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발 강의를 듣는 중 갈등 관리 주제로 이야기하는 꼭지가 있었다. 직장에서 A와 B가 첨예하게 의견대립을 하다가 감정까지 상해 갈등이 빚어진 상황.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갈등의 원인인 의견대립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먼저 조율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F는 T보다 강하다.)
그 감정 조율의 첫번째는 각자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펼쳐진 감정들에 서로 '공감'하는 것. 이 과정만 거쳐도 대부분의 감정 싸움은 해소 된다고. 의견 차이는 그러고 나서야 조율해도 늦지 않는 것. 관계는 참 어렵고 그래서 중요하다.
여기서 '공감'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보통은 타인의 말을 듣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고 말하는 것이 공감이라고 이해하기 쉬운데, 그것은 엄밀히 말해 '동의'(혹은 동감)이고 '아 너는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그저 미러링하는 것이 공감이다. 그러니까 타인의 감정을 억지로 이해하고 나도 그러하다고 동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보통은 그냥 타인의 감정에 아 그랬구나~ 하고 공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관점에서 특히나 F를 극도로 요구하는(?) 사회에서 공감과 동의가 혼용되다 보니 불편한 상황이 많이 생긴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동의하는 것이 마치 공감이라고 착각하는 것. 사람들은 나와 가까운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나머지 내 생각과 다르면 서운하고,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불편해 하는 것 같다. 게다가 동의하지 않으면 '공감'하지 않는다고(T발롬) 정서적 상처를 받는다.
나는 타인의 생각에 항상 동의할 의무가 없다. 바꿔 말해 타인은 내 생각에 항상 동의할 의무가 없다. 이 두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누군가가 내 의견이나 감정에 '아 너는 그렇구나?' 정도만 반응해줘도 충분하다는 걸 이제는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