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입니다. 아주 오래도록 하대했던 동생에게 존대로 편지를 쓰려니 근질근질 간지러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지만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처음 양의 편지를 보냈을 때 답장을 주셨으니 벌써 4개월 전이네요. 사실은 매주 답장을 쓰다보니 저도 그 시기에 힘들었던 일들을 견딜 수 있었고, 승규의 편지를 포함해 너무 고마운 편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들에 모두 답장을 했으면 저는 아마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 힘든 일에 대해 위로 받고 감사인사를 해야만 했겠죠. 아무튼 시기가 맞지 않은 터라 답장을 무기한 미뤘습니다. 구독 취소한다고 누가 칼들고 협박을 하니까 쓰는 그런 편지는 아닙니다.
그나저나 회사의 대표가 되었단 소식은 들었는데, 세바시까지 나왔더라고요? 내가 알던 승규는 어디가고 안본지 한 3-4년 즘 된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갑자기 웬 장발의 돼지가...ㅋ) 아주 훌륭한 모습을 유튜브에서 잘 봤습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 진심으로!
훌륭하신 분이 좋은 책자라 생각해서 버리지 않고 책장에 꽂아둔 그 책은 아마 <자립을 위한 레시피>라는 '공생주의자선언' 행사의 기록집이겠네요. 저도 오랜만에 책꽂이에서 꺼내어 읽어봤습니다. 그 기록집에 적힌 모든 활자를 제가 적었기 때문에... 아직도 그 고통이 아니, 뿌듯함이 가슴 한켠에 느껴집니다.
'자립은 의존하는 것이다.' 아직도 야스토미 아유무의 저서 <단단한삶>에서 이 문장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여전합니다. 보통 자립이라고 하면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말 그대로 '홀로 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아주 역설적인 문장이니까요.
홀로 서 보려고(자립 하려고) 안간힘 쓰다가 말 그대로 홀로 고립 되어버린 청년들을 모아두고 춤추고 노래하고 밥을 지어 먹다 보니 그 문장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립을 오해하면 고립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그 오해가 꽤 단단하다는 것도요.
고립되지 않으려면 그러니까 잘 자립하려면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됩니다. 당시 승규와 많은 행사에 참여하고 영상작업도 하고 연결되었던 시절이 진짜 찬란했다고 저도 공감합니다. K2에 이어 안무서운회사에서도 그 가치를 잘 이끌어가고 있으니 많은 응원을 보냅니다.
제가 매주 보내는 이 뉴스레터에도 이러한 비슷한 기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와 항상 연결 되어 있다는 기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싸지르는 일기들을 공개하고, 오지랖이라 미안하지만 편지로 조금은 오지랖 부려보는 그런게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거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4개월 전 승규의 오지랖은 꽤나 유효했습니다. 그래서 뭐 고맙다고요. 항상 고맙습니다. 그리고 몇번 초대 해주셨던 연극에 한 번도 가지 않아서 미안하고요. 그럼에도 양심없이 성수동에 술 한잔 하러 놀러오시라 제안합니다.
양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