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웬만해서는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수준이냐 하면, 어쩌다가 한번 화를 내면 내가 화를 냈다는 사실 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다. 최근 릴스를 보다가 신동엽이 화를 내지 않는 이유를 말하는 짧은 영상을 보게 됐는데 그 말이 참 공감이 많이 됐다. 화를 내서 상황이 변하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화를 내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 손해라는 판단으로 화를 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보통은 그냥 다음 릴스로 넘어갔겠지만, 릴스를 볼 때 댓글도 잘 챙겨서 보라는 누군가의 조언이 생각나서 그냥 지나치지 않고 댓글창을 열었다. 화를 내지 말자는 내용의 댓글에 친구를 태그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좋아요가 꽤 많고 대댓글도 엄청난 댓글을 발견했다. '뭔 개소리야 화를 내면 내 기분이 좋아지는데' 라는 댓글이었다. '엄청나다 이 사람... 정상은 아니겠구나' 생각하다가 순간, '아 이런 사람도 있겠구나 내 기분이 풀린다면 그래 시원~허게 화 한번 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뭘까. 내 생각처럼 되지 않기 때문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 나의 기준에서 정상이라는 것이 있고 상식이라는 것이 있는데, 무언가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이라 판단이 들면 불편하고 짜증이 나서 화로 번지는 것 아닐까.
어디선가 '정상 가족'이라는 단어를 읽었을 때다. 그 단어를 마주하자 마자 불편함이 들었고 '세상에 그럼 비정상 가족도 있다는 건가?' 라는 생각으로 번졌다. 하지만 그렇게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나는 '엄마, 아빠, 아이'가 있는 가족을 정상 가족이라고 여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평생 솔로로 살면서 반려동물과 지내는 사람에게 '비정상 가족'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생각하는 정상이라는 것, 상식이라는 것의 범위를 조금 넓힐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동시에 남이 생각하는 정상과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인지해야 할 것 같다. 이 정도만 해도 화가 날 뻔 한 순간에도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뭔 개소리야 화를 내면 내 기분이 풀리는데' 같은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