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미쳤네요. 12월초 봄 같은 날씨에 이게 뭐냐며 겨울 맞냐고 비웃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밖에 잠깐이라도 있으면 이마가 지끈할 정도로 춥습니다. 마치 뇌가 얼어 붙는 것 같습니다.
최근엔 눈도 시원하게 왔죠. 오랜만에 맑고 깨끗하게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눈이 애매하게 추워서 축축하거나 너무 많이 와서 불편한 정도까지 가지 않고 딱 깔끔하게 즐길 정도로 왔습니다. 덕분에 퇴근길에 뽀드득 거리는 도로를 지나 왔는데 다음날 되니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말끔했던 기억입니다.
특히 집에 도착할 때 즈음 지나는 골목들이 예뻤습니다. 인적이 많은 골목이 아니라서 길에 정말 새하얗게 눈이 쌓였습니다. 커다란 공원을 따라 묘하게 굴곡진 커브길이 펼쳐지고 듬성듬성 세워진 가로등 덕분에 내리는 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처럼 번득였습니다.
저는 제가 사는 동네를 좋아합니다. 제가 서울에 올라와 자취를 하며 산지 벌써 15년이 됐는데요. 지금까지 살아왔던 동네 중에 가장 좋은 정도입니다. 처음으로 재계약해서 3년 가까이 살고 있으니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겠죠.
-라고 했지만 조금만 더 설명하고 싶어졌습니다. 이렇게까지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정말 조용하기 때문입니다. 눈이 내리면 길에 눈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으로 조용합니다. 그리고 큰 공원이 옆에 있어서 높은 건물이 없고 답답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정말 깨끗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동네를 참 아끼고 좋아한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동네로 들어가는 골목부터 안정감을 느낍니다. 시끌벅적 우당탕탕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 동네 초입에만 들어서도 조용하고 여유로워지거든요. 이런 동네라면 아마 평생 살 수 있겠다고 종종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관계적으로 아니 모든 면에서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정말 오래 살고 싶습니다.
님에게는 집이 어떤 의미인가요? 그 동네가 주는 힘이 있나요?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싫다면 왜 싫은지 좋다면 왜 좋은지 어떤 기준이 있나요?
오늘도 궁금한게 참 많네요. 그럼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말 춥습니다. 부디 별탈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