 되려 ‘눈이 멀었다’라고 표현할 때가 있다. 진실, 혹은 이전까지 몰랐던 어떤 것을 보게 된 그 순간, 그것 밖에 보지 못하고, 후에는 그 욕심과 욕망 때문에 보고 있어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 눈을 뜬 장님이 되기도 한다.
보고 있어도 보고 있는 것이 아닌 역설. 이 작품 역시 그런 역설을 담고 있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시즌3의 최대 화제작이면서 문제작인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알베르토 미엘고Alberto Mielgo 감독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 Into the Spider-Verse>의 시각효과 자문 역할을 할 정도로 만화적 연출을 잘 하는 감독이다. 시즌 1에서 <목격자The Witness>를 연출할 당시에도 파격적인 연출로 꽤나 큰 호응과 비평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본인의 연출이 어떤 색깔인지 더 확고하게 보여준 것 같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이 되고 있다.
첫 번째는 사랑 관계로 보는 해석이다. 사랑을 진심으로 원했던 여자와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가진 기사의 사랑 이야기로 서로에게 독이 되는 이 사랑은 끝내 죽음이라는 슬픈 결말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가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해석으로 스페인 식민지배의 모습으로 보는 해석이다. 제목의 히바로(Jibaro)는 스페인어로 푸에르토 리코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과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인해 황금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스페인 사람들은 남미 지역을 들쑤시면서 아즈텍, 잉카, 마야 등의 문명을 약탈하고 파괴하였다. 푸에르토 리코는 당시 스페인 사람들이 약탈한 황금을 본국으로 수송하는 중요한 중개무역 기지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보았을 때, 기사들은 콩키스타도르, 당시 약탈하고 다녔던 군사들이고 세이렌은 황금, 원주민 등 약탈당하는 쪽을 대변한다. 그리고 청각 장애를 가진 기사는 양심의 가책 혹은 현실에 대한 회피로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지만 황금의 탐욕에 넘어가버리는 방관자로 보면 될 것이다.
대사는 없지만 화려한 연출로 눈과 귀가 즐겁다. 이러한 머리 아프게 만드는 복잡한 해석 없이 온전히 감상해도 극찬이 나오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LOVE DEATH + ROBOTS> 시리즈를 마치며
단편 작품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적은 예산으로 제작, 장편을 위한 디딤돌 등과 같이 뭔가 연습생이 장인이 되기 전의 과정 같은 느낌을 많이 풍긴다. 물론 이러한 단편 작품에 대한 특징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나 또한 그런 접근법으로 단편을 많이 제작하고 있으니) 하지만 이 시리즈는 단편 작품만을 위해서 장편 작품 급으로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시리즈이다. 그래서 아마 이 시리즈를 보고 ‘단편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퀄리티가 높을 수도 있구나!’ 라고 느끼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를 정말 애정한다. 매 시즌 마다 내 머릿속의 상상력을 더 확대시켜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즌3 이후로 끝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꼭 시즌4로 돌아와주길 바란다! (핏쳐형! 밀러형! 한번만 더 하자!)
에이비 |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23회-
오후 6시, 지금까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용희는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희가 지하주차장에서 피아트 500에 타서 시동을 켰을 때,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렸다. 김원진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였다.
김원진 : 오늘 유원종은 홍대 A 클럽에 있을 거예요. 친구는 세 명. 그런데 서로 그날 밤을 보낼 여자를 만나면 각자 알아서 헤어져요. 중요한 건 유원종 친구들의 눈에 용희 씨가 눈에 띄면 안 된다는 거예요. 아니, CCTV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증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눈에 띄면 안 돼요. 그건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가 없어요. 그리고 무리하지 말아요. 유원종이 출국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까.
오늘, 오늘이구나. 용희는 김원진의 메시지를 보니 심장박동수가 자동차 액셀을 살포시 밟는 것처럼 서서히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김원진의 메시지 중 ‘그리고 무리하지 말아요. 유원종이 출국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까.’라는 두 문장이 디데이를 다른 날로 옮길까? 라는 유혹을 가져왔다. 그러나, 총이 담겨있는 가방을 보니, 용희는 핸들을 잡고있는 손이 저릿해 옴을 느꼈다. 자신의 손이 권총이 차갑고 묵직한 감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용희는 길이 심하게 막히는 퇴근 시간, 서울의 도로 위에서 누군가를 죽일지, 말지 갈등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용희는 샤워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팅을 시작했다. 대학생 때 이후로 클럽에 가는 건 오랜만이라 묘한 흥분감과 함께, 거울 앞에서 부끄러움이 들기도 했다. 마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엄마 옷을 입고 화장품을 바른 어린 아이처럼. 용희는 몸에 너무 타이트한 옷을 벗고, 조금은 헐렁한 핏의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위에는 블레이저를 걸치고 3cm 정도의 낮은 굽의 구두를 신었다. 그리고 팔에는 권총, 발터PPK와 소음기, 그리고 차키, 스마트폰만 딱 들어갈 정도의 작은 가방을 팔에 걸쳤다.
김원진 : 유원종, 집에서 출발. 친구 세 명 확인. 모두 남자. 이제 저희는 빠질게요.
집에서 나서기 전, 김원진에게서 메시지가 한 번 더 도착했다.
조용희 : 네, 저는 지금 출발해요. 일 끝나면 연락드릴게요.
용희는 집을 나서며 답장했다. 지금 시간 9시 30분. 홍대에 도착하면 아마 10시 30분일 것이다. 홍대에서 10시 30분이면 아직 제대로 된 밤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시간. 유원종도 아직 술 한 잔도 안 했을 시간. 용희는 차에 올라타서 구두를 벗어 조수석에 던져놓고, 운전용 스니커즈로 갈아신었다. 시동을 켜는 순간, 용희는 허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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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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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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