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Feb, 2023 ∙ 1513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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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촌동생과 맥주를 마시던 중이었다.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왜 클릭했는지 모르겠지만 얼굴은 끝내 보여주지 않는 유튜버가 잔잔한 배경음악을 깔며 ‘브렉퍼스트’를 만들어 먹고, 잘 꾸며진 집을 스리슬쩍 보여주는 소위 감성 브이로그였다. 그러다가 질문이 생긴 것이다. “취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동생과 나는 의견을 주고받았고 말하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취향이란 고유한 것이다. 고유함이란 개별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므로 저마다의 성격, 경험, 생존방식으로부터 어쩔 수 없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쉬운 예로 ‘혀’다. 아무리 추천해도 혀는 너무 고유해서 안 맞으면 좋아질 수가 없다. 유행이란 개별성이 아닌 대중성에 기반하며 일시적 현상으로 시시각각 돌고 변한다. 누군가의 취향이 변한다면 새로운 경험의 누적과 달라진 생존방식에 의해서 일 것이다. 유행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게 개인의 취향이라면, ‘취향 좋으시네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정당방위를 가해도 좋을 것이다. ‘자네에겐 개별성이 없군'하고 비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유행을 따르는 것은 하나의 취향이 될 수 없다는 게 그날 밤 나의 결론이었다. 내가 너무 야박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 개념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해나가는 일은 성장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스테인리스 가구, 색색한 바닥 카펫. <나 혼자 산다> 경수진 집을 통해 한국에 잘 소개된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를 잘 실천하고 있는 유튜버의 집을 나는 죽어도 ‘취향이 좋다’라고 말을 못하겠다. ‘트렌드 감각 있다’, ‘깔끔하게 정돈이 잘돼있고 유튜브까지 업로드하니 성실한 사람이다’라고 진심으로 칭찬할 수 있지만 ‘취향이 좋다’라고는 못 말하겠다. 나도 참 꼬였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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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을지로 도시음악
Love Changes by Mother's Fi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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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Changes
by Mother's Fi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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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오래도록 아이를 키우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단순하게는 나도 나를 기르기 쉽지 않은데 내 아이를 기를 자신이 없었고, 복잡하게는 내가 받은 게 너무 많아서 그만큼 아이에게 해줄 자신이 없었다. 그것이 마음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말이다.
이후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면서 조금은 육아를 이해하게 되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도 그 반대로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그 과정에서 하나 궁금한 것이 피어오르는데, 인간이라는 종족은 어떻게 이렇게 긴 세월 동안 번식하고 종을 유지해왔을까? 단순하게 고통스러운 만큼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육아를 해보지 않았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아주 길고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아이도 없는 주제에 짧은 생각을 말하자면, ‘아이를 통해 부모가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육아는 아이가 성장하기위해 부모가 모든 희생을 하는 구조로 보이지만 실상 뜯어보면 오히려 아이에게서 부모가 배우는 것 혹은 얻는 것이 많다. 그 이유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부모의 성장이 강요되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를 기다려주고 보듬어줄 넓은 마음이 필요하고, 그 아이가 먹고 자랄 환경을 갖추기 위해 전보다도 훨씬 많은 경제력을 갖춰야한다. 아이가 없었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의 성장을 아주 열심히 치열하게 해내야 한다.
이것은 일전에 들었던 한 문장과 굉장히 맞닿아 있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 성장하는 것 보다, 남을 위해 성장하는 것이 훨씬 쉬운일이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Mother’s Finest. 1970년 아틀랜타 조지아에서 시작한 밴드. Joyce Kennedy와 Glenn Murdock 두 사람이 듀오로 활동하다가 기타리스트 Gary Moore와 베이시스트 Jerry Seay를 영입하면서 밴드의 형태를 갖췄다. Funk, Soul, Rock, R&B 등의 장르를 중심으로 리드미컬하고 프로그레시브한 사운드를 지향했다.
"Too Funk for Rock, Too Rock for Funk." 라는 문장이 이 밴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 그만큼 다양한 사운드로 작품활동을 했다.
+<Fire> by Mother’s Finest
이런 시원한 락 사운드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Baby Love> by Mother's Finest
동시에 이렇게 펑키한 음악도 기가막히게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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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시선 (だれかのまなざし)
감독 Makoto Shinkai
주연 Fumi Hirano
개봉 2013
길이 6분
관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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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의 감상 노트
네팔에서 돌아온 지 3일만에 일본으로 바로 출국했다. 해외로 돌아다니는 인생을 살고 있어서 다들 내가 일본을 자주 가보았다고 생각을 하지만, 내 인생 첫 일본이었다. 나의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음식부터 커피, 맥주, 볼거리들을 추천해줬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저마다의 다양한 조언과 추천을 받으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가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에게 일본은 참 가깝고도 먼 나라로 느껴지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일본이 멀게 느껴지는 대표적인 이유는 역사 때문이다. 역사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과거에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한 것에 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과거의 행동에 반성을 하지 않고 뻔뻔하게 그 모습을 답습해 나아가는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다.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캠페인들을 지인들과 함께 추진하면서 정말 분노에 찼던 날들이 많았다. 그들의 행동들을 보면 영화 <베테랑>에서 극중 서도철 형사가 “근데 말이야, 난 참 이상해. 그냥 ‘미안하다’ 한 마디 하면 되는 일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커질 수가 있지?” 라는 대사가 생각난다.
반대로 일본이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문화적 이유이다. 싫든 좋든 나는 영상제작업자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영상 카메라 브랜드는 일본 회사들이다. 또한 지금은 K컬쳐가 일본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만(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이지만) 내가 10대일 때는 <겨울연가>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한류 열풍이 조금 있었을 뿐 한국은 전반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일본문화를 동경하는 분위기들이 엄청 많았다. 나 역시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듣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과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원나블 삼형제)를 보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친숙함을 넘어 지금 내가 창작 활동을 하는데 일본 문화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 나라의 정부가 싫은 것이지, 그 나라의 사람들과 문화는 싫은 것이 아니다’ 정도로 내 심정이 정리가 되려나? 그런 복잡 미묘한 마음을 가지고 첫 일본 행 비행기 몸을 실었다. 짧은 30분의 비행이었는데 네팔 가는 비행기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이 작품은 한국에서 <너의 이름은>, <언어의 정원>, <날씨의 아이>로 크게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가 만든 작품이다. 일본 노무라 부동산의 홍보물로 제작된 이 작품은 2013년 도쿄국제포럼에서 첫 공개가 되었는데 워낙 퀄리티가 높은 작품이라 그냥 홍보물로 사용되는 것이 아까워서 같은 해 <언어의 정원> 초연할 때 동시 상영을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다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많은 단편을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나에게 굉장히 반갑고도 귀한 작품이다)
굉장히 친한적인 성향과 발언을 많이 하는 감독이라 ‘NO JAPAN’ 운동이 확산되던 때 개봉한 <날씨의 아이>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한국 대중들에게 큰 호평을 받으며 개봉한 것이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상황 중 하나였다. 곧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작품으로 3월에 돌아온다고 하는데, 정말 기대가 된다!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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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연재 끝.
-3부로 돌아오겠습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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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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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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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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