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정신 없는 일상의 최정점을 찍었다. 아침 9시에 일을 시작해 다음날 아침 6시에 집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진 상태. 낮과 밤의 구분이 없고, 날짜 감각도 뒤틀렸다. 가게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밤 9시가 되어 있는 걸 보면 꽤 느낌이 이상하다.
뚝딱뚝딱 하다보니 주방도 이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공사가 끝나고 우리도 처음 주방을 써볼 수 있었던 날, 가까이 사는 동네 지인들을 불러다가 간단히 음식을 대접했다. 지인들이 도와준 덕에 동업자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얼기설기 엉망진창 하지만 맛있는 그런 음식을 내놓고 술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업자가 주방장 역할이다 보니 나는 음식하는데 보조역할을 해주었는데, 괜시리 나도 우리 우람한 화구를 써보고 싶었다. 주방장놈이 자리를 비운 틈에 칼로 요 썰고 조 썰고 팬을 잡고 집에서 종종 해먹던 파스타를 만들어 봤다. 매번 만들던 파스타인데 간도 잘 못하고 불이 생각보다 센 탓에 엉망진창 파스타가 완성되었다.
나름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는지 지인 하나가 스윽 오더니 위로의 말을 건낸다. 파스타를 망친 걸 위로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만든 파스타를 보고 동공은 지진이 났지만 가게 준비하느라 고생했다고 위로해줬다.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앞으로 더 고생이겠지만 힘내라고.
말 몇 마디로 유리창에 테이프가 붙었다. 그리고 다들 파스타를 한입씩 먹고 음...? 유리창에 덕지덕지 테이프를 붙여줬다. 다만 파스타는 거의 나왔던 그대로인 상태로 싱크대에 들어갔다. 주방장놈은 싱크대를 보더니 음식물쓰레기가 왜 이렇게 많냐며 조롱했지만, 그 마저도 신문지라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은 유리창이 깨질일은 없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