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은 거들 뿐> 5 Aug, 2022 ∙ 1533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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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22호 차량 실격입니다.” ‘아, 뒷바퀴!’ 1단을 넣으면 운전석을 침범하는 길다란 기어봉. 등 떼고 어깨를 써야 돌아가는 떡 벌어진 핸들. ‘감히 날 끌어보시겠다고?’
클러치를 지배하는 자가 녀석의 풍채를 제압한다. 오른발은 액셀과 브레이크, 왼발은 거들 뿐. 수천 개의 부품을 가진 기동력 좋은 기계가 왼발과 연결된다. 클러치 감이 돌아올수록 육중한 체구가 컨트롤된다. 영화 ‘아바타’가 떠오른다. 오랜만이군, 운전은 왼발 맛이었지.
녀석은 도로 위 허락된 무법자. 때로는 중앙선을 넘어야 커브가 가능하다. 도로경계석 위로 앞체가 넘어가 바퀴만 도로에 머문 채 붕 떠서 회전되는 대범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새로운 거울 시야도 빨리 적응해야 한다. 좌우 양쪽에 하나씩 추가된 동그란 거울로 차량 앞면과 외부 사이의 거리감, 뒷바퀴의 따라옴을 늘 주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삐! 실격입니다.” 단칼에 탈락될 수도 있다. 1종 대형면허 연수 1일차, 허세로운 4시간이었다. 왼발은 거들 뿐.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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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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ちょっと背のびを (춋토세노비오/조금 등을 펴고서)
by Kumiko 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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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가 시작되었다. 차라리 좀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하는데, 이도저도 못하는 꿀렁 꿀렁한 우기. 덕분에 이런 사우나가 따로 없는 동남아 날씨가 한창이다. 내가 지금 방콕에라도 있었으면 덜 억울 할텐데.
다들 휴가 계획은 어떠신지. 필자는 매해 연례행사처럼 지리산에 간다. 좋은 멤버와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예정. 이밖에도 미국에서 오는 귀한 손님과 계곡 평상에서 닭백숙도 먹을 예정이고, 양평계곡에도 놀러갈 예정이다. 이 계획들을 위안 삼으며 이 더위를 버티면 올해 여름도 마무리 될 것 같다. 시간이 좀 빠르다고 느껴진다. 2개월만 지나도 춥다고 벌벌 떨겠지 후후.
이번 소개하는 곡은 여름 그 자체다. 열대가 느껴지는 훌륭한 남미 사운드. 단조롭지만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베이스라인이 너무 좋다. 지금 한국의 날씨라면 차라리 쿠바에 가서 이런 음악과 함께 디비 눕고 싶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Kumiko Hara(原 久美子) 54년 신주쿠 출생. 77년 데뷔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를 했는데, Jazz 나 Rock 을 기반으로 주로 플레이 했다. 건반으로도 활약을 하고, 보컬로도 활약을 했던 사람. 건반실력을 살려 음대로 진학해서 음악을 공부하다가, 라이브 바에서 건반 연주자로 활동. 그 과정에서 레코드 에이전시의 눈에 들어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은 중단했다.
+<恋は汽車のよう (코이와키샤노요우/사랑은 기차처럼)> by Kumiko Hara
1집 [No Smoking] 수록곡. 훌륭한 재즈 음반이다. 게다가 앨범명이 흡연금지 인데, 담배를 들고 있는 쿠미코 누나가 참 간지 난달까.
2집 [熱風] 앨범 타이틀 부터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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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진우
주연 구교환, 문창길
개봉 2012
길이 28분
관람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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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의 감상 노트
위에 도큐가 말했던 것처럼 몽골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고 왔다. 사실 내가 몽골에 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에게 각별한 몽골 사람은 있다.
‘쉬거’는 아일랜드에서 레스토랑 일을 하다가 만났다. 처음 쉬거를 만났을 때, 나는 러너(접시 치우고 닦고 잡일을 하는 웨이터 보다 낮은 포지션) 일을 꽤나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매니저에게 혼나는 것은 나의 대표 일과 중 하나였고 레스토랑 동료들에게도 따돌림, 인종차별은 필수 코스였다.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바로 집에 가지 못하고 레스토랑 뒷문에 앉아 있었다. 그냥 멍하게 앉아 있다가 옆에 인기척이 느껴져서 봤더니 쉬거가 있었다. 쉬거가 내 옆에 앉더니 담배를 피우면서 말했다.
“Do you have a dream?”
쉬거는 불법체류자로 아일랜드에 있었다. 가까운 영국 여행은 커녕 집, 레스토랑만 반복하면서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지내는 이유는 몽골에 있는 딸 때문이었다. 딸의 학비와 미래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몽골의 임금이 너무 낮아서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럽 여기저기 레스토랑 일을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자기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쉬거였다. 어제는 딸이 새로 산 원피스를 자랑하는 사진을 보내줬는데 너무 행복하면서 자기가 살아 있는 이유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나도 내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내 이야기를 듣더니 쉬거는 웃으면서 말했다.
“If a man like you doesn't become a film director, who's going to be a film director?”
그렇게 대화를 나눈 밤 뒤로 쉬거는 내가 퇴근할 때마다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내가 부담스러워 하면 쉬거는 언제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하면서 굶고 다니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나와 쉬거의 우정이 생겼다.
