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희가 마주한 오늘 하루는 유원종이 만나지 못한 하루다. 용희가 마주한 오늘 하루는 유원종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이 모든 건 용희의 손가락 ‘까딱’ 한 번에 일어난 일이다. 용희는 자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없어진 세상 속에서 개운했다.
잠을 자고 일어났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용희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업무와 관련된 단톡방들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메시지들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용희는 그걸 하나하나 다 살폈다. 하룻밤 새 벌어진 일 중에 유원종의 죽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용희는 안심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차가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용희는 창문을 내렸다.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용희는 새삼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연달아 들었다. 늘 살아있었는데, 죽음도 늘 곁에 있었는데 갑자기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내가 증오하는 사람은 죽었고, 나는 살아서 이걸 즐긴다는 사실 때문일까? 용희는 묘한 쾌감을 느끼며 서울극장으로 차를 몰았다.
“올 줄 알았어요.”
김원진이 말했다.
“전 올 줄 몰랐는데, 원래 사람들이 이렇게 다시 찾나요?”
용희가 말했다.
“아뇨. 대부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반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다음은요?”
“그다음은 한번. 딱 한 번만 저지르고 말죠. 그리곤 못하겠다고 울고불고하기도 하고요”
“그럼 저는 어떤 것 같아요?”
용희가 김원진에게 총이 든 상자를 건네며 물었다. 김원진은 말없이 카운터 아래서 총알 세 개를 꺼내, 상자 안에 넣었다.
“킬러. 타고난 킬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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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의 2부, ‘킬러 조의 첫 살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3주간의 휴식 후, 킬러, 조 기자의 3부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2부, ‘킬러 조의 첫 살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