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알고 지낸지는 벌써 15년이 됐다보니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나눠도 마치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편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서로 하는 말이나 행동도 그대로고 심지어 세월이 흘렀음에도 다들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지 예전 모습 그대로더라고요.
특히 저는 이 밴드에서 귀염둥이(?) 막내 역할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더 늙은 기분입니다. 어느새 털보 아저씨가 된 저만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 버렸습니다.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였던 형님이 저와 11살 차이인데 그 형님은 10년 전 그대로 시더라고요. 오히려 그 때에 비해 더 영해진 느낌이 들 정도...
너무 어렸을 때의 나를 만난 사람들입니다. 저는 보통 주위의 그런 사람들을 조금 두려워합니다. 내가 그 때와 지금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내가 그 때 얼마나 모자란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일면, 나 자신보다 더 나의 모자람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긴 시간 서로 연결되어 있고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제가 모자랐던 만큼 상대도 모자랐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서로 자신이 모자라다고 느끼고 있는 상태가 건강한 관계의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상대에게 충분한 사람이었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예'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완전 무결하지 못하고 모자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면 서로 모자란 사람끼리 이해해 주는 거죠.
정말 다행스럽게도 다시 밴드해보자는 달달하고 로망넘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때 좀 더 치열하게 연주 할 걸 아쉬움이 피어나 버렸습니다. 오늘은 모자란 주인 때문에 애먼 통기타가 혼쭐 나겠네요. (영상 보니까 기타 드럽게 못치던데 지금은 그 조차도 따라할 수 없다...)
어딘가 조금은 모자란(?) 님.
모자란 사람들끼리 잘 채워주고 저시기 머시기 해서 잘 살아봅시다.
감사합니다.
양 드림.
Ps
직장인 밴드 주제에 자작곡을 하긴 어려웠고, 단순 커버만 하기에는 흥미를 잃어갈 때 쯤, 이렇게 재밌는 믹스를 만나서 열심히 연습해서 마지막 공연에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델과 다펑의 절묘한 조화.