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립>을다시봤다. 끝까지볼생각은없었다. 결국다봤다. 좋은 영화는 이런 식이다. 처음본건 20대중후반이었다. 그때도좋은영화라생각했다. 다시보니역시그렇다. 지금은눈물도났다. '부분의합이전체보다못하다'는의미가처음봤을때도울림있는말이었지만한동안잊고살았다. 주인공도머리로내린판단을이미마음을주어버린사람에게쉽사리 행하지못한다. 인간은머리로만살수없는것이다. 마음도중요하다. 이미머리로알고있는것을가슴으로옮기는데인생이라부를만한시간단위가필요한것일지도.
2023.03.17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면 인간은 개별성을 드러내려하는 걸까. 그것이 인간의 속성이라면 나도 그럴 것이다. 나는 어떻게 내 개별성을 보이고 있을까. 오늘 밤 이 자리에서 나는 뭘 하고 있나. 나는 외려 나를 숨김으로써 드러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인지못할것이다. 그럼에도누군가는나를알아차릴것이다. 그럼나는그들과인연을맺어갈지도 모른다. 그럼으로써나의개별성은돈독해지는것인가보다. 확신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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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큐 season & work
1. 을지로 도시음악
Edge Of Desire by John Mayer
2. 단편극장
샌 주니페로 <블랙미러> 시리즈
을지로 도시음악
Edge Of Desire
by John Mayer
양의아주아주 주관적인 일상
1.
봄이다. 더위가 느껴질 만큼 따스해진 날씨와 말도 안되게 빨리 펴버린 벚꽃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학부 시절 벚꽃의 꽃말은 ‘1학기 중간고사’ 였는데 언젠가는 ‘개강’으로 바뀌어야 할듯 싶다. (이렇게 생각하니 기후변화가 좀 무섭다.)
대학원 학기가 시작되고, 동기 선생님들을 오랜만에 만나게 됐다. 언제나 대화하면 즐겁고 수만가지 영감을 주는 훌륭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두서없고 쓸데없는 내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고마운 사람들. 반갑다.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강의 중 ‘직업 스트레스 상담’ 이라는 제목의 강의가 있다. 수업 중 음악 치료 관련한 내용이 있었는데, 잠시 불을 끄고 각자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갑자기 왜 이 노래가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를 들었다.
2.
신발끈이 끊어졌다. 신발끈이 풀린 게 아니고 말 그대로 끊어졌다. 그럴만도 한 것이 8년정도 신고 다닌 신발이었다. 안그래도 신발끈이 너덜너덜 했는데, 뚝 끊어졌다.
신발을 버리는김에 옷장에 있던 10년된 야상을 꺼내어서 입어봤다. 한번도 유행한 적 없는 스타일의 요상한 옷, 꽤 아끼며 입던 나만의 애착 야상이었는데, 언젠간 이 야상이 빛을 발할 순간이 올까 싶기도 했는데,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이제는 입지 않으니 버려야지. 진작에 버렸어야 했는데 이제야 버린다.
나는 한번 마음에 든 물건을 만나면 오래도록 닳도록 끊어지도록 곁에 두는 편. 쓰던 물건을 버리고 새로 사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게 더 익숙한 성격. 몇 없는 버리기 어려운 물건 중 오늘 두개나 버렸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존 메이어 선생님은 매우 유명하고 몇번 소개한 적이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대략 생략. 메이어 선생님은 요즘 솔로 투어 준비하고 계시는데 너무너무 보러가고 싶다… 대신 가줄 사람은 링크를 확인…
양 season & work
단편극장
샌 주니페로
<블랙미러> 시리즈
감독 Owen Harris
출연 Gugu Mbatha-Raw, Mackenzie Davis, Denise Burse
개봉 2016
길이 61분
관람 넷플릭스
미디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 <블랙미러> 시리즈
몇년 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요즘이다. 너무 빠르게 발전하고 변해가는 사회라 그런지 새해가 되면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익히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많다. 그런데 혹시 이러한 기술 발전이 마약과도 같다면? 미디어와 정보기술의 발전을 인간의 윤리관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선을 두는 핸드폰, TV, 컴퓨터가 비추는 수많은 미디어 매채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영국의 풍자 코미디언인 찰리 브루커가 제작한 <블랙미러> 시리즈는 이런 사회적인 현상에 주목했다. 2011년부터 공개된 이 시리즈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 어느덧 시즌 5를 넘어 시즌 6가 제작 중이다. 이번 주부터 6주 동안 이 발칙하고 염세적인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첫 시작 답게 시즌 1 첫 에피소드부터 이야기해보겠다.
에이비의 일상 노트
최근에 아마존 프라임 시리즈인 <업로드>를 다시 봤다. 처음에 봤을 때는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이렇게 디지털 사후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에 참신함과 재미를 느꼈었는데(웃긴 설정들이 많은 개그물이긴 하다) 두 번째로 봤을 때는 슬픈 감정을 느꼈다. 특히 돈으로 감기를 사는 장면은 굉장히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았다.
프로이드가 일과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둘 중에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일과 사랑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만으로 영원의 미래에서 함께한다는 것은, 망망대해에서 목적을 잃은 배가 아닐까?
프로이드가 말하는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사랑을 사랑 답게 느끼기 위한 적절한 고통과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부재하다면 사랑도 허물(허울)뿐인 감정의 형태로만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업로드>에서는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질병을 사는 것이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 사랑을 느끼고 싶어서.
갑자기 마이크 니콜스의 영화 <졸업> 엔딩이 생각난다. 사랑만 생각하고 결혼식을 뛰쳐나왔지만 막막한 현실을 직시하자 점차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처럼 사랑만으로는 공허하다. 삶은 균형이 필요하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가상 공간이라는 특성을 이용해서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1980년대와 현재를 잘 섞었다는 점과 다소 민감한 주제인 존엄사와 동성애라는 소재를 설득력 있게 잘 풀어냈다는 점을 높게 평가 받아서 2017년 스페셜 각본 부분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해피 엔딩으로 보이는 작품이지만, 내가 이번에 집중한 포인트처럼 <블랙미러>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작 이 작품을 해피 엔딩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는 않다. 샌 주니페로의 삶은 끝없는 삶으로 말만 들었을 때는 행복과 즐거움만 있을 것 같지만, 작품에서는 그런 파라다이스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초반에 살짝 보여주기는 하지만 금방 깨트려버린다) 극중에 나오는 것처럼 주민들이 점차 지루함을 견뎌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모습과 무절제한 쾌락만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영원히 사는게 진정한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