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희는 눈 뜬 김에 어제 지우지 못한 화장을 지우고, 샤워했다. 그리고 아침으로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김원진의 전화였다.
“용희 씨. 기대하던 그 이상이에요.”
김원진의 침착한 목소리와 달리, 말속 담긴 흥분은 감춰지지 않고 용희의 스마트폰에 그대로 전해졌다.
“시체는요?”
용희가 물었다.
“아, 그건 저희가 다 처리 했습니다. 워낙 깔끔하게 처리하셔서 저희가 작업하기에도 수월했고요.”
김원진이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 용희는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렇다면 시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계속 쫓아다녔다는 걸까? 그러나 용희는 묻지 않았다. 물어봤자, 이들이 그걸 답해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전 이제 뭘 하면 되죠?”
“먼저 총을 닦아야죠. 분해하고, 전에 알려드린 대로. 혹시 헷갈린다면 제게 찾아오시면 됩니다.”
김원진은 어린아이에게 칫솔질을 가르치듯,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당연한 듯이.
“총기 분해나 닦는 건 알아요. 그리고서요.”
“그리고 나서, 다음으로 죽이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면 되죠.”
용희는 경찰서에 있는 수습기자들에게 연락해서 밤사이 특별한 일이 없었냐고 물었다. 각 잡힌 수습기자들은 자신들이 얻어낸 정보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냈는데, 그중 살인사건이나 시체 발견 같은 사건은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토요일을 보냈다. 밥을 먹고, 오랜만에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을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식빵과 잼 그리고 우유를 샀다. 집에 와서 잼 샌드위치와 계란후라이로 간단하게 식사를 때우고 나서 오랜만에 끊었던 담배 한 대를 피웠다. 잊고 있었는데 책상 서랍 속에서 한 갑을 발견한 이상 안 필 수가 없었다. 오후에는 피아트500을 몰고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왔다.
용희가 마주한 오늘 하루는 유원종이 만나지 못한 하루다. 용희가 마주한 오늘 하루는 유원종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이 모든 건 용희의 손가락 ‘까딱’ 한 번에 일어난 일이다. 용희는 자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없어진 세상 속에서 개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