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별 통보를 당한 (이하 통당천사)님. 양입니다.
드디어 연애 주제가 나왔군요. 허허. 거기다가 가장 맛있다는 이별이야기라니... 저는 나이에 비해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그리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성격 탓에 몇 번 안되는 연애들을 기반으로 연애관을 아주 강하게 잡아왔습니다. 통당천사님이 지금 느끼는 그 연애의 끝이 너무너무 싫어서 연애에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 다짐하면서요.
하지만 항상 연애에 실패해 왔습니다. 아무리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작전을 달리해봐도 상대방이 달라지니 언제나 실패하게 되더라고요. 그렇다보니 연애는 '내 마음가짐이나 작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낼 수 있겠고, 거기에 더해 '언제나 실패 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결론도 낼 수 있었습니다. 연애에 실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 자체가 오만한 생각이었던 거죠.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새롭게 잡힌 연애관은 저의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했습니다. (혹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연애관이 바뀐 걸지도 모릅니다.)
첫째도 둘째도 '나를 잃지 말 것'입니다. 내가 나를 바꿔가며 상대방을 좋아하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럽습니다. '그만큼 상대를 좋아하는 걸 어떡해요!' 라는 말도 집어치워야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나를 바꿔가면서'까지 할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자신을 열심히 바꾸어가며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서 애정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잘못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자연스러운 '나'의 상태에서 상대를 좋아해보는 것. 반대로 그런 상태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러면서 상대방 또한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고 응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이상적인 상태에서 연애를 해 나간다면 존재만으로 서로 고마워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그럴듯한 계획이었고, 실전은 매우 다르다는 걸 압니다. 저도 아직 그런 연애를 해보지 못했거든요. '나'대로 살았더니 떠나가고, '나'를 잃으며 좋아해 주면 결국 제풀에 지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군가 서로 좋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확률입니다.
물론 연애라는 전쟁에서 남여가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일들에는 정말 많은 키워드의 문제들이 있겠으나 적어도 통당천사님의 편지에는 이런 이야기로 답장을 쓰고 싶었습니다. 통당천사님이 언제 또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더라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그 사람이 그 사람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잘 보내주세요. 통당천사님도 저가 자신을 잃지 마시고요.
헤어짐에 섭섭지 않은 위로에 말씀 전하면서 이번 연애에서 실패하며 성장했으니 다음 연애도 또 잘 실패하시길 바랍니다. (악담은 아닙니다.)
그럼 통당천사님. 또 편지 써 주세요. 고맙습니다.
양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