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광어님. 최근 공교롭게 둘 다 연애를 주제로 사건이 있었기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약속했지만 결국 글로 만나네요. 긴 시간 만나지 못한 친구에게 서면으로 소식을 듣는 것도 다행히 꽤 재밌는 일입니다. 편지 고맙습니다. 다만 편지 자체의 즐거움에 비해 내용이 서글퍼서 한동안 어떻게 답장을 해야할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헤어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아. 이 형 또 애먼 처자에게 상처를 주었구나... 나쁜남자...' 라고 잠시 생각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아주 성숙한 어른의 연애 이야기를 들어 많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성격 차이나 이해의 영역이 다른 것과 같은 보통의 이별이 아닌 사연있는 이별이라 더욱 조심스럽네요.
최근에 옛날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오랜만에 정주행했습니다. 다시 보니 정말 유치하고 어설프고 말이 안되는 드라마지만, 순수함 만큼은 아주 절정에 있더라고요. 이 유치한 드라마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부분은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무엇일까?' 였습니다.
광어님의 편지도 꽤 진지하고 극적인 연애사여서 드라마와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광어님의 편지에서 고민하게 되는 부분은 '나는 헤어짐을 당하고도 상대를 원망하지 않고 내가 더 사랑할 걸 아쉬워할 수 있는가?' 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진심은 알 수 없는 것.' 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이 나를 사랑해 주고 있다고 느끼거나, 그럴 것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의 진심을 꺼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면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건 지극히 주관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행위입니다. 내가 믿지 못하는 순간 상대방이 나를 아무리 사랑해줘도 느낄 수 없겠죠. 물론 사랑은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지만, 어느 한편에서는 아주 일방적인 애정과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광어님의 마음이 참 성숙하다고 느껴집니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는데도 사랑이 어렵다는 대목도 참 공감이 가고요.
광어님이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저를 항상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항상 유쾌하게 지내왔는데요. 하고 싶은 게 산더미인 직장인으로 아주 공사다망한 광어님이 연애에 이렇게 진심이었던 순간을 10년동안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유려한 글쏨씨도 있어 새삼 다르게 보입니다. 아마 만나면 이런 간지러운 편지를 썼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만나게 되면 편지 이야기는 좀 뒤로 넣어두고 예전처럼 즐거운 이야기만 나눕시다. 항상 건강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