몽골에 도착하니 문득 쉬거가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쉬거는 너무 반가워 하면서 마침 울란바토르에 자기 딸이 공부하고 있으니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얼떨결에 시내 중심가에서 쉬거의 딸까지 만나게 된 상황. 카페에 앉아서 기다린지 10분 정도 후 누군가 해맑게 인사를 건넸다. 쉬거의 딸이었다. 울란바토르 의대에서 레지던트를 하고 있는 그녀는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이쁜 엄친딸 분위기가 났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쉬거의 꿈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정적을 깬 것은 쉬거의 딸이었다. 쉬거의 딸은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쉬거가 매번 내 유튜브 채널의 영화, 영상들을 보여주면서 멋진 친구라고 자랑 했다고 한다. 쉬거와 딸이 내 영화를 보고 있는 줄은 몰랐다. 쉬거가 그렇게 나를 응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에 뭔가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나더니 곧 눈이 뭉클했다.
시상식에서 배우나 감독들이 그 많은 스텝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는 것이 이미지 관리라고 생각하고 그리 좋지 않게 봤었다. 그 마음을 이제 알 것 같다. 감사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은 그렇게 이름을 부르는 것 뿐이라는 것도 이제는 알 것 같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뭔가 쉬거와 나와의 관계 같기도 해서 소개하게 된 이번 영화는 주로 본인이 제작, 연출하는 단편에 출연하는 구교환 배우가 주연배우로 출연한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로 다가와서 보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물론 지금은 슈퍼스타 구교환의 필모 깨기 코스이지만!)
주연인 구교환 배우에 대해서는 전에 몇 주 동안 이야기를 했으니 패스! 또 다른 주연 배우였던 문창길 배우는 1980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부분 남자 신인상을 받으셨던 전통 연극파 배우이다. 주로 연극만 하시다가 2009년부터 조연으로 단편, 장편에 출연하시기 시작했는데 활동이 정말 활발하시다! 1953년 생으로 나이가 많으심에도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신 것 같아 정말 존경하는 배우 중 한 분이다.
이진우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2012년에 제 12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수상을 할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 뒤로 2016년에 <울보>라는 장편으로 다시 한번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수상을 하신 뒤로 소식이 없으시다. 개인적으로 이진우 감독이 영화의 주제를 접근하는 방식을 굉장히 좋아해서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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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24회-
용희는 차에 올라타서 구두를 벗어 조수석에 던져놓고, 운전용 스니커즈로 갈아신었다. 시동을 켜는 순간, 용희는 허기가 강하게 느꼈다.
용희의 피아트 500은 강변북로 위에 올라탔다. 금요일 밤, 도로 위에 차들이 가득 차 있어서 용희는 계속 액셀에 올린 오른발을 밟았다, 뗐다를 반복했다. 길이 막히는 건 답답했지만, 갔다, 섰다 하면서 초조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용희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카 오디오를 통해 라디오를 틀었다. 용희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뮤지션이 DJ를 하고 있었고, 신인 인디밴드가 나와서 데뷔 앨범을 열심히 소개하고 있었다. 업무 때문에 시사방송 라디오를 들은 것을 제외하고, 그냥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은 건 오랜만이었다. 신인 인디밴드의 리더가 떨리는 목소리로 곡 소개를 마치자, DJ가 박수로 라이브를 청했다. 그리고 잠깐의 오디오 공백이 지나고, 드럼 스틱이 세 번 ‘탁, 탁, 탁’ 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진 베이스 연주, 기타, 키보드 그리고 보컬... 이 밴드의 음악은 사이키델릭 록이었다. 반복적이고 꼬이는 멜로디가 안 그래도 든 것 없는 용희의 속을 어지럽게 했다. 용희는 채널을 돌렸다. 그러자, 중년의 아나운서가 차분하게 진행하는 클래식 프로그램이 나왔다. 아나운서는 용희가 처음 들어보는 용어로 곡을 소개했다. 그리고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이 음악을 어떻게 즐겨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그래도 사이키델릭 록과 달리, 용희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용희는 강변북로가 끝나는 곳까지 채널을 바꾸지 않았다.
용희는 노상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용희는 차에서 한동안 내리지 않았다. 차 실내등을 끄고 주변 빛에 의존해 총기를 점검했다. 스프링이 약해질까 봐 비워두고 보관했던 탄창에 총알 세 발을 천천히 채워 넣었다. 무게가 생긴 탄창을 권총과 결합한 다음, 작은 가방에 소음기와 함께 넣었다. 용희는 눈을 감고, 가방에 손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가방 내부의 상황을 손의 감각으로 익혀놓기 위함이었다. 용희는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도 본인에게 놀랐다. 자신이 마치 교육을 받은 킬러들처럼(이들이 정말 무슨 교육을 받는지는 모르지만) 나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게 현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조용희 : 홍대 도착. A노상공영주차장에 주차했어요. 이제 차에서 내릴게요.
용희는 김원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가방에 넣었다. 이제 김원진의 답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차 문을 여니, 홍대의 화려하면서 시끄러운 소음과 인파가 용희를 뒤덮었다. 용희는 왼쪽 어깨에 걸친 가방끈을 왼손으로 꽉 쥐며 거리를 걸었다. 용희는 화려한 간판 조명 사이에서 ‘A 클럽’ 간판을 발견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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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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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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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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