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에서> 3 Mar, 2023 ∙ 1521 Subscrib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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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 누워있다. 오늘 뉴스레터에 무엇을 보내야 할까. 미리 써둔 글도 없다. 쓰고 싶은 주제는 여기저기 떠오른다. '정말 외로운 건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사람들 속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다. 이건 삶을 위협할 수준이다', '공허함과 불안함을 느낄 때 새벽 공기는 엄청 도움 된다', '꿈 때문에 지칠 때, 그것은 꿈이 테스트하는 것이다. 감당할 만한 녀석인지 보려고. 그런데 언제까지 테스트 할 거냐', '주머니에 700만 원이 없다니'.
지난 며칠 간의 일상을 뿌리 깊게 스쳐간 생각들이다. 어제는 단단했다가 오늘은 흔들리고 아침엔 단단했다가 밤되면 흔들리고.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김다미의 ‘잠적’을 친구 녀석들과 다시 봤다. 나도 한 달 정도 현실로부터 떨어져 내면으로 침잠해버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어젯밤 자기 전에 해봤다. 한 달간 책만 읽고 다큐멘터리나 영화만 보는 것이다. 근데 잠적 비용도 따져보니 적지 않아서 그냥 잤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양치를 너무 오래 했다. 내일 어금니 신경치료 마무리하는 날인데 당당하게 입 열 수 있겠다. 입안이 락스를 머금었던 것처럼 상쾌하다. 괜스레 기분 좋다. 새벽 공기뿐만 아니라 정성 들인 양치질도 하루 기분을 바꿀 수 있겠다.
위에 나열한 생각 같은 것들을 다시 읽어봤다. 전부 긍정적인 감성은 아니다. 누군가가 그랬다. 문제가 문제인지 모를 때 진짜 문제라고. 다행인 건 뭔가가 문제임을 감지한다는 것이고 불행인 건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니다. 어쩌면 알면서도 깊게 파고들면 일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까봐 현재로썬 전략적 일보 후퇴일 수 있겠다.
이제는 욕조에 너무 오래 있었다. 아직 나갈 순 없다. 포근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이 포근함이라는 실감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 같다. 이제 나가자. 거실에 나오니 트로트 경쟁 프로그램이 시청자 없이 흐르고 있다. 강아지는 먹을 거 하나 없는 뼈다귀를 계속 뜯고 있다. 엄마는 안방에서 무언가로 분주하다. 갈증이 나서 냉장고를 여니 두유, 주스, 요구르트 등 마실 것이 가득하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집안 구석구석 채워져 있다. 포근하다. 덤벼라 세상아. 단단함 이틀치 정도 충전 완료.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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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は腕の中で (aiwa udeno nakade/사랑은 품 안에서)
by 稲垣潤一 (Inagaki Jun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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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를 들을 때 내가 듣고 싶은대로 듣는다. 악기소리만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노래에서 들리는 모든 악기 소리의 조화로움을 듣는다.
보통 잘 만들어진 노래를 들으면, 4-5분 남짓 되는 시간동안 겹겹이 쌓여있는 다양한 악기소리들이 허투루 된 것이 없다. 철저히 서로 다른 악기를 배려하며 자리를 하고 있는데, 기타가 소리를 내면 건반이 도와주고, 반대로 건반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타가 도와준다.
특히나 보컬이 내는 목소리도 악기처럼 여기는데, 그래서 보컬과 악기와의 조화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 보컬이 열심히 노래를 하다가 비는 시간이 있으면 그 사이에 브라스가 노래를 한다던가 하는 조화를 즐겨 듣는다.
이렇게 목소리를 포함한 악기 소리들을 다 듣고 나서 그제서야 가사에 관심을 두는데, (사실 웬만한 외국 곡들은 가사를 신경 쓰지 않는다.) 몇몇 곡은 가사를 찾아서 내용을 보면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고, 가사 내용을 몰랐을 때가 더 좋을 때가 있기도 하다. 이번 곡은 악기소리도 좋고, 보컬의 음색은 내 타입이 아니지만 전체적인 조화가 좋다. 가사 내용도 후회 없이 좋은 편.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稲垣潤一 (Inagaki Junichi). 53년생 일본의 . 기타를 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어린 시절 기타를 살 수 없어 기타 모양의 나무를 깎아 놀기도 했을 정도. 중학생 때는 드럼에 빠져 드럼을 치며 노래를 하는 것을 즐겼다. 고등학교 때도 이 스피릿이 이어져 계속해서 밴드활동을 했고, 성인이 되어서 아마추어로 라이브하우스를 전전 하다가 결국은 레코드사에 스카웃 당하는 아름다운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공식 데뷔는 82년 1집 [246:3AM]으로 했으나, 데뷔 전에 CM송을 부르며 이미 인기를 끌었다. 곱상한 외모와 여리한 미성이 열도를 뒤 흔들었던 듯. 이후 직접 작사 작곡도 하면서 발라드 가수로 성장해 나갔고, AOR이 성행하던 시기에 활동했던 터라 미국 사운드를 표방한 훌륭한 곡이 많다. 외모 덕인지 라디오 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인기가 많아 각종 타이업곡을 자주 작업했으며, TV 광고에 나온 노래들만으로도 컴필앨범이 두 장이나 있을 정도다.
