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없다 있으니까~> 16 Dec, 2022 ∙ 1520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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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3 수
날씨: 인천공항화물장에 도착하니 다리가 추워서 히트텍 바지 두 장 온라인 구매.
영하 8도. 갑자기다. 그간 춥지 않았다. 기후변화, 지구의 위기 같은 단어가 떠오르며 오묘한 기분이 이어지는 와중, 별안간 찾아온 추위는 의외로 반갑다. 잃어가던 계절 하나를 되찾은 느낌이다. 없다 있으니 무엇이 매력인지 선명히 보인다.
겨울이 제 모습을 되찾으니 일상 구석구석 반전 일색이다. 온몸 움츠리다 실내로 들어서면 양볼이 간지럽다. 집에 오면 손발이 찬탓에 방바닥 어디가 난방이 후끈한지 단번에 느끼고 있다. 그곳에 외출복을 깔아뒀다가 입기도 한다. 화장실은 외려 난방 정도가 나쁘지 않고 침대는 외벽과 붙어있어 싸늘하다. 이불이 어찌나 고마운지. 귀에도 반전이다. 플레이리스트가 일관되지 않아 갈까 말까 망설였던 카페에도 캐럴이 퍼진다. 캐럴을 채우는 금관악기의 앙상블은 언제나 포근하다. 여담으로 더울 때 시원한 곳에 있는 것보다 추울 때 따뜻한 곳에 있는 것이 더 기분 좋다. 로맨틱에도 후자가 더 어울린다.
겨울은 종교와 별개로 크리스마스라는 보편적 정서가 있다. 다른 종교를 믿거나 무교라고 해서 캐럴을 멀리한다는 사람은 아직 만난 적 없다. 까다로운 현대인의 개별적 취향도 크리스마스 캐럴은 받아주는 것이다. 여름과 겨울은 덥냐 춥냐보다 크리스마스가 있느냐 없느냐로 더욱 그 정서적 차이가 도드라지는 것 같다. 여름과 겨울은 앞으로 크리스마스 유무로 구별하기로 하자.
너는 여름이냐 겨울이냐는 질문에 여름이라 답했던 나의 답이 이제는 흔들린다. 나이가 들어가며 신체의 젊음이 조금씩 꺼져가는 만큼 감각의 접점은 넓어지는 것 같다. 역시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그렇다고 얼른 늙고 싶진 않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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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vie by 단편극장
Teen Troubles In Dirty Jer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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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가 마무리 되었다. 동기 선생님들이랑 회식도 하고, 교수님과 면담도 갖고, 시험도 보고, 과제도 하고, 발표도 무사히 마쳤다. 이것저것 마무리를 해 나가다 보니 뭔가 연말 느낌이 물씬 나는 기분이다. 겨울은 항상 움츠리고 마무리 짓고 걷어 내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회식 때, 왜 대학원에 오셨냐는 질문에 각자 나름의 대답을 하면서도 비슷한 이유로 한곳에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 특성상 HR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좀 더 전문적으로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이유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려다가 내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된다는 것이다. 각자 느끼는 정도는 다르지만, 다른 선생님들도 꽤 충격이 있는 것 같다. 알고 싶지 않았던 혹은, 알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과정은 달갑지 않다. 한 학기가 꽤 힘들었는데 과제나 시험이 많아서가 아니고, 내 마음을 알 것 같아서 힘들었다. 움츠리고 걷어내고 외면했던 것들을 감싸 안으려 하니 그게 참 버겁다.
눈이 겁나게 온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온다니. 모두 안전하게 집 밖으로 나오지 마시길. 참고로 저는 이번 주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주말에 혹한기 한옥마을 체험을 떠납니다. 다음주에 지면으로 만날 수 있길 간절히 기도 부탁드립니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MISIA (伊藤美咲) 미시아라고 읽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는데, 미샤라고 읽는 게 맞다. 78년생 일본의 디바.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던 가수다. MISIA라는 닉네임도 ASIA에 음악을 알리겠다는 포부가 들어있다.
1998년 1집 [Mother Father Brother Sister] 로 데뷔했고, 유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데뷔 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싱글 앨범[つつみ込むように...]은 발매 하자마자 매진. 고가로 리셀이 이뤄졌고 정규 앨범은 250만장이 팔리며 기록을 세웠다.
