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는 꽤 강의 뽑기(?)를 잘했다. 이상심리학이나 게슈탈트, 성격심리학 등 듣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전공 수업에서 학점을 채워야 했기에 이번 학기는 '직업심리검사', '조직개발 실습' 그리고 논문 준비를 위한 '조직상담 세미나'까지 듣게 된다.
물론 가게의 휴무날을 정하고 그 휴무날에 맞춰서 수강신청을 하느라 제약이 조금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학기 2주차 소감을 감히 말하자면 뽑기를 잘했다. 뽑기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지난 학기 강의명만 보고 정말 재밌겠다 싶었던 '인사심리학'이 정말 등록금이 아까울 정도로 최악의 강의였기 때문이다. 수강 신청을 실패하면 한 학기가 정말 고통스러운데, 이번 학기도 그럴 순 없었다.
강의명을 보고 특히 걱정했던 '조직개발 실습'이라는 강의가 예상 외로 정말 만족스럽다. 걱정했던 이유는 1. 현재 나는 조직에 몸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 2. 그렇다고 과거에 '조직' 이라고 할 만한 보통의 직장을 다녀보지 않았다는 점. 3. 그나마 조직을 꾸리고 개발하려고 노력했던 기간에는 꼴랑 세 명이서 팀을 이뤄 만든 조직이었다는 점. 이다.
그럼에도 이번 강의는 굉장히 흥미로운데, 경영학의 끝을 이야기할 것 같은 '조직개발과 실습'에서 강의하는 교수님이 자꾸 인문학적인 발언을 하기 때문. 양극단은 만난다고 인문학과 경영학이 닿아있는 부분을 만나면 그만큼 재밌는 것이 또 없다. (덕분에 전부터 읽고 싶었던 <피터 드러커, 공자를 만나다>를 주문했다.)
가령 '조직(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이고 왜 문제가 생기는지 왜 문제가 해결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라는 말이 재밌는 고민을 하게 되는 지점이다. 물론 툴을 이용해 조직을 점검하고 여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방면에서 패턴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결국은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어지긴 하지만 말이다.
함께 강의를 듣는 선생님들이 각자의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공유해 주는 것도 꿀잼 포인트. 듣다 보면 참 문제 없는 조직은 없다고 느껴지는데,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좋을지 고민하는 것도 꽤 즐거운 고민이다. (남의 집 불구경이 젤 재밌음.)
여러분들이 몸담고 있는 조직은 (자꾸 조직 조직 하니까 깡패같네..) 건강하고 안녕하신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계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