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의 ‘물건을 운반하다’라는 Disportare에서 나온 말인 스포츠. 그 어원 때문인지 스포츠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축구, 농구, 야구 등과 같은 구기 종목이다. 그 구기 종목 중에서 나는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아니 미쳐 있는 것에 가깝다)
내 또래가 다 그렇듯이 축구를 제대로 접하게 된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때였다. 당시에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내가 운동장에서 하는 이 단순한 공놀이에 전국민이 단결해서 울고 웃고 하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고 강렬했다. 그래서 이 축구라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고 아스날의 전설적인 명장 아르센 벵거의 “그라운드에 10분 만이라도 나의 축구가 펼쳐지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인터뷰를 보고 축구의 매력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축구는 11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강팀이 약팀을 이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논리지만, 가끔 언더독들이 강팀을 이길 때가 있다. 그 기적과도 같은 과정에서 어려움과 한계를 이겨내는 선수들의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언제나 큰 영감과 감동을 주었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나전이 끝난 뒤로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확률은 평균 16%였다. 복잡한 경우의 수 때문에 ‘졌잘싸’ 게임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좁은 확률을 뚫고 우리나라는 16강 진출을 했다. 정말 드라마틱하게 후반 추가 시간에 손흥민 선수의 패스를 황희찬 선수가 받아서 골을 넣었을 때, 나에게 혹은 우리 모두에게는 2002 한일월드컵 때의 감정이 다시 일어났다.
누구도 안된다고 할 때, 가능하다고 보여주는 것.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단순히 놀이, 육체 운동을 넘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이래서 축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이 없었던 레슬러 자이언 클라크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이 없는 그를 사람들은 측은하게 여기지만 오히려 자이언은 그런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나는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은데, 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하길 원하는지. 원래 의족으로 위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이 익숙하고 편하다는 자이언은 우리에게 자기중심적 사고의 한계를 깨닫게 해주면서 선의가 선의로서 충분한지 질문하게 만든다.
짧은 다큐멘터리지만 레슬링에 대한 그의 진심을 느끼기 충분하고 편견과 역경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혀지며 그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