보컬에 굉장한 자부가 있고, 제작자들도 그 보컬에 아주 포인트를 많이 주는 편. 그래서 인지 곡들마다 믹싱이 목소리에 많이 포인트를 주고 있다.
+Everything (Music Video) by MISIA
<つつみ込むように...>는 SES가 비슷한 시기에 리메이크해서 큰 인기를 끌었고, <Everything>이라는 곡도 정말 많은 가수가 커버 하면서 인기가 많다.
+逢いたくていま(Music Video)by MISIA
아시아 정서에 맞는 발라드 곡. 위의 뮤직비디오가 겨울이라면 이곡은 가을 계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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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en Troubles In Dirty Jersey
감독 Waley Wang
주연 Daniel Oliver Lee, Thea Henry, Lennox Hart-Torres, Thomas Alexander, Brody Hafen, Saki Kawamura
개봉 2022
길이 16분
관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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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의 감상 노트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문화생활을 하기로 했다. 아내의 회사 앞에서 퇴근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 눈 사이로 신나게 뛰어오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오랜만에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 들어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드디어 영상 하는 남편 덕 좀 보내!”
뮤지컬 공연장 근처 맛집을 찾으며 아내가 말했다. 우스개 소리로 오늘 아내와 뮤지컬 같이 못 보면 이혼 당한다고 동료들에게 농담하고는 했는데, 분위기를 보니 안봤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승석님, 도큐님이 한 가정의 평화를 이루어주셨습니다. 무한 감사!)
뮤지컬은 <용의자X의 헌신>, 일본에서 유명한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작품에 대해서 모른다던 아내는 뮤지컬이 끝나자 일본에 살았을 때 봤던 소설이라며 그 시절 에피소드들이 술술 나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지하철을 반대로 탔다. 어딘지 확인하려고 주변을 살펴보니 ‘매봉역’이라는 안내 메세지가 들렸다. 분명 처음 오는 곳인데 지역명이 익숙했다. 안내 방송은 자주 들었던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갸우뚱 거리다 팔로알토의 <3호선 매봉역>에서 지하철 안내 메세지와 노래 가사 속 장소라는 것이 기억났다. 아! 여기가 그 매봉역이구나.
아내와 이어폰 한 쪽 씩 나눠 끼고는 집에 돌아갈 때까지 <3호선 매봉역> 노래를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서로 신이 나서 잘 하지도 못하는 랩을 더듬더듬 따라하면서.
+팔로알토 <3호선 매봉역> (EBS 스페이스 공감)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개인적으로 앨범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뮤지션들이 앨범의 시작과 끝의 서사에 대해서 고민하는 흔적과 노력들이 트랙리스트에 담겨 있기에, 그 트랙들을 순서대로 들으면서 이 뮤지션들의 생각과 의도에 공감 하는 재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요즘은 이 취미 활동을 잠시 접어두고 있는데, 많은 뮤지션들이 정규 앨범 보다는 EP, 싱글의 개념으로 곡을 발매하는 분위기로 앨범을 살 기회가 많이 않은 것이 크다.
휴일에 태어나서 '조휴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원 밴드 그룹, '검정치마'의 새앨범 [Teen Troubles]는 오랜만에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서 오랜만에 내가 앨범을 샀던 이유와 재미를 다시 느끼게 해줬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트랙리스트에 맞춰서 이렇게 단편까지 내주다니! 역시 그는 천재가 맞다!
앨범과 더불어서 단편의 내용 역시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주제이다. 단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청하기 전에 앨범을 쭉 들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앨범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단편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완벽한 상호작용!)
개인적으로 앨범을 들으신다면 1번부터 18번 트랙까지 들은 다음에 반드시 1번으로 다시 반복되게끔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17살에 머물고 싶기 때문이다. 18번 트랙의 매미소리가 1번 트랙의 매미소리와 이어지면서 지독한 순환의 구조가 완성되는 순간, 헤어나올 수 없는 노스텔지어가 완성된다.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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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연재 끝.
-3부로 돌아오겠습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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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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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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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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