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6번째 편지이면서 2023년 마지막 편지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
매주 보내던 뉴스레터에 갑작스레 개인적인 편지를 보내게 되면서 꽤 즐거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마음껏 소개하고, 하고 싶은 말도 막 쓰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편지도 받아보고, 또 답장도 써보고 참 즐거웠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판을 치는 세상에 활자를 기반으로 이렇게 까지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재밌는 부분이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가게를 쉬고 동업자인 박석용씨와 적당히 좋은 곳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박석용씨는 제가 보내는 뉴스레터에 꽤 관심이 많으신 분인데, 식사의 말미 즈음에 이 뉴스레터의 목표? 혹은 목적이 뭐냐. 왜하냐. 라는 질문을 대뜸 하시더라고요. 사실 거기에 뾰족한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멋진 목표를 말할 수가 없었다.'가 더 맞는 말이겠네요.
이 뉴스레터에는 어떤 멋진 마케팅도 없고, 멋진 의미도 목표도 없습니다. 그냥 양이 살기 위해 여러분에게 글을 배설하는 것 뿐입니다.
저는 사실 정신적으로 힘든일이 많았습니다. 가족사도 그렇고, 관계적인 문제들 개인적인 문제들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일어났던 것 같아요. 모두가 힘든일은 있겠지만 각자가 느끼는 힘듬은 다를텐데 저라는 사람은 꽤 버거웠던 모양입니다. 그럴 때 마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싶지 않아서 내가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이제 꽤 단단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단단하다는 것은 초연하다는 것입니다. 초연하다는 것은 다양한 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다양한 일들에 연연하지 않으려면 다양한 곳에 필연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잠시 기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사람일수도 있고 공간일 수도 있고 행위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기댈 곳을 아주 많이 여러 곳에 두는 편입니다. 너무 한 곳에 크게 기대면 크게 넘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여기저기 기대며 살다 보니 단단해졌습니다. 이 뉴스레터도 제가 기대는 수 많은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는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어떠한 형태의 기대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님도 이 공간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마음껏 기대시고 조금이라도 정신적으로 단단해지시길 바랍니다. 아주 날것의 형태라도 글을 한번 써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요. 논문이나 레포트 혹은 문학작품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고작 편지에요! 단 한문장을 쓰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너무 소중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편지아니겠습니까. (심지어 글이 x같다라고 한문장 쓰여있는 편지도 받아봤습니다. 진심으로 기뻤고, 지금도 소중한 편지 리스트 중에 하나입니다.)
2024년에는 더욱 많은 편지들이 오갔으면 좋겠습니다.
님 내년에도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그냥 이런 보잘것 없는 편지를 읽어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드려요.
저번주 답장 주신 편지들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양 드림.
ps.
1/1 - 1/4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갑니다.
아주 갑작스럽게 정해진 것이라 아무런 계획이 없는데 혹시 갈만한 곳이 있으면 일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