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양입니다.
세상과 인간을 인문학으로 이해하던 선비놀음은 점점 저물어 갑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답을 내리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과학이라는 이름 아래에 심리학같은 여러 학문이 생겼겠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짧게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점 중 하나는 여전히 우리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처럼 사회과학 영역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인문학적인 학문이 또 있을까요. 심리학에서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온갖 설문과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통계적으로 결과값을 내어 과학적으로 증명해냅니다. 하지만 이 값이 의미하는 바는 고작(?) '내 가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 뿐입니다. 심지어 온갖 오류를 포함하고 있고요.
'세상에 명확한 답은 없다.
다만 내가 사는 세상에는 나만의 답이 있고
이걸 어렴풋이라도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문장이 제가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이나 과정이나 목표가 완전 다르더라도 넓고 뭉툭하게는 생각이 결이 같은 사람말입니다. 명상과 요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그런 사람을 알게 됐습니다. 인스타에 포스팅 되어 있는 게시물 몇 개만 슥 보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지인의 도움을 받아 삶의여행이라는 커뮤니티 디자인 그룹을 운영하고 계신 최수영님을 만나 커피타임을 가졌습니다.
나만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 내 욕망에 대한 이야기, 농담따먹기 등등 약 3시간 가량 쉴새 없이 떠들었습니다. 마치 바둑의 고수가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나 신나게 서로 수를 주고 받고 수 많은 고민 끝에 대국이 끝나 개운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바둑은 둘 줄 모릅니다.)
계속해서 즐거운 대국을 이어가던 와중 조금은 실례일 수 있지만 함정같은 꼼수를 던저보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결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 처럼 혹은 비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것 처럼 꼼수를 두어보면 항상 내가 나에게 답해줬을 법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ps.
지난 편지에 답장 주신 분들도 저와 비슷하고 넓고 뭉특하게 생각의 결이 아주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답장 고맙습니다.
p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