+<雨のリグレット (ameno regret/비의 후회)> by 稲垣潤一
CM송으로 이름을 날리고, 곧바로 도시바와 계약해 발매한 싱글 앨범.
+<Everyday's Valentine ~想い焦がれて(omoi kogarete/애타게 그리워서)~ > by 稲垣 潤一
83년 작품 당대 최고의 발라더 답게 세련된 곡을 많이 받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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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게
<블랙미러> 시리즈
감독 Owen Harris
출연 Hayley Atwell, Domhnall Gleeson
개봉 2013
길이 48분
관람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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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 <블랙미러> 시리즈
몇년 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요즘이다.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변해가는 사회라 그런지 새해가 되면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익히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많다. 그런데 혹시 이러한 기술 발전이 마약과도 같다면? 미디어와 정보기술의 발전을 인간의 윤리관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선을 두는 핸드폰, TV, 컴퓨터가 비추는 수많은 미디어 매채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영국의 풍자 코미디언인 찰리 브루커가 제작한 <블랙미러> 시리즈는 이런 사회적인 현상에 주목했다. 2011년부터 공개된 이 시리즈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 어느덧 시즌 5를 넘어 시즌 6가 제작 중이다. 이번 주부터 6주 동안 이 발칙하고 염세적인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첫 시작 답게 시즌 1 첫 에피소드부터 이야기해보겠다.
에이비의 일상 노트
흔히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을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대상과 다시 연결되기 위한 행동을 한다. 현실에서는 떠나간 사람의 물건이나 장소들을 통해 함께한 시간을 추억하거나 고인과 비슷한 대상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과학 혹은 마법을 이용해 그 대상을 다시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선사시대부터 스테디셀러로서 다루어졌던 이야기가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이 만들어 내는 챗봇, VR 기술 등으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렇게 현실화된 대상을 내가 알던 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로봇 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마주할 때 그것이 인간과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우리는 더 높은 호감도를 가지게 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고 주장하는 ‘불쾌한 골짜기’라는 이론이 있다.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한 이론으로,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불쾌함’이란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에른스트 옌치가 먼저 사용한 개념이다. 이 ‘불쾌함’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가 정말로 살아 있는게 맞는지, 아니면 살아 있지 않아 보이는 존재가 사실 살아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뜻한다. 모리 마사히로는 이 정신과 의사의 주장을 바탕으로 인간과 비슷한 로봇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 아닌 존재로부터 인간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반대로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인간과 다른 불완전성이 부각되어 ‘이상하다’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구간을 넘어선다면 전보다 더 강한 호감도를 보이는데 이를 그래프로 표현했을 때 골짜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불쾌한 골짜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간은 입체적이다. 쿠키를 먹어 행복하고 친구가 약속을 깨서 짜증이 난다. 그런데 다음날 쿠키가 너무 달아서 싫고 몸이 아프거나 다른 중요한 일이 생겨 오랫동안 기다렸던 약속이 꼬이는 난처한 상황인데 친구가 먼저 약속을 취소해줘서 기분이 좋아 진다. 어제 좋아했던 것이 오늘은 싫어 질 수도 있다. 사람은 모든 상황을 수학 공식처럼 풀이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입력된 것을 출력하기만 하는 로봇과의 소통은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로봇을 통해 구현된 그 사람은 타인이 바라본 그 사람의 N가지 모습 중에 하나일 뿐이다.
언젠가 기술이 발전하면 로봇이 이러한 인간의 입체성마저 구현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떠난 이를 완벽하게 다시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 낸 사람은 나의 이기심 때문에 태어난 대체물이니까.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앞서 말했던 것처럼 <블랙미러> 시리즈의 특징은 꿈도 희망도 없는 특유의 염세적인 분위기에 가끔 너무 현실적이고 냉철해서 잔혹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특유의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시즌 5를 합쳐도 유일하게 그런 분위기가 아닌 에피소드이다. 꽤 슬픈 작품이며 확실하게 결말을 짓는 다른 에피소드와는 다르게 상당히 애매한 결말을 맺어 이 주제와 이야기를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굉장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한국에서 <어바웃타임>으로 큰 사랑을 받은 도널 글리슨이 나오기 때문! <블랙미러>가 넷플릭스에 편입된 시즌 3 이후부터는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출연하지만, 시즌 1, 2 때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주류라서 그런지 영국인들이 주연을 맡아 출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확하게 말하면 도널 글리슨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아일랜드 배우이지만..!) 여튼 <어바웃타임>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도널 글리슨이 연기하는 이 작품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끼실 것이다.
에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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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2부: '킬로 조의 첫 살인' 연재 끝.
-3부로 돌아오겠습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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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조 기자> 1부,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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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커피그림> 연재완료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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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과일 season & work dokuci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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