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구> 18 Nov, 2022 ∙ 1527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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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에 따라 나는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고등학생 친구와 있을 때의 나, 대학 친구와 있을 때의 나, 직장 동료와 있을 때의 나, 사회에서 만난 지인들과 있을 때의 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 그룹의 한 명이 대표해서 ‘나’에 대해 묘사하면 각각 다른 사람을 말할 것이다. 그림으로 치면 살아있는 피카소 초상화다. 통일된 얼굴을 그릴 수가 없다. 이런 내가 혼란스러워 때아닌 사춘기가 삶을 침범 하기도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편이다.
결국 전부 나다. 깃털처럼 가벼운 면, 쓸데없지 진지한 면, 차가운 면, 따뜻한 면, 찌질한 면, 수다스러운 면, 부적응적인 면. 모두 나다. 그 중에 어느 면이 진짜 너냐라고 한다면 전부 나라서 뭐라 답할지 모르겠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는 누군가에겐 쓰레기이며 누군가에겐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쓰레기이면서 괜찮은 사람인 것이다.
내 안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면도 존재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나조차도 어색한 나의 면이 튀어나오고 그 면이 그 사람과 유독 케미가 잘 맞아 난 그런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나도 물론 그 사람을 멋대로 그런 사람이라 생각한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건 죽을 때까지 가져갈 만한 재밌는 탐험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하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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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운전해서 집에 돌아오는데, 달이 엄청 커보였다. 신호라도 걸려서 정차를 하게되면 사진이라도 찍고 싶을 정도로 크고 밝고 동그란 달이었다. 아쉽게도 신호도 걸리지 않고 뻥뻥뚫린 도로라 그냥 지나갔지만 (이럴땐 꼭 안막히더라) 누구에게라도 보여주고 싶은 달이었다.
뉴스에서 슈퍼문이니 뭐니 떠들지 않는 걸 보니 사실 달이 정말 가까워서 커보인 게 아니고, 그냥 착시였다. 달이 높이 떠있을 때 보다 지평선에 걸려있을 시간에 그냥 원래 그렇게 보인다는 것. 그러니까 매번 보름달이 뜰 때면 지평선에 걸친 시간대와 그걸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면 엄청 큰 달(이라고 착각할)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매번 달은 그렇게 그대로 있는데 나는 그 달이 마치 특별한 것 처럼 막 사진을 찍어 공유를 해주고 싶을 정도로 감동에 빠져버렸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걸 특별하게 보여질 때가 있다. 바꿔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특별해 질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반짝반짝 소중한 것들을 아무 감흥 없이 바라보고 있진 않은가.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야마네 마이 (山根麻以) 1958년 생. 작사도 겸하는 가수. 요즘 오랜만에 일본 70-80 음악을 디깅하다 보니 오랜만에 언급하는 야마하 재단 콘테스트 출신. 1979년에 수상하면서 본격 데뷔해 가수의 길로 올랐다.
TA SO GA RE 라고 대문짝 만하게 커버에 적혀있는 앨범이 제일 유명하다. 그 앨범이 1집 [たそがれ] 다. 이후 10장 정도의 정규 앨범 작업을 했고, 95년 부터는 New Archaic Smile 이라는 밴드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야마네 에이코, 야마네 사토루 삼남매가 구성원이었던 게 재밌는 포인트.
81년도 2집 [Sorry]의 수록곡. 맬로우한 발라드 곡.
+<Wave> by Mai Yamane
+1집 [たそがれ] 에서 정말 좋아하는 곡. 운전하다가 달을 본 이야기를 하느라 메인곡은 <City Drive>가 되었지만, 요즘 같은 날 밤에 듣기 딱좋은 말랑말랑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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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lue
감독 Judie Feenstr
개봉 2016
주연 Nathalie Pownall, Kendall Bryant Jr
길이 10분
관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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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의 감상 노트
내 왼 아래쪽에 위치한 어금니가 금이 간 상태로 오랜 기간 입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바로 위쪽에 사랑니가 나기 시작하면서 아래에 있는 어금니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고 그 치근덕거림을 이겨내지 못한 어금니는 뚝 하는 소리와 함께 3분의 1이 깨져버렸다. 그 당시 치과 의사는 크라운이나 임플란트의 치료를 권유했지만 금전적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던(언제는 여유로웠던 적이 있었나) 그 시절의 나는 통증과 불편감이 그리 크지 않았기에 임시 방편으로 떨어져 나간 곳만 치료를 받고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렇게 약 5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결국 이틀 전 발치를 했다. 심상치 않게 잇몸이 부어올라 혹시나 싶어 치과에 방문했더니 금이 간 어금니에 염증이 생겨 뼈를 녹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위에 위치한 사랑니도 어금니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동시에 2개의 치아를 발치하게 되었다.
치과 의사, 치위생사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많이 걱정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마치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푼 것처럼 짜릿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것들, 마주할 용기나 여력이 없었던 사안들을 직면할 동력을 얻었다. 오랫동안 방치한 충치 하나 뽑았을 뿐인데 말이다. 참 우스운 일이다.
그냥 나에게는 계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내 스스로 외면하고 있던 것을 직면할 동기를 만들어주는 아주 사소한 계기. 삶은 이렇게 사소한 일들과 각자 나름의 의미 부여로 존속되나 보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2016년 아카데미 단편 작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주디 펜스트Judie Feenstr라는 네덜란드 출신의 천재가 만든 작품이다.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 있는 미국 연극 예술 아카데미 음악원American Academy of Dramatic Arts conservatory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가수,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다지면서 연극, 영화 배우로서 활동을 하며, 각본가로서 영화, 드라마 제작에도 수십차례 참여하였으며, 이 작품처럼 직접 감독으로 작품까지 만든다. 보통 천재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러운데 이 정도 스펙의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써야할 것 같다.
최근에는 2년간 태국에서 남자친구와 살고 있는데, 태국 원주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다큐멘터리를 만들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하다!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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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연재 끝.
-3부로 돌아오겠습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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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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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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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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