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드디어 학기가 끝났습니다. 방금 학기말에 발표했던 장표를 수정 보완해 제출한 것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상당히 감사합니다. 저도 지인만큼 기쁩니다. 이제 방학을 했으니 곧 만나요. 지인은 바쁘겠지만 저는 낮에 시간이 엄청 많아요. (요즘 밤낮이 바뀌어 쉽진 않지만...)
학교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밤엔 술집을 운영하고 낮엔 공부를 해야만 했으니까요. 그렇다보니 쉬는 날에는 무언가를 하기는 커녕 온전히 쉬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학교는 방학을 하는데 일에는 방학이 없나... 하며 뻔한 신세 한탄을 하다보니 쉼을 업으로 삼은 자들의 숙명이라 느껴집니다.
술집은 여러 사람에게 쉼을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누군가의 쉼을 책임지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일을 하고 있는거죠. 말 그대로 '서비스 업종'입니다. 그러고보니 지인도 똑같네요. 문화행사(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시니 문화생활이라는 쉼을 업으로 삼고 계신거죠.
지인과 함께 일했던 때가 생생히 기억납니다. 생각해보면 술집을 운영하는 지금 보다 그 때가 더 힘들었습니다. (정말로 지인 때문은 아닙니다.) 낮 시간에는 행사를 기획하고, 무한히 회의를 해가며 행사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는 등의 일을 해야 했고 저녁 시간 부터는 준비한 행사를 물리적으로 진행하며 퇴근하고 오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쉼을 제공해야 했으니까요. 우연하게도 지금은 각자가 각자의 영업장에서 비슷한 짓을 반복하고 있네요. 우연이 반복되면 멍청한 거라던데...
저나 지인처럼 쉼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정작 본인의 쉼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주말은 '보통' 쉬는 날이기 때문에 서비스업 종사자인 우리는 잘 쉴 수 없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보통 쉼을 취하는 방법은 평일에 뜬금없이 쉬거나, 일을 쉼이라고 속이는 것 입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대단히 대단한 일 중독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주변에 일과 쉼의 구분을 없애버린 대단히 대단한 일 중독자 지인이 있습니다. (바로 당신이요.) 하지만 그런 지인 덕분에 을지로에 재밌는(재밌어 보이는)일들이 많이 벌어져 정말 자랑스럽고 또 감동적이고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죄송해요. 가게 준비 이후로 진짜 단 한번도
센터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네요. 놀러갈게요 정말로.
그나저나 지인. 오 나의 지인. 정말 이러실 건가요? 정말 속상합니다. 이번에 벌이신 전시 기간이 12.19 - 12.24 라니요. 우리 정말 성스러운 날까지는 그러지맙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거길 누가가요!
저도 할말은 없는게 아마 가게에 틀어박혀 있을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당일날도요 ㅎㅎ... 연말 시즌에 서로 매우 바쁘니 적당한 때에 전시에 놀러가겠습니다. 그때도 보고 따로도 봐요.
잘 쉬는 것도 일을 잘 하는 것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우리가 만난다면 쉼의 맥락에서 어떤 지점에서 쉼을 찾아야 할지 이야기 나눠요. 저도 고민이걸랑요. 그럼 이만 줄입니다. 곧 만나요.
p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