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들어간 손이 PPK 앞에 소음기 장착을 완료했다.
“다 했어.”
용희가 일어났다. 유원종은 다시 몸을 돌려 앞서 걸었다. 그때였다.
“참, 원종아.”
용희가 말했다. 그러자 유원종이 고개를 돌리며, “응?”이라고 했다. 그리고 잠깐의 서먹함이 스쳤다.
“잠깐, 내가 이름을 이야기했었나?”
유원종이 말했다.
“아니.”
용희가 말했다.
“너 나 알아?”
“알지.”
용희의 대답에 유원종은 머리를 흔들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꺼내려는 듯했다.
“어디서 만났지?”
“법원. 아, 너무 어려운 말인가? 재판장에서 봤어.”
“....재판이라니?”
유원종이 이상한 흐름을 감지한 것 같았다. 취기에 풀어져 있던 눈에 힘이 들어갔고, 축 처져 있던 팔도 어느새 긴장한 듯, 몸 앞쪽으로 당겨졌다.
“정말 몰라?” 용희가 재차 물었지만, 유원종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너 뭐야 씨발.”
“뭐긴 씨발, 이수진 언니다.”
“이수진? 걔가 누군데.”
“니가 어린이집에서 대마 핀 거, 억울하게 누명 쓰고 죽은 이수진.”
유원종은 잠깐 생각하더니, 웃기 시작했다.
“뭐야, 걔 죽었어? 그럼 이제 끝난 거 아냐?”
유원종의 웃음을 들은 용희는 참을 수가 없었다. 오른손을 가방에 넣어 PPK를 꺼냈다.
“뭔데 그건 또. 씨발.”
용희는 유원종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총을 파지하고, 왼손으로 권총 슬라이드를 뒤로 당겨 장전했다.
“소리 씨발 진짜 총 같네. 야 여기가 미국이냐?”
“아니, 한국인데.”
말을 마치고 용희가 권총으로 유원종을 겨눴다. 그러자, 유원종이 “이 미친년이 보자 보자 하니까.”라고 소리치며, 주먹을 내지르기 위해 오른손을 어깨 뒤로 당겼다.
‘틱’
탄알이 발사됐다. PPK의 탄이 약해서인지, 소음기가 충분히 효과 있었다. 유원종은 배를 움켜쥐고 뒤로 고꾸라져있었다. 그래도 “야 이씨... ”와 같이 욕과 비슷한 신음을 내고 있었다.
‘틱. 틱.’
용희는 총 맞은 복부를 가리고 있는 유원종의 두 팔 사이로 총신을 집어넣고 방아쇠를 두 번 더 당겼다. 이제 유원